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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 공유’ 논란, 4차위의 한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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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합법 사이 애매한 경계… 4차산업혁명위서 해결 실마리 찾을지 관심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는 과연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까. 2014년 글로벌 기업인 ‘우버’가 한국 시장에 첫 진출한 이래 ‘승차 공유(라이드 셰어링)’ 서비스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애매한 문제로 남아있다. 법에서는 허가 받지 않은 자가용 자동차가 돈을 받고 운송업을 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우버 서비스에 대해 즉각적인 제재에 들어갔고, 2015년에는 법원에서 불법영업 판단을 받은 끝에 우버는 한국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타트업계를 중심으로 출퇴근시간대 운영되는 카풀앱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면서 승차 공유 문제는 다시 논란의 정점에 섰다. 카풀은 법에서도 예외적으로 허용한 사안이지만 택시업계는 변칙영업 등을 이유로 “사실상 택시 영업과 다를 바 없다”며 재차 반발 중이다. 논란은 커져가지만 주무부처와 지자체는 양쪽 눈치를 살피느라 명확한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미래산업으로 불리는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승차 공유 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는 스타트업계의 주장과 생존권 사수를 외치는 택시업계의 반론이 팽팽한 가운데 결국 4차위에서 이 문제가 논의된다. 4차위에서 이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가 다뤄지는 것은 처음이다. 출범 초기부터 현재까지 “여기는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곳이 아니다”라고 밝혀온 4차위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1일 강원도 원주 KT연수원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1일 강원도 원주 KT연수원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호한 예외조항이 분란의 싹

카풀앱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의 근원은 해석하기에 따라 합법인지 불법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법조항에서 시작한다. 우버 서비스를 불법으로 몰아넣었던 여객운수사업법 제81조에서는 자가용 자동차의 유료운송을 금지하는 동시에 예외조항으로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출퇴근시간대에는 자가용 자동차도 유료운송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예외조항으로는 ‘천재지변, 긴급수송, 교육 목적을 위한 운행 등’을 들고 있는데, 이 예외조항의 경우 허용 대상 및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는 반면, 출퇴근시간대 예외조항과 관련해선 아무런 제한사항이 없다.

더욱이 법에서는 출퇴근시간대가 정확히 ‘언제’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게 화근이었다. 카풀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처음에는 출퇴근시간대를 언제로 정할지를 놓고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마다 약간씩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출근시간의 경우 ‘오전 5시~오전 11시’, 퇴근시간의 경우 ‘오후 5시~익일 오전 2시’ 정도로 수렴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카풀앱 논란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지만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24시간 카풀’을 선언하고 나선 업체들이 나타나며 문제가 본격화됐다.

24시간 카풀의 근거로는 각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이 유연·탄력근무제 등을 도입하면서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출퇴근시간의 개념이 달라졌음을 내세웠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기업인 신세계만 해도 업무 특성에 따라 오전 8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을 허용 중이다. 법에서 명확히 정하지 않은 이상 출퇴근시간대에 대한 정의 문제는 결국은 유권해석의 문제가 되는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간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법에서는 출퇴근시간대 ‘몇 회’까지 카풀이 허용되는지, 운송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정해놓지 않았다. 예컨대 ‘출근 1회-퇴근 1회’ 등 하루 2회로 제한되는 것인지, 목적지 설정이나 변경은 어떻게 되는지 등도 언급된 바 없다.

이 같은 맹점 탓에 법이 허용한 출퇴근시간대 카풀로 볼 수 없는 변칙영업 형태가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 노원경찰서가 2017년 5월 모 카풀업체를 수사한 결과 카풀 운전자 중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가 큰 80여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대부분 운행 횟수가 ‘통상적인’ 수준을 뛰어넘거나 출발지와 도착지가 명확지 않은 등 실질적인 택시 영업행위로 의심될 만한 사안들이라고 당시 경찰은 설명했다.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도 카풀업체에 “24시간 영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스타트업계는 “규제가 과도하다”며 반발했다.

