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3선 최대 걸림돌은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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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민병두, 우상호, 박영선 출마 선언… 전현희, 정봉주, 정청래도 도전

미세먼지 대책이 불쏘시개였다. “언 발 오줌 누기에 하루 50억원씩 낭비한다. 공개토론하자.”(1월 18일, 민병두), “150억원을 허공에 날린 거다.”(1월 21일, 우상호), “서울시는 현재의 낡은 정책을 버려야 한다. 관용차부터 수소전기차로 바꿔야 한다.”(1월 22일, 박영선). 이들은 차례대로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공식화했다. 현재까지 민주당에서 경선 출마 의사를 비치고 있는 사람들은 이들 이외에도 세 사람이 더 있다. 전현희·정봉주·정청래. 실제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경선은 3명으로 압축돼 치러지게 된다. 3선 도전을 공식화한 박원순 시장을 제외한다면 이들 중 네 사람은 중도하차하게 된다. 여기에 민주당 밖에서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출마가 점쳐진다. 김 교수는 자유한국당 경선에 나올 예정이다. 관전 포인트는 박원순 현 시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흔히 “본선보다 경선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되는 그의 ‘3선 가도’는 진통을 겪게 될까. 경쟁자의 시선에서 본다면 ‘3선 피로감’ 증폭 시도는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1월 2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1월 2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박원순’을 떠난 사람들

공·사석에서 만난 박원순 시장은 항상 바빴다. 지난해 1월 5일, 당시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 인터뷰’로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기사에는 반영하지 않은 인터뷰 속기록 전문을 다시 읽어봤다. “나는 소통의 달인”, “이런 지방정부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자화자찬성(?) 홍보 발언이 눈에 띈다. 기자는 인터뷰 말미에 주변 지인들에게 들었던 ‘본인을 홍보 못한다’는 하마평을 전했다. 그것이 강한 인상을 남긴 모양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지인 분들이 말한 것처럼 자기를 스스로 포장 잘하는 사람을 고를 것이냐, 아니면 홍보나 선전은 못하지만 그 사람의 ‘꽉찬 내용’을 보고 판단할 거냐의 문제 아니겠어요?.” 인터뷰 후 며칠 안돼 그는 대선 도전의 꿈을 접었다.

3월 초에 박 시장은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박 시장에게 경남지사 출마를 권유했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당시 박 시장에게 설의 진위 여부를 직접 확인해준 핵심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말이 나온다. 1월 25일 SBS 라디오에 출연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김경수 의원의 경남지사 출마 권유는 선의로 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준비하는 이 시장은 주변에 “박 시장은 재선 때 승부를 봤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쓰임을 받으려면 새로운 도전을 하셔야 한다.” 지난 1월 1일, 민주당 종로구 청년위원장을 하고 있는 신상민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과 박영선 의원을 링크 걸어 쓴 말이다. ‘새로운 도전’은 박 시장을 겨냥한 말이다. 그는 댓글로 제야의 종을 치고 돌아온 박 시장이 개인적으로 새해 인사 카톡 사진을 공개했다. 공식적인 말은 없지만 도와달라는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한 것이다. “12월에 서울 청년버스 기사협회장으로 박 시장과 면담했을 때 한 말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불출마하고 송파을 재·보궐선거에도 안 나갈 예정이다. 지도자의 그릇 차이가 비교될 것이 분명하니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 이후 새해 제야의 종을 치고 갑자기 카톡을 주셨길래 다시 한 번 고려해달라고 답을 보냈지만 답장은 아직도 없는 상태다.” 신씨의 말이다.

기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박 시장 3선 캠프가 꾸려진 것은 확인된다. 김원이 전 정무보좌관이 조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사무실은 없고 커피숍을 전전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원순 시장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왜 떠나게 되었는지 ‘사연’이 구체적으로 돈다. 기자가 접촉한 그 중 몇 사람은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서운한 감정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주간경향>은 청와대의 주요 요직에 기용된 ‘박원순 인맥’을 분석하는 기사를 썼다. 임종석 실장,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은 박원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인사다. 조국 민정수석도 박원순 시장의 대표 경력인 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부운영위원장을 맡았었다. 장하성 실장 역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이었다. 장·차관까지 포함해 문재인 정부 ‘핵심 중의 핵심 인사’ 대부분이 시민단체로부터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박원순 시장과 호흡을 맞춰오던 인사들이다. 그래서 대선 직후에는 “막후 승자는 박원순이 아니냐”는 말도 정치권에선 나왔다. 그런데 이들 청와대 인사 역시 박 시장과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예컨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거론되는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박 시장이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 문화사업국 간사와 국장을 맡은 인연이 있다. 그런데 공식 프로필에는 그 ‘참여연대 경력’을 안 쓴다는 것이다.

