우정이야기

4차혁명시대 체험 ‘틴틴우체국’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의심하고, 여름벌레는 얼음을 의심한다.”

동양의 고전 <장자> 추수(秋水)편에 나오는 말이다. 이 유명한 글귀가 떠오른 것은 3월 12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문을 연 틴틴우체국을 돌아보면서다.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틴틴우체국이 12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문을 열어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왼쪽)과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이 우정·과학·문화 확산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틴틴우체국이 12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문을 열어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왼쪽)과 배태민 국립중앙과학관장이 우정·과학·문화 확산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 남산에 있던 어린이회관에서 진행한 과학캠프에 참여했다. 1970년대 초다. 거기서 처음 보는 물건을 마주할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차비 20원(?)을 아끼기 위해 남산에 있던 어린이회관까지 걸어다녔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캠프를 마쳤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홀딱 빠진 ‘움직이는 장난감’ 때문이었다. 장난감이 스스로 움직이는 게 너무 신기했다. 필자가 ‘우물 밖을 보는 개구리’로 성장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기자로서 문제의식을 갖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충격적 사건이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틴틴우체국에서 다시 하게 됐다. 필자도 이곳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체험했다. 세상의 변화 속도를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뿐만 아니라 일상의 익숙함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 시간이었다. 3D프린팅 전시관을 찾은 어린이들은 공룡, 로봇 등을 3차원으로 제작했다. 모형까지 척척 만들었다. 코딩체험존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로봇을 작동하며 환호하고 손뼉을 치는 어린이들도 봤다. 또 ‘로봇과 함께 춤을’이라는 이름이 붙은 로봇전시관에서는 로봇의 작동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센서기술을 설명하는 글을 집중해서 읽거나 수첩에 꼼꼼히 메모하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국내외 곤충, 조류 등 신기한 자연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는 과학전시관도 어린이의 발길을 잡는 곳이다.

필자는 4차 혁명 기술은 물론 이를 즐기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드디어 4차 혁명시대에 들어선 느낌을 받았다. 더욱 뿌듯했던 일이 있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이었다. 로봇을 작동하면서, 3D프린트를 하면서 “왜”, “어떻게”라는 질문들을 쏟아내는 것을 들었다. 로봇의 움직임을 보면서 인간을 이해하고 과학의 중요성을 깨달아가는 기회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또 필자에게 이 질문들은 마치 어린이들이 자신의, 그리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들의 질문이 아직까지는 절절하거나 절실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물 밖의 세상을 보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또 우물 밖이 불가능한 곳이거나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우물 밖은 상상력이 만드는 곳이다. 상상력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열려는 열망의 표현이다.

틴틴우체국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도 선물한다. 전시관에서는 기념사진으로 우표를 제작해 ‘나만의 우표’를 만들 수 있다. 즉석사진을 붙인 엽서를 1년 뒤에 배달하는 ‘느린우체통’에서 추억도 남길 수 있다. 오픈 이벤트로 나만의 우표를 100명에게, 엽서를 500명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지역의 과학관뿐만 아니라, 연구기관, 대학 등과도 연계해 다양한 전시모델을 마련함으로써 “틴틴우체국을 계기로 우체국이 젊은 층도 자주 찾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광주, 부산 등 지역 우체국에서도 틴틴우체국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