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주간경향」이 주목한 인물-윤석열

파격 승진한 ‘돌아온 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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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실화냐?'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빗대어 쓰던 인터넷 유행어는 이제 일상어가 됐다. 이유가 있다. 지난 9년간 시민들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사실'인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했다. 검찰은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둘렀고, TV에서는 비가 오면 소시지빵이 잘 팔린다는 따위의 뉴스가 흘러나왔다. 고된 시간을 보낸 우리 사회는 2017년 달라지고 있다. <주간경향>은 올해의 인물인 문재인 대통령 외에도 올 한 해 동안 주목 받은 인물을 선정했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떠오른 인물들이 눈에 띈다. 올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적폐청산의 숙제를 풀고 있는 인물들이다. 2017년, 변화의 선두에 이들이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0월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0월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무도 그가 돌아올 줄 몰랐다. 촛불이 전국을 뒤덮고 박근혜 정권이 몰락할 당시에도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고 기억에서 멀어져간 그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것도 서울중앙지검장이 돼서 돌아올 줄은 몰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돈봉투 만찬’으로 물의를 빚고 사표를 제출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승진, 임명했다. 나이는 문무일 검찰총장보다 1살 많지만 사법연수원 23기인 그의 승진은 파격 그 자체였다. 이영렬 전 지검장은 18기였다. 통상 한 기수 아래에서 후임이 임명되는 관행이 깨진 것이다. 거기다 몇 년째 고등검찰청만 전전하던 그가 아니었나. 검사들 사이에서 고검 발령은 옷 벗을 준비를 하라는 신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듯 박근혜 정부에서 탄압 받았던 인사를 승진시킨 것은 검찰 인적쇄신과 적폐청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지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때 특별수사팀장으로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직원들을 체포하는 등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 의혹을 파헤치다 좌천됐다.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1심 재판 도중 수사팀이 해체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특별수사팀원이었던 단성한·김성훈·이복현 검사가 ‘주요 재판 중인 사건이 있을 경우 인사발령을 내지 않는다’는 관행을 깨고 지방으로 흩어졌다. 첫 공판부터 법정에서 현장지휘를 하던 윤석열 팀장은 공소유지 자체가 난항을 겪으면서 법정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2013년 10월 21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 나와 작심한 듯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또 지금의 그를 상징하는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그해 11월 8일 감찰위원회를 열어 윤석열 팀장(당시 여주지청장)과 박형철 부팀장(당시 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에게 각각 정직 3개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상부보고 누락’이 이유였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도 감찰본부의 징계청구를 받아들여 윤 팀장과 박 부팀장에 대해 각각 정직 1개월, 감봉 1개월을 의결했다. 박형철 부장은 이후 검찰을 떠났다. 윤석열 팀장도 대구고검, 대전고검을 전전했다.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윤석열 팀장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지난해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을 맡으면서다. 박영수 특별검사(65·사법연수원 10기)는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지명했다. 그는 보복수사 가능성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1심 재판도 막바지다. 여전히 꺼지지 않은 촛불민심은 앞으로도 그가 적폐청산을 위해 검찰 안팎에서 얼마나 날카로운 칼을 휘두를지 기대하고 있다. 촛불민심은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에서도 그러했듯 좌우를 가리지 않고, 정권에 구애받지 않는 소신 있는 한 명의 검사,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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