1월 7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 주요 요직 인사들이 용산CGV에서 영화 <1987>을 보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 한 사람 건너, 1987년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맡아 6월항쟁을 주도했던 우상호 의원이 앉아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 연합

1월 7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 주요 요직 인사들이 용산CGV에서 영화 <1987>을 보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 한 사람 건너, 1987년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맡아 6월항쟁을 주도했던 우상호 의원이 앉아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 연합

청와대와 박원순 관계 소원해졌다?

“박원순 사람이 청와대에 많이 들어갔다는 것은 착시현상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면서 그나마 버텨준 것이 박원순 서울시였다. 서울시에 적(籍)을 두고 있던 사람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박원순 인맥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박원순의 덕을 봤다, 박원순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 시장 측 핵심 인사 ㄱ씨의 말이다. 두 보수정권 아래 진보성향 지자체로 거의 유일하게 ‘진보의 우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거쳐간 것일 뿐, 박 시장의 인맥이라든가 인간적 도리나 배신 같은 걸 말할 관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 시장 측 인사들은 ‘이런 저런 도는 소문들’은 정치공학에 능한 경선 상대 캠프에서 만들어낸 말이라고 주장한다. 박 시장 비서실장을 역임한 천준호 민주당 강북갑 위원장은 “심지어 나도 ‘박 시장과 갈라섰고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소문이 돈 모양인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주일 전에도 박 시장을 만나 이런 저런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함께 나오는 이야기가 ‘박 시장 캠프 인력난’이다. “박 시장이 사람을 챙기지 않으니 다 떠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민주당 주변의 선거전략가 ㄴ씨는 “핵심 측근인 박홍근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묶여 있고, 기동민 의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박원순계’로 불릴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박원순 측 인사 ㄷ씨는 기동민 의원 측 인사들이 “사실상 문고리 권력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시장실에서 금요일이나 토요일 오후에 6∼7명이 참석하는 상황점검회의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1시간 내외 정도인데, 돌아가면서 발언해도 참가자가 발언하는 건 5분 내외다. 이 자리에서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 깊은 분석이 이뤄질 수 있을까.” 물론 박 시장은 시민사회 원로들, 경기고 동문으로 이뤄진 그룹 등 다양한 네트워크도 갖고 있다. ㄷ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본선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이 경선에서는 ‘박변’에게 거의 도움을 줄 수 없는 관계 아니냐.” 박 시장 주변 인사들의 ‘화법’에는 특징이 있다. 정치권 출신 인사들은 ‘박 시장’으로 지칭한다. 반면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박 시장과 깊게 교류해온 인사들은 ‘박변’이라는 호칭이 은연중 섞여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에서 서울시장 출마로 방향을 선회한 박영선 의원의 출마는 오랫동안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최근 우상호 의원 출마선언을 두고는 미묘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앞의 청와대 냉기류 설과 맞물려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정치권386’ 인사들의 집단지지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 시장 측근 그룹에 있던 이들 386그룹이 우상호 의원 쪽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3선 불출마 선언을 한 몇몇 386 출신의 지자체장들과 유력 전 국회의원이 이미 우 의원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문이 돈다. ㄴ씨는 “이들 사이에는 여전히 학번 문화가 남아있다. 3선·4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후배 관계를 더 우선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영화 <1987> 개봉으로 우 의원의 87년 당시 총학생회장 경력이 화제를 모은 건 예상 못했던 변수였다. 우상호 의원은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이미 10년 넘게 ‘전대협 운동권’이라는 이미지 탈색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영화나 뮤지컬 배우 등 문화계 인사들과의 친분도 두텁다. 조사를 해보면 우 의원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층이 30·40대 여성층인데, 이건 다시 박원순과 겹친다.” 지금은 여론조사 등에서 박 시장이 압도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현재 ‘무주공산’ 상태인 386계파 모임인 ‘민평련’이 움직이고, 임 실장이 힘을 실어주면 기류는 180도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다.

1월 22일, 박영선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로운 서울을 위한 정책대안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1월 22일, 박영선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로운 서울을 위한 정책대안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전대협386, 우상호 캠프로 집결?

“(박 시장에게) 기동민 의원 측근들을 오히려 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용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 것은 나였다. 선거 시기 보좌해야 할 사람들과 일상 행정 시기 때 해야 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의 천 전 비서실장 말이다.

