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야심찬 에너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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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석탄 제로화 추진… 태양광·풍력 대폭 확대

문재인 정부가 지난 12월 14일과 20일 ‘탈원전·탈석탄’ 밑그림이 담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차례로 발표했다. 2017년 전체 발전량의 23.1%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2030년 38.8%까지 확대하는 게 최종 목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난 9년간 경제성과 수급안정 논리를 앞세워 원자력·석탄발전 확대에만 집중했다. 이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환경과 안전을 고려해 청정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중장기 에너지 정책을 수립한 것이다.

사고 가능성·환경오염 등 고려해야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15년간 국내에 전기가 얼마나 필요한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다. 2년마다 수정되는 이 계획에는 어떤 발전소를 어디에, 얼마나 더 지을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8차 수급계획에는 전력 공급 시 환경요인을 고려하는 ‘환경급전(環境給電)’의 원칙이 대폭 반영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경제급전(經濟給電)’의 원칙에 따라 연료가 상대적으로 싼 원자력·석탄발전소를 먼저 돌리고 전력이 부족하면 신재생에너지·LNG발전소를 가동했다.

지난 12월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통상·에너지소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정부가 제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지난 12월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통상·에너지소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정부가 제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8차 수급계획에 따라 향후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석탄발전 의존도는 단계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현재 가동 중인 24기의 원자력발전소는 2030년 18기로 감축된다. 운전 승인 만료일이 2022년 11월 29일인 월성 1호기는 2018년부터 발전설비에서 조기 제외된다. 신규 원전 6기 건설계획은 모두 백지화됐고, 현재 가동 중인 노후 원전 10기의 수명 연장도 금지됐다. 이렇게 되면 원자력발전 비중은 2017년 30.3%에서 2030년 23.9%로 급감하게 된다.

석탄발전소의 경우 가동 자체에 제약이 가해진다. 일단 내년부터 30년 이상 된 모든 석탄발전소의 봄철(3~6월) 가동 중지가 정례화된다. 석탄발전과 LNG발전의 가격경쟁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 생산단가에 배출권 거래비용, 약품처리비, 석탄폐기물 비용 등 환경비용도 추가된다. 여기에 발전연료 세제 조정을 통해 LNG발전의 가격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석탄발전 비중을 2017년 45.3%에서 2030년 36.1%로 줄이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국내에서 통용되는 원자력발전 단가에 사고 가능성과 입지 선정 갈등 등 ‘외부비용’까지 더하면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의 가격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업조직학회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12월 28일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아트센터에서 열린 ‘균등화 발전비용 공개토론회’에서 균등화 발전비용을 적용하면 30MW 이상 대규모 태양광발전은 2020년대 중반~2020년대 말 경제성 측면에서도 원자력발전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

균등화 발전비용이란 현재 발전원가에 사고 가능성이나 환경오염, 입지선정 갈등 등 외부비용을 합친 가격을 말한다. 현재 정부에서 매기는 발전단가에는 중대사고 발생 우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나 고압 송전선로 입지선정 갈등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이 전혀 고려돼 있지 않다. 외부비용을 적용하지 않은 발전단가는 풍력이 가장 비싸고 태양광, LNG, 석탄, 원자력 순이지만 이 같은 계산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민간부문에서 총 100조원을 투입해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풍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국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발전공기업 6개사에서 협동조합·농민(100㎾ 미만)과 개인사업자(30㎾ 미만) 등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20년간 의무적으로 구매해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 자가용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다 사용하지 못하고 남은 전력은 한국전력공사에서 구매한다.

문재인 정부 야심찬 에너지 정책

환경단체 “실질적 효과 여전히 미흡”

연장선상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의 첫 번째 ‘액션 플랜’도 등장했다. 정부는 강원 정선의 함백 폐광부지에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총사업비 33억4800만원을 투입해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다고 지난 12월 27일 밝혔다. 이 사업은 폐광부지를 활용해 태양광발전을 한다는 점에서 일명 ‘태양광 광산’으로 불린다.

함백 폐광부지를 활용한 사업에서 대한석탄공사는 해당 부지를 무상으로 20년간 제공하고,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사업비를 투자해 발전사업을 진행한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발전사업에 따른 초과수익을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받아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에 전액 투자하게 된다. 정부는 ‘태양광 광산’ 사업 활성화를 위해 추가로 태백시·문경시·보령시 등 7개 폐광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인·허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는 실질적인 ‘탈원전·탈석탄’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0월 공론화위원회 정책 권고에 따라 건설이 재개된 신고리 5·6호기와 완공이 임박한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까지 총 5기의 원전이 현 정부 임기 중 추가로 건설된다. 또 LNG발전으로 전환이 추진되던 삼척포스파워 1·2호기도 “최고 수준의 환경관리를 실시한다”는 부대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당초 계획대로 석탄발전으로 지어진다.

녹색연합은 “신규 석탄발전소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게 불가능했다면 적어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엄격한 기준치를 제시하고 이를 맞추지 못하면 퇴출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여전히 과잉인 전력 수요 전망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원자력·석탄발전소 설비계획에 제대로 손도 대지 못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야심찬 에너지 전환 선언에도 불구하고 취임 후 첫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라고 논평했다.

<구교형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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