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죽음의 조 한국, 리우올림픽만 같아라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신태용 감독이 러시아월드컵에서 한 줄기 품은 희망이 있다. 그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공교롭게 조 편성에서 독일과 멕시코를 만났지만, 독일과 3-3으로 비긴 뒤 멕시코에 1-0으로 이겨 8강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걱정했던 악몽이 실현됐다.

신태용 감독(47)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과 멕시코, 스웨덴과 함께 F조에 편성됐다.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끝난 32개국 조 추첨 결과 독일·멕시코·스웨덴과 16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8개조 중에서 F조는 강팀이 모인 ‘죽음의 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월드컵은 내년 6월 14일 개막해 한 달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치 등 러시아 11개 도시에서 펼쳐진다. 32개국이 4개국씩 8개조로 나뉘어 치르는 조별리그에선 각 조 1·2위가 16강에 진출한다. 16강부터 시작되는 토너먼트를 거쳐 우승컵을 다투는 결승전은 7월 15일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이 9회 연속 본선에 오르는 무대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처음 본선을 경험한 이래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이번 러시아월드컵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본선을 밟았다. 역대 최고 성적은 안방에서 열렸던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이다. 원정을 따졌을 땐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것이 최고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에서 남아공에서 이뤘던 16강 진출 재현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 결과를 받은 후 12월 3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 결과를 받은 후 12월 3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험난한 F조… 희박한 16강 가능성

한국이 본선에서 만날 유럽의 독일과 스웨덴, 북중미의 멕시코는 그 누구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들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9위의 한국으로선 더욱 버겁기만 하다.

‘전차군단’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독일은 FIFA 랭킹 1위이자 2014년 브라질월드컵 우승팀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프랑스와 브라질 등과 함께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이번에 우승하면 브라질과 나란히 역대 최다우승국(5회)이 된다.

‘북중미의 맹주’ 멕시코(16위)는 월드컵 본선에서 6회 연속 16강에 진출한 강자다. 멕시코는 러시아월드컵을 1년 앞두고 열린 올해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4강까지 올랐다. 신체조건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기술이 좋아 까다롭다. ‘바이킹 군단’ 스웨덴(18위)도 유럽예선에서는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누르고 본선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탈리아가 본선에 오르지 못한 것은 60년 만에 처음이다. 스웨덴은 탁월한 신체조건을 앞세워 수비가 탄탄하고 끈끈한 팀 플레이가 강점이다.

미국의 ‘야후스포츠’가 조 추첨이 끝난 직후 한국을 일컬어 “조 추첨의 패자”라고 지목했고, 영국의 ‘가디언’은 “한국이 죽음의 조에 빠졌다”고 탄식했을 정도다.

미국의 통계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 Eight)가 조 추첨이 끝난 직후 스포츠 전문매체 의 사커 파워 인덱스(SPI)와 엘로(Elo) 지표 등을 종합해 각 조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예측한 것도 한국의 우울한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사이트는 한국이 16강에 오를 확률이 전체 32개국 가운데 30번째인 18.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한국과 F조에서 싸울 독일의 16강 진출 확률은 82.5%였고, 멕시코는 51%, 스웨덴은 48.2%였다. 한국보다 확률이 낮은 나라는 G조의 튀니지(27위·14.8%)와 A조의 사우디아라비아(63위)뿐이다.

축구팬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 축구팬은 F조에 속한 4개국인 멕시코(MEXICO), 한국(KOREA), 스웨덴(SWEDEN), 독일(GERMANY)의 영문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 쉬운(EASY) 조가 될 것이라고 비꼰 것이다. 결과 예측이 쉬울 뿐만 아니라 최약체로 분류되는 한국에겐 힘겨운 승부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신 감독은 죽음의 조에 빠졌다는 사실에 절망하지 않고 있다.

사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은 줄곧 최약체였고, 16강에 오르려면 우리보다 강한 3팀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한국은 매번 도전자였다.

월드컵 죽음의 조 한국, 리우올림픽만 같아라
월드컵 죽음의 조 한국, 리우올림픽만 같아라

목표는 1승… “그래도 희망은 있다”

신 감독이 러시아월드컵에서 한 줄기 품은 희망은 독일과 멕시코를 상대로 좋은 경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공교롭게 조 편성에서 독일과 멕시코를 만났지만, 독일과 3-3으로 비긴 뒤 멕시코에 1-0으로 이겨 8강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신 감독은 “올림픽에서도 죽음의 조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선수들도 반드시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표팀 주장 기성용(28·스완지시티)은 “쉽지 않은 조에 들어왔지만 월드컵은 어떠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고, 득점을 책임져야 하는 에이스 손흥민(25·토트넘)도 “나는 아직도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브라질의 눈물을 기억한다. 어떤 팀이든 우리보다 강팀이고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 2014년 브라질의 눈물이 웃음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한국이 의지를 현실로 바꾸려면 본선까지 남은 반 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신 감독은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에 참가한 뒤 내년부터 바쁘게 월드컵 본선 준비에 들어간다. 먼저 12월 15일 모스크바 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베이스캠프를 꾸린 뒤 차근차근 국내파와 해외파의 기량을 점검한다.

신 감독은 “조 추첨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니다”라며 “독일은 분명 어려운 상대다. 스웨덴과 멕시코는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확률은 낮지만, 스웨덴과의 첫 경기를 잘 치르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다.

<황민국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