“박 시장과 정치권 출신 인사들의 정치문법은 다르다고 봐야 한다.” 앞의 박 시장 핵심 인사의 말이다. “정치인들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곳에서는 관료들에게 삿대질도 하고 고함도 치지만, 나와서는 바로 태도를 바꾼다. 왜? 공무원들이 자기 지역 예산 안주면 끝이니까.” 그는 자신이 박 시장과 함께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밖에서는 모르지만 정치인과 공무원·관료 사이에는 카르텔, 거래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험해보니 정치인 출신 단체장은 특징이 있다. 일단 질러놓고 일을 추진하지는 않는다. 그게 정치인 스타일이다. 그런데 박 시장은 달랐다. 사회와 연계를 두고 실제 일을 하려는 스타일이다. 서울시 공무원들 중에서도 박 시장 3선이 불편한 사람이 없진 않을 것이다.” 박 시장의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재선을 거치면서 박 시장이 쌓아놓은 ‘관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신철우 정치선거 컨설턴트의 설명이다. “다른 선거와 지자체 선거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지자체 선거에는 수많은 사람의 직접적인 생계 내지는 이권이 달려 있다는 점이다. 왜 지선에 3선 제한이 있고, 지방 토호가 목을 매겠는가. 서울시 예산만 1년에 30조원이다. 하다못해 종이컵, 복사용지 납품하는 사람이라도 없을 수 없다. ‘서울시 마피아’란 말이 있다. 공무원 출신들이 퇴직해 취업해 있는 MRO기업도 수없이 많다. 간단하다. 꾸준히 해온 데서는 계속 일을 하고 싶고, 새로 뚫어야 하는 사람들은 바뀌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고.”

“경선은 싱거운 게임이 될 것이다.” 서울시 사정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한 민주당 인사의 말이다. “당내 경선은 딱 하나만 보면 된다. 지역위원장을 얼마나 확보했느냐다. 권리당원을 아무리 확보해도 지역위원장을 잡지 못하면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영선·우상호 의원이 아무리 노력해도 지난 8년간 박 시장이 공들여놓은 지역위원장 수의 벽을 넘어설 수 없다.” 권리당원 중에 상당한 세를 확보한 측이 조직적으로 박 시장 반대 캠페인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그 벽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핵심 측근이었던 ㄹ씨는 “기왕 3선에 도전한다면 서울시 시정 완성에 모든 것을 걸 필요가 있다”며 “3선 출마와 함께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 차출설 등이 나온 것도 다 대선가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제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ㄱ씨는 이른바 청와대와 서울시 사이에 긴장관계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전 정부 때 박 시장이 국무회의에 들어가면 냉랭한 분위기였지만 문재인 정부 국무회의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아니냐”며 “여러 현안에 있어서 서울시와 청와대가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위원장들이나 권리당원 사이에서 박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다”며 “당내 경선에서도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이후’가 보이지 않는 시민정치의 길, 그리고 안철수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월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월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시민운동은 이제 전선운동을 버려야 한다.” 환경연합 양이원영 국장의 말이다. “미세먼지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중국이 문제다, 화력발전소가 문제라고 외부에서 욕할 대상을 찾는 것은 쉽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은 시민참여다. 박 시장이 이번에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시민들이 개인 자동차를 타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은 ‘시민참여 없이는 해결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기존의 시민단체들이 ‘시민참여’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는 다른 한편으로 이권선거다. 종로구만 하더라도 지난해 예산이 3548억원이다. 막대한 이권이니 토건세력들이 준동하는 것이다.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임기말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시장이 되지 않겠다’고 했는데, 선거를 앞두고 구청에서는 서촌 보도블록 교체공사를 했다. 시민사회 입장에서는 감시라도 이뤄져야 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난 총선 당시 시민사회는 총선 감시기구를 만들어 ‘3분 총선’과 같은 사이트를 통해 비리전력자 등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였다. 오히려 보다 적극적으로 감시나 참여가 필요한 곳이 ‘풀뿌리 이권’을 둘러싼 쟁탈전이 벌어지는 지방선거인데 그런 활동이나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와 공식적인 연계 없이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시민정치마당’과 같은 사이트에 일부 정보가 모이고 있을 뿐이다.

기존 정치권과 박원순 시장이 구분되는 지점은 ‘시민운동 출신 서울시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박 시장은 ‘시민정치’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박 시장 역시 인권변호사 출신이지만 ‘시민정치’ 가 87년 6월항쟁으로 대표되는 민주화운동과 깊은 관련을 맺은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과 또 다르게 구별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의 지난 8년이 마을 만들기 등에서 일정한 차별성을 만들어냈지만, 아직 ‘이것이 바로 시민정치’라고 말할 만한 성과는 못 만들어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로7017’ 등의 사업이 대선을 앞두고 가시적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나온 패착이 아니냐는 비판도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이 개척한 시민정치의 길을 잇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시장을 이어 ‘시민정치’를 이끌어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관계 설정도 부담으로 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대표가 박 시장의 미세먼지 대책을 겨냥해 공개회의 석상에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자 박 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정치가 사람을 이렇게 바꿔놓는가 절망감이 든다”며 “편을 가르고 다른 편의 일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새정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1월 24일 라디오에 출연한 안철수 대표는 박 시장의 비판에 대해 “친문세력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냐”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넘지 않았으면 한다”고 설전을 이어갔다. 박신용철 정치선거 컨설턴트는 “안 대표가 출마선언을 할 경우 아무래도 일반 유권자 수준에서는 보은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겠느냐”며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고 쌓인 빚은 없다는 정치권의 시각과 다르게 ‘안 대표의 양보로 시장이 되었으니 이제는 박 시장이 양보할 차례’라는 뿌리 박힌 정서가 박 시장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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