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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료 부담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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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인 미만 음식·숙박업 매출 대비 임대료 9.4%로 인건비보다 높아

“영세사업자들에게 임금보다 더 큰 압박을 주고 있는 상가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들을 조속히 추진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상가임대료 부담 인하대책을 주문했다. 맞는 진단이다.

영세사업자들에게는 인건비 부담보다 상가임대료성 경비의 부담이 더 크다. 상가임대료성 경비 부담은 단순히 상가임대료만 계산하면 안 된다. 임대차기간 종료로 인한 점포이전비, 인테리어비, 매출감소 손실, 권리금 손실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2014년 도·소매업 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음식·숙박업 사업체의 매출 대비 상가임대료는 9.4%로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보다 0.1% 높다. 여기에 다른 상가임대료성 경비를 합하면 상가임대료성 총경비는 인건비 부담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금천교시장 골목에서 서촌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정근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금천교시장 골목에서 서촌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정근

임대료성 경비 합하면 인건비 훨씬 능가

2018년 최저임금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언론과 경제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온 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처럼 연일 부작용 사례를 거론했다. 정말 최저임금 인상이 의도와 다르게 중소상공인을 옥죄고 있을까. 그렇게 심각할까.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작년 7월 최저임금이 대폭 상승할 경우 과거 5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 이상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됨으로 인해 사업주가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인건비 증가분을 추정했다. 과거 5년 평균 최저임금이 7.42% 증가했는데, 2018년도 최저임금이 15% 인상됐을 경우 산업 평균적으로 인건비 부담은 추가로 0.8% 늘어났다. 사업체 규모별로 추가 인건비 부담 증가율을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이 2.25%로 가장 높다. 그 중에서도 음식·숙박업이 가장 인건비 부담 증가율이 큰데, 4.35%로 추정됐다.

이 수치를 음식·숙박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에 대입해 보면, 매출액 대비 인건비 증가율은 아주 미미하다. 5인 미만 음식·숙박업은 최저임금이 15% 상승한 경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9.7%로 약 0.4%만큼 증가한다. 월매출액 1000만원인 동네 식당은 인건비 부담이 한 달에 약 4만원 늘어나게 되는 꼴이다. 게다가 이는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의 효과와 사업주가 마련하는 경영전략의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추정치다.

최저임금 시행 후 아직 한 달도 안된 시점에서 사업주가 수익성 또는 유동성이 악화됐는지를 느끼기에는 이르다. 상권마다 최저임금 비명이 터져 나온다거나 자구책으로 감원과 무인화에 나섰고,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로 지난해 12월 고용률이 감소했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없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올해 경제전망 보고서에도 서비스업 업황은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등으로 가계소득 여건이 개선되면서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영세사업자에게 부담이 갈 수 있다. 대책으로 영세사업자의 수익성을 개선해 임금지불 여력을 키워야 한다. 그 첫째가 상가임대차의 안정이다. 영세사업자는 ‘조물주’가 아니라서 영업의 기반인 점포를 임차할 수밖에 없다. 점포에서 쫓겨나게 되면 치러야 할 비용이 크다.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 하는 데도 큰돈이 들고,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단골손님을 잃게 된다. 장사가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몇 달, 아니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렇듯 상가임대차 계약의 종료는 영세사업자 입장에서는 큰일이다.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주장 설득력 없어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차 계약기간을 5년까지만 보호해 준다. 너무 짧다. 상가임대차법이 제정된 2002년 이후 16년째 상가임차인들의 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5년 기간은 늘지 않았다. 현행 상가임대차법은 일제강점기 소작쟁의가 거세지자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조선농지령’보다 못하다고 한다. 월 1000만원 매출을 올리는 동네 식당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약 월 4만원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다. 5년치를 계산하면 약 240만원이다. 반면, 5년마다 한 번씩 점포를 옮긴다면 그 비용은 인테리어 공사비만 해도 수천만 원이 든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상가임대차 보호기간을 장기화하는 상가임대차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1월 26일자로 상가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9%에서 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적절한 방향이라고 본다. 하지만 상가임대차 보호기간 장기화 없이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 상한은 임대차기간이 보호되는 5년 내에서만 효력이 있다. 6년째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때에는 상가임대료를 100% 인상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세입자는 그만큼 인상해 주지 못하면 쫓겨나야 된다.

최근 종로의 한 식당 주인이 강제집행 과정에서 손가락 4개 반절단상을 입는 일이 벌어졌다. 건물주가 400% 인상을 요구했는데 그걸 맞춰주지 못하자 명도소송이 시작됐다. 건물주가 인상을 요구한 때가 임대차기간 7년차라서 인상률 상한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상률 상한이 영세사업주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상가임대차 보호기간의 장기화와 병행되어야 한다.

상가임대차 보호기간 장기화는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이 공약했다. 민생에는 여당·야당과 진보·보수가 없다. 정부는 느긋하게 올해 9월까지 상가임대차법 개정 준비를 완료하겠다고 하는데, 2월 임시국회에서 상가임대차법 개정을 미룰 이유도, 명분도 없다. 상가임대차 보호기간 장기화,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상가임대차 실태조사, 전통시장에도 권리금 보호조항을 적용하는 제도 등은 여·야·정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 2월 임시국회가 공약을 지키는 국회, 민생국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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