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은 성이 결합된 공익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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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본부장 “피해자 보호” 강조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본부장(50)은 ROTC 장교였던 26년 전 장병들에게 여당후보를 찍도록 강요한 군의 부정선거를 폭로했다. 군은 그를 근무지 이탈로 연행, 이등병으로 파면했고, 3년의 법정싸움 끝에 그는 중위로 전역했다. 사람들은 그를 첫 ‘내부고발자’라고 한다. 그의 내부고발은 이후 군인의 영외 비밀투표 보장으로 이어졌다. 이 본부장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폭로 이후 각계각층에서 벌어지는 미투 운동에 대해 “권력이 수반된 공공의 부정행위이지,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본부장을 7일 <경향신문>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미투 운동은 성이 결합된 공익신고”라며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을 통해 성폭력특례법 등을 보호대상에 포함시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장이 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에서 미투운동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장이 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에서 미투운동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내부고발자이자 지원자로서 현재의 미투 운동을 적극적으로 독려할 수 있나.

“개인적으로 내부고발을 상담하러 왔을 때 ‘하시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분의 인생이 걸린 일이고, 나나 조직은 그분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법적 보호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최종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미투도 설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고, 주변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익을 위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용기를 내주길 바랄 뿐이다. 내부고발자들을 만나보면 고발 후 1년 뒤의 모습이 이전보다 나아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몇 년째 소송 중이거나, 연구원이었던 사람이 낫을 쥐고 제초작업을 하기도 하고, 일을 안 주니 최하위 고과를 받기도 하면서 조직 안에서 버틴다. 버티기 어려우면 퇴사를 한다. 미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1년 뒤의 모습을 생각해봐야 한다. 본인 외에는 아무도 그 사람의 인생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다. 때문에 미투를 결심한 사람들도 내부고발자들처럼 사전에 변호사나 관련 시민단체, 여성단체와 충분히 상의했으면 한다. 조직 또는 가해자 쪽에서 나올 반응을 생각해야 한다.”

-충분한 보호책이 필요할 것 같다.

“맞다. 여성가족부의 역할이 그런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여가부가 전담신고창구를 상시적으로 운영해서, 접수한 내용에 대해서는 조사권이 없다면 최소한 경찰·검찰에 사건을 넘기더라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참여해야 한다. 여가부에 이첩한 사건 결과에 대해서는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추가 보호장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 특정범죄 신고자에 대한 보호규정을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도 적용, 이들에 대한 두터운 신변 보호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실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미투 폭로 이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심각하다.

“내가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있더라도 교도관의 불의를 고발할 수 있는 거다. 폭로된 사건 자체만 봐야 한다. 미투는 드라마 소재가 아니다. 개인끼리의 농담마저 막을 수는 없지만 농담에도 정도가 있다. 남성들이 피해여성의 입장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적어도 내 딸이나 내 아내가 피해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라도 생각해봐야 한다. 미투는 남성·여성을 떠나 자신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그러면 함부로 2차 피해를 입히지는 못할 것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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