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에 좋다는 식품에 대한 진실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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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코사놀도 인기가 좋습니다. 아직 약을 먹을 만한 고지혈증이 없고 예방 목적으로 복용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고지혈증약을 먹고 있다면 굳이 첨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뇨병과 고지혈증을 진단 받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 병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음식과 건강식품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직접광고와 간접광고가 너무 많아 일반인들은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오류인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보는 의사들마저 너무나 다양한 제품들 앞에서 당황할 정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인 또는 환자로부터 가장 많이 질문 받는 식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유통매장 코너에서 고객이 야채를 고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 유통매장 코너에서 고객이 야채를 고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지혈증에 좋다고 하는 식품

홍국이라는 쌀이 있습니다. 영어로 ‘red yeast rice’라 불리는 붉은 쌀입니다. 이 쌀이 곰팡이의 한 종류인 홍국균(Monascus purpureus)에 의해 발효가 되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물질인 모나콜린 K(monacolin K)가 만들어집니다. 이 쌀을 꾸준히 먹으면 LDL(저밀도 지방단백질) 콜레스테롤이 20% 정도 떨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수행된 연구를 보면 심근경색증 환자가 홍국을 매일 먹었을 때 심장병의 재발을 막았다고 합니다.

약을 싫어하고 자연식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지혈증약 대신 이 쌀을 먹으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홍국에 들어 있는 모나콜린 K라는 물질은 바로 대표적인 고지혈증약인 스타틴입니다. 1980년대 후반에 출시되어 지금도 판매되고 있는 로바스타틴이 바로 모나콜린 K입니다. 초기 스타틴은 사람이 합성한 것이 아니라 곰팡이가 발효한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천연약제였습니다. 합성법이 많이 개발된 후에는 곰팡이가 발효한 기본 골격에 사람이 약간의 변형을 가한 반합성 약물이었고, 최근에는 곰팡이의 도움 없이 사람이 만든 완전 합성 약물입니다. 홍국을 약 대신 쓸 수는 있지만 몇 가지 제한이 있습니다. 홍국마다 약물 성분의 함량이 들쑥날쑥해서 효과를 가늠하기 힘듭니다. 홍국의 약 성분도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평가해야 하는데 아직 장기적 안전성을 모릅니다. 스타틴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되어 피한다면 홍국 역시 같은 이유로 피해야 합니다.

폴리코사놀도 인기가 좋습니다. 폴리코사놀은 식물에서 추출한 알코올 성분입니다.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제거를 증가시켜 줍니다. LDL콜레스테롤을 약 10~20%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나 연구가 많지 않고 주목할 만한 최근의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고지혈증약 대용으로는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아직 약을 먹을 만한 고지혈증이 없다면 예방 목적으로 복용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고지혈증약을 먹고 있다면 굳이 첨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는 요즘 가장 뜨는 건강식품입니다. 식물에서 추출한 다중 페놀 결합체입니다. 이 물질들은 주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합니다. 안토시아닌, 카테킨, 커규민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도 있지만 주로 동맥경화증의 한 단계인 LDL의 산화를 막아 이로운 작용을 할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콩·생강·향신료·커피·차·코코아·과일·채소 등에 많습니다. 채소와 과일을 즐겨 드시면 됩니다.

생선에서 추출한 오메가3 지방산도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콜레스테롤에 대한 효과는 거의 없고 중성지방을 떨어뜨립니다. 항산화 효과도 있으며 혈전 방지 역할도 있습니다. 항부정맥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가지 좋은 효과가 있어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연구마다 상반된 결과를 보여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만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 큰 규모의 연구가 마무리될 때 결론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으나 아주 비싸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식품이라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은 복용해도 된다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식이섬유소는 고지혈증과 당뇨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장에서 부풀어 올라 당과 지방질을 가두어 흡수를 늦추거나 대변으로 배출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 결과 혈당과 콜레스테롤이 떨어집니다. 혈당의 급격한 상승이 예방되므로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어 간에서의 중성지방 합성이 억제돼 고지혈증에 좋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수용성 섬유소에 대한 연구가 많은데 하루에 10g을 먹으면 LDL콜레스테롤이 5% 정도 떨어지는데, 꽤 많이 먹어야 하는 양입니다. 대표적인 섬유소는 이뉼린인데, 양파·대파·치커리·돼지감자·토마토·아스파라거스·바나나에 많습니다. 양파껍질을 우려먹거나 돼지감자 차를 마셨는데 고지혈증과 당뇨병이 완화되었다는 경험담은 이뉼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고지혈증약을 먹고 있다면 굳이 뭘 우려 먹거나 할 필요는 없고, 다만 약을 먹을 정도로 심하지 않거나 어떤 사정 때문에 약을 먹지 못한다면 시도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혈당이 많이 올라간 환자들 중 일부는 바나나를 먹고 온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방송에서 보니 바나나와 비트를 갈아서 주스로 마시면 혈당 조절이 잘되고 당뇨병에도 좋다는 내용이 나와서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아마 잘못 듣거나 오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바나나는 당도가 굉장히 높은 과일이라 당뇨인에게는 거의 금기인 과일입니다. 그러나 당뇨인이 아니라면 좀 달라집니다. 바나나에는 이뉼린이라는 섬유소가 풍부해서 변비에도 좋고 혈당과 고지혈증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마그네슘과 칼륨이 풍부해서 이론적으로 고혈압과 당뇨병 예방에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게 해당됩니다. 그리고 과일을 갈아 먹는 것은 당뇨인과 비당뇨인에게 다 좋지 않습니다. 섬유소에서 분리된 자유당(free sugar)이 급하게 핏속으로 흡수되어 혈당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당뇨인은 바나나를 먹지 않는 것이 좋고, 정상인은 통째로 가끔 먹는 것은 무해하겠지만, 당도가 아주 높은 과일을 그렇게 매일 매일 갈아서 먹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

어떤 날은 고구마가 문제가 됩니다. 역시 어떤 방송에서 삶은 고구마를 우유와 같이 먹으면 다이어트도 되고 혈당에도 좋다는 내용을 보았다고 합니다. 고구마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칼륨도 많으며 여러 가지 비타민이 풍부한 식품입니다. 칼로리도 아주 많지 않고 포만감은 좋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대우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 일이 그렇듯이 뭐 하나가 모두에게 좋지는 않습니다. 고구마를 삶게 되면 고구마의 녹말 구조가 변성을 일으켜 물렁해지는데 전문용어로 ‘호화’(糊化)라고 합니다. 호화된 전분은 위와 소장에서 포도당으로 빨리 분해돼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이 굉장히 빨리 올라갑니다. 이런 음식을 당지수가 높은 음식이라고 하는데 불필요하게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서 인슐린 낭비를 초래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오히려 혈당이 더 빨리 떨어져 저혈당과 배고픔을 유발합니다. 정상인은 이런 일이 흔치 않지만 당뇨인은 피해야 할 상황입니다.

초콜릿도 요즘 건강기호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또는 카카오)에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많이 들어 있는데, 항염증 작용으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을 좋게 하고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중적인 초콜릿은 알칼리를 첨가하는 더치 공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이때 플라보노이드가 적지 않게 없어집니다. 따라서 기대했던 바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초콜릿은 지방이 풍부해서 다크나 밀크를 막론하고 100g당 약 500칼로리 내외의 고칼로리 음식입니다. 살이 찌면 당뇨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달지 않은 다크 초콜릿은 좋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75%의 다크 초콜릿은 나머지 25%가 설탕과 코코아, 버터입니다. 행복해지고 싶어 가끔 먹는 것은 좋지만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먹지 않아야 합니다.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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