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새로운 사회계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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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이 한층 더 심해지고 있다. 통계상으로도 사상 최악의 시기. 정부는 온갖 대책을 내놓으려 하고 있지만,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하듯이 청년실업도 사회구조적 문제라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일자리 미스매치’. 4년간 투자된 등록금을 생각하니 박봉에 복지가 열악한 일자리에 선뜻 가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중소기업은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정비 부담이 커졌다고 울상이다. 최저임금을 지불할 만큼의 생산성조차 내고 있지 못해서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은 겨우 절반 수준. 미국과 일본은 90%에 가깝다. 기업 양극화다.

기업은 시장과의 접점에 있어야 하지만, 한국 경제에 있어서 중소기업은 주로 대기업의 가치사슬 안에 귀속된 하청의 처지였다. 최근 일본의 경기회복은 세계 각국에서의 부품 및 소재 등 수요에 따른 생산재나 제조기계 등의 수출 증가 덕인데, 이들은 대개 강한 중소기업에 의해 만들어진다. 대기업이 무너져도 경기는 회복되고 나쁘지 않은 일자리에 고용도 흡수된다.

출처 : 유튜브

출처 : 유튜브

반면 한국은 각종 통계가 이야기하듯이 국가 경제가 재벌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 고도성장기 우리 재벌은 국가로부터의 특혜를 대가로 고용을 최대한 흡수하고 국가를 대신해 기업 의존적 복지를 제공하는 일종의 사회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찾아오고 그 암묵적 사회계약도 각자의 생존 뒤로 밀려난다. 그 덕에 대기업·공기업에 편입된 온실 속 1등 시민과 그렇지 못한 2등 시민이라는 격차가 고착화된다. 신규고용도 낙수효과도 보장하지 않지만, 종신고용과 복리후생 만큼은 변함없으니 이제 무조건 1등 시민이 되어야 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노량진과 토익학원만 북적인다.

이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정이란 법인세를 거둬 중소기업에 보조금으로 뿌리는 일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그 결과 시장 대신 정부에 의존하는 좀비기업 문화가 스타트업에까지 전파되고 만다.

한편 중국은 국가 주도 산업정책의 허점을 한국으로부터 배운 것 같다. 대중에 의한 창업, 만인에 의한 혁신이라는 그들의 정책. 종래처럼 국영기업에 의존하는 고용과 복지로는 성장 공약을 지킬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들의 사회계약은 알리바바나 텐센트처럼 삼성전자를 밀치고 아시아 시총 수위를 석권한 대기업들을 창업 플랫폼과 자금조달원으로 동원하는 것이었다. 구글, 아마존 등의 스타트업 투자액보다 2~3배 많다. 직접투자 이외에도 구멍가게에도 붙어 있는 QR코드, 전세계로 대신 팔아주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처럼 위챗과 알리페이는 영세 자영업자의 성장플랫폼이 된다. 정부도 규제를 잠시 덮어 만인의 혁신을 채근한다. IT에 의해 견인되는 성장산업으로 사람도 돈도 모두 우회시키는 중국. 1990년대생인 ‘주링허우(九零後)’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보다는 낙관적이고 도전적이라고 통계는 말한다.

우리 선배 기업들은 청년을 위해 물주와 후견인과 플랫폼이 되어주고는 있는지, 싹이라도 피우려 하는 청년의 발목을 규제와 기득권이 붙들고 있지는 않은지 청년실업 대책보다 먼저 고민할 때다. 그러나 온실 속에 안착한 1등 시민에게는 모두 급하지 않은 고민들이다. 새로운 사회계약을 민주적 정치체제 하에서 시도하는 일이란 쉽지 않은 일이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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