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패럴림픽 첫 금메달 평창에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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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개막, 역사상 최대규모

12번째로 열리는 평창대회는 참가국·참가선수·금메달 총수에서 기존 소치 대회(45개국·547명)를 뛰어넘는 동계패럴림픽 역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다. 총 49개국, 6개 종목, 570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2월 26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8 평창패럴림픽 붐업 페스티벌에서 시범경기를 펼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2월 26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8 평창패럴림픽 붐업 페스티벌에서 시범경기를 펼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전세계의 시선이 다시 평창으로 향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열기와 감동의 여운이 남은 올림픽스타디움 성화가 또 뜨겁게 타오른다.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라는 똑같은 슬로건으로 이번에는 장애를 극복한 감동의 스포츠가 펼쳐진다. 11일간의 대회 정비기간을 거친 평창, 강릉, 정선 일원의 올림픽 경기장에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3월 9일 개막해 열흘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장애인올림픽으로 알고 있는 패럴림픽은 척수장애를 의미하는 Paraplegia의 접두어 ‘Para’와 Olympics의 어미 ‘lympics’에서 나온 합성어다. 패럴림픽은 절단장애, 시력장애, 뇌성마비 등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단, 청각장애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은 없다. 영국 스토크 맨드빌 병원의 루드윅 구트만 박사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상이군인의 재활을 목적으로 1948년 척수장애인 체육대회를 시작한 것이 최초였다. 이후 종목, 선수단 참가규모, 참가선수 장애유형이 확대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첫 패럴림픽은 1960년 로마에서 열린 하계대회였다. 첫 동계패럴림픽은 16년 뒤인 1976년에 스웨덴 외른셸드스비크에서 개최됐다. 당시 2개 종목에 16개국 총 53명의 선수가 출전하면서 조촐하게 열렸다. 12번째로 열리는 평창대회는 참가국·참가선수·금메달 총수에서 기존 소치 대회(45개국·547명)를 뛰어넘는 동계패럴림픽 역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다. 총 49개국, 6개 종목, 570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80개의 금메달도 역대 최대다.

패럴림픽의 역사, 서울올림픽과 인연

패럴림픽은 비장애인 올림픽과 세트로 개최된다. 비장애인 올림픽이 끝난 직후 같은 조직위원회가 똑같은 장소에서 대회를 연다. 처음으로 비장애인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동반 개최된 것은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이었다. 그동안 무관심 속에 치러지던 패럴림픽에 전환점이 됐다. 이후 4년마다 열린 올림픽에서 패럴림픽이 같이 열렸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2001년 ‘하나의 도시, 하나의 신청(One City, One Bid)’이라는 협약을 통해 올림픽 개최도시가 패럴림픽을 함께 여는 것을 아예 공식화했다.

서울 패럴림픽부터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 남녀 선수’ 1명씩을 선정해 시상하는 전통도 생겼다. 이 상에는 한국 최초의 장애인 의사였던 황연대 박사의 이름이 붙었다.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황 박사는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 받아 1988년 ‘오늘의 여성상’을 받았다. 그 상금을 서울 패럴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전액 기부하면서 ‘황연대 극복상’이 생겼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부터는 폐회식 공식 프로그램으로 채택돼 ‘황연대 성취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총 13번의 동·하계패럴림픽에서 26명의 선수가 ‘황연대 성취상’을 받았다. 한국 선수로는 1998년 나가노 동계패럴림픽 여자 알파인스키 시각장애 부문에 출전해 4위에 올랐던 김미정이 유일하다.

패럴림픽 정식 종목은 새로 도입된 스노보드를 비롯해 아이스하키, 휠체어 컬링,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스키, 바이애슬론 등 6개다. 익숙한 종목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점이 많다. 패럴림픽 종목은 공정한 경기를 위해 선수를 장애등급으로 구분한 세부 이벤트가 다양하다. 페럴림픽에서는 각 종목별 단체가 의학적 검사와 진단을 통해 정한 스포츠 등급에 따라 해당 선수가 출전 가능한 종목이 결정된다.

장애인 알파인스키를 예로 들면, 기본적으로 활강·회전·대회전·슈퍼대회전·슈퍼복합 등 일반 알파인스키와 같은 세부 종목이 있다. 여기에 남녀 종목, 또 선수 장애유형에 따라 지체장애, 시각장애(B1~B3) 부문으로 나눠진다. 지체장애는 다시 입식(상지 또는 하지장애·LW2~LW9), 좌식(하지장애·LW10~LW12)으로 세분화된다. 이렇게 나눈 스포츠 장애등급에 따른 가산점(%)을 최종 기록에 반영해 공정한 경기결과를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강원도 강릉시 일대에 전시된 평창올림픽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모형 / 이선명 기자

강원도 강릉시 일대에 전시된 평창올림픽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모형 / 이선명 기자

같은 듯 다른 패럴림픽 종목

패럴림픽 알파인스키는 세부 종목이 무려 30개에 이른다.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알파인스키에 걸린 금메달이 11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크로스컨트리도 20개의 세부 종목으로 나뉘고, 바이애슬론과 스노보드도 각각 18개·10개의 세부 이벤트가 있어 설상 종목에 걸린 금메달만 무려 78개나 된다. 휠체어 컬링과 아이스하키는 장애등급에 제한이 없는 오픈 종목(각 금메달 1개씩)이다.

경기방식도 차이가 크다. 휠체어 컬링은 비장애인 컬링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대표팀은 반드시 남녀 혼성으로 구성돼야 한다. 손으로 투구하는 일반 경기와 달리 휠체어 선수들은 긴 막대(딜리버리 스틱)로 스톤을 컨트롤한다. 또 돌의 진행이나 방향 전환을 돕는 브러시가 없어 투구자의 감각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스위퍼가 없어 비장애인 올림픽 컬링의 최고 유행어인 “영미야~” 같은 함성을 들을 수는 없다. 대신 투구자의 휠체어 움직임을 잡아주면서 컨트롤을 돕는 동료들이 있다. 패럴림픽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꼽히는 아이스하키는 스케이트 대신 썰매에서 경기한다. 시각장애인 알파인 스키에서는 가이드러너가 선수와 함께 슬로프를 내려온다.

한국은 패럴림픽 도전사에서 아직 금메달이 없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알파인스키의 한상민, 2010년 밴쿠버 대회 컬링에서 나온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지난 소치 대회 때는 ‘노메달’에 그쳤다. 동계패럴림픽 도전 사상 처음으로 6개 전 종목에 36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한국은 첫 금메달(1개)을 포함해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역대 최고 성적인 밴쿠버 대회 종합 10위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 노르딕스키 신의현(창성건설)과 알파인스키 양재림(국민체육진흥공단), 휠체어 컬링 대표팀,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유력 메달 후보로 기대를 받는다.

평창 올림픽에서 조성된 남북한 화해무드가 패럴림픽에서도 이어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대회 참가의사를 밝힌 북한은 조지아, 타지키스탄 등과 함께 처음으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는다. 현재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을 맡고 있는 리분희의 방문 가능성도 높다. 리분희는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현정화와 함께 남북 단일팀으로 여자 복식에 나가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현정화 렛츠런 탁구단 감독과 28년 만의 만남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이정호 스포츠경향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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