“신산업” VS “생존권” 팽팽

스타트업계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은 승차 공유 산업을 정부가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는 철퇴를 맞은 우버 서비스가 포함된 수치이긴 해도 2015년 2억명 수준이었던 전세계 라이드 셰어링 이용자는 2020년에는 5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2016년 15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라이드 셰어링 업계 투자금액도 2017년엔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4차위 민간위원이자 승차 공유 관련 분과를 담당 중인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2012년 설립된 중국의 승차 공유 업체 ‘디디추싱’의 경우 55조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해 인공지능과 무인자동차 기술에까지 투자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승차 공유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을 인식하고 택시업계 등과 상생방안을 찾는 등 대응에 이미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국내 시장을 우버쉐어 등과 같은 해외 업체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론도 등장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시장이 진입장벽이 낮고 시장 지배사업자도 없는 탓에 상대적으로 규제 압박이 덜한 대형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카풀앱 업체인 풀러스의 한 관계자는 “서비스 자체가 합법도 불법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는 탓에 승객들이 서비스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어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할 부분만 찾을 게 아니라 이 문제를 공론화해 사회적 판단을 받아보자는 게 스타트업계의 생각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김영란 실장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일반국민 1000명, 승차 공유 이용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각각 74.2%, 88.4%가 승차 공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공론화를 통해 승차 공유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검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택시업계는 카풀앱이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보다 강력하게 카풀을 규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2016년 5월 ‘한국 택시산업의 현황과 변화 대응’ 보고서를 보면 국내 택시산업의 시장규모는 2014년 기준 8조3000억원 규모로 전체 종사자는 28만명가량으로 추산됐다. 대중교통 이용 확산 등의 여파로 시장규모는 2011년(8조9000억원)보다 후퇴한 가운데 특히 개인택시 사업자들의 수익 감소가 눈에 띈다. 2001년 3157만원이었던 개인택시의 연간 1인당 운송수입은 2011년 3388만원으로 올랐다가, 2013년엔 3146만원으로 떨어져 10여년 전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카풀앱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택시 시장의 최대 20%가량을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6년 11월 보고서 ‘공유경제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에 따르면 이용자가 ‘쏘카’ 등과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이용을 줄이게 된 교통수단에서 택시는 23.2%로 버스 등 대중교통(29.8%)에 이은 2위로 나타났다. 승차 공유와 차량 공유는 서비스 형태는 다르지만 택시와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택시노동자들이 2014년 11월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참가해 불합리한 택시악법 철폐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택시노동자들이 2014년 11월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참가해 불합리한 택시악법 철폐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이미 수익 감소 문제로 기존 업계 내 법인택시 감차나 개인택시 면허의 단계적인 감축을 요구하고 있는 택시업계로서는 새로운 운송수단이나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영 중인 김모씨(63)는 “그간 대리운전앱, 쏘카앱 등 신기술이라는 명목으로 택시업계를 죽이는 경쟁 서비스가 너무 많이 나왔다”며 “가뜩이나 수입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 출퇴근시간을 빙자한 카풀앱 영업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공유경제를 빌미로 불법 유상운송 행위를 알선하는 카풀앱들은 즉각 불법 유상운송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운수사업법의 틈새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해당 법안의 취약한 부분도 정부가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통연구원 임서현 부연구위원은 “기존 운송업계에 대한 요금규제나 운행규제 완화, 탄력운행 허용 등 단기적으로는 기존 사업자들도 스타트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한국 실정에 맞는 개인 간 라이드 셰어링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4차위 해커톤이 정답일까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최종 공은 4차위로 넘어왔다. 4차위 관계자는 “1월 말쯤 해커톤을 열어 승차 공유 문제를 폭넓게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커톤은 4차위가 출범한 뒤 장병규 위원장이 제시한 집단토론방식이다. 특정 주제에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논의하는 일종의 ‘끝장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첫 번째 해커톤에선 핀테크, 위치정보보호법, 혁신의료기기 등 세가지 분야에서 토론이 진행됐다.

핀테크 등의 주제 역시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없진 않았지만 승차 공유 문제만큼 첨예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4차위가 해커톤을 통해 승차 공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장 위원장은 평소 “4차위는 특정 정책에 대해 결론을 내는 기구가 아니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는 곳”이라는 소신을 밝혀왔지만, 해커톤에서도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승차 공유 문제를 풀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해커톤이 원만하게 열릴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전에도 승차 공유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여러 번 마련됐지만 번번이 성사되지 못하고 무산됐다. 2017년 11월 20일에는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주도로 ‘스타트업 발전을 위한 규제개선 토론회’를 개최하려다 당일 아침 택시업계에서 토론장을 찾아와 토론회 개최 목적 등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 끝에 취소됐다. 이보다 앞서 서울시가 같은 달 14일 개최하려던 ‘카풀서비스 범사회적 토론회’ 역시 택시업계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무산됐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김수민 의원이나 서울시가 개최한다던 토론회들은 기본적으로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자는 전제 하에 진행되던 것들”이라며 “생존권을 위협받는 개인택시업계가 이런 토론회에 참여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4차위의 해커톤에서도 승차 공유 문제는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12월에 열린 첫 번째 해커톤에 본래 승차 공유 문제도 들어있었지만, 이 역시 택시업계가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서 제외됐다.

4차위는 1월 말 예정된 해커톤에 참석해달라고 재차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에 공문을 보낸 상태다. 택시업계가 이번 해커톤에도 보이콧을 선언할 경우 ‘이해당사자 간 끝장토론’을 취지로 하는 4차위의 해커톤은 또다시 연기되거나, 개최된다 해도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참석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각 시·도별 조합의 의견 등을 종합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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