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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년층 주거빈곤율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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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계속 증가 2015년엔 37.2%… 주택 이외 거주자도 9.8%로 늘어

반지하방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는 한 여성의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반지하방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는 한 여성의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옥고. ‘지옥의 고통’이란 뜻의 이 단어가 언제부턴가 청년세대의 주거빈곤을 표현하는 단어가 됐다. 이 말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10월 청년유니온과 민달팽이유니온이 주최한 한 토론회에서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합쳐 ‘지옥고’로 부른 이후 지금까지 간간이 사용되는 표현이다.

지난 10월 한국도시연구원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및 주거빈곤 가구 실태 분석’ 보고서에서 전국의 주거빈곤 가구 숫자를 분석했다. 분석에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1995~2015년) 원자료가 이용됐다. 연구원의 분석 결과 1995년 46.6%에 달하던 전국의 주거빈곤 가구 비율은 2015년 11.6%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으로 주거빈곤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수도 서울이다. 1995년만 해도 서울의 주거빈곤율은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하지만 2015년 서울의 주거빈곤율은 18.1%로 전국 평균인 12.0%보다 높았다. 그 다음으로 경북(13.1%), 제주(13.0%), 강원(12.6%) 순으로 주거빈곤율이 높았다.

[표지이야기]서울 청년층 주거빈곤율 ‘역주행’

서울 주거빈곤율 18.1%로 가장 높아

보고서의 ‘주거빈곤’은 법으로 정해진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 집에 사는 가구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집 아닌 집’에 사는 모든 가구를 포함한 개념이다. 주거기본법은 시설과 면적에 따른 최저주거기준을 정하고 있다. 특히 부엌, 화장실, 목욕시설 중 어느 하나라도 단독 사용이 아닌 경우 최저주거기준을 미달한 집이다. 주거빈곤 가구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 가구뿐만 아니라 옥탑방이나 지하방에 거주하는 가구, 고시원이나 비닐하우스 등 주택 이외의 거처(오피스텔 제외)에 사는 가구를 모두 더한 것이다.

여러 계층 중에서 주거빈곤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계층은 혼자 사는 청년층이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20~34세) 1인가구의 주거빈곤율은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엔 37.2%에 달했다. 한국도시연구원은 “다른 세대에서는 한 번도 관찰되지 않던 역주행”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의 청년 1인가구의 주거빈곤은 비율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양도 늘어나고 있다. 1995년 590만여 가구이던 전국의 주거빈곤 가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5년에는 227만여 가구로 집계됐다. 반면 서울의 청년 1인가구 중 주거빈곤에 빠진 가구는 1995년 12만여 가구에서 2000년 7만2000여 가구로 줄어들었다가 이후 꾸준히 늘어나 2015년에는 14만7000여 가구가 주거빈곤층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에 사는 청년 1인가구 중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에 삶의 터전을 잡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1995년의 경우 서울의 1인 청년가구 중 고시원 등에 사는 비율은 0.4%(866가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년 뒤 이 비율은 9.8%(3만8000여 가구)로 늘어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1인가구 중 주거빈곤층이 밀집한 곳은 서울 관악구, 동작구, 성북구 등 대학교 인근 지역이다.

[표지이야기]서울 청년층 주거빈곤율 ‘역주행’
[표지이야기]서울 청년층 주거빈곤율 ‘역주행’

주거정책 취약계층도 확대

‘고시원 생활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청년 1인가구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전반적으로 관찰된다. 1995년에는 서울과 경기 주민 중 2만5000여 가구가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에서 생활했으나, 2015년에는 7배 가까이 늘어난 17만3000여 가구가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원은 “노인, 장애인 등 전통적인 주거 취약계층 외에 아동, 청년 등 주거정책에서 새롭게 주목해야 할 주거 취약계층도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보고서는 최저주거기준 관련한 통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5년 주기로 발표되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기준으로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2년 주기 주거실태조사는 인구주택총조사보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수를 적게 발표한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전국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수는 156만여 가구인 반면, 2016년 주거실태조사에서는 103만 가구로 큰 격차가 나타났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적절한 주거’의 의미에서는 사는 공간의 상태뿐만 아니라 가구가 주거비를 부담할 수 있는지 여부도 포함된다. 하지만 가구의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비율(RIR)에 대한 일관된 통계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소득 1분위 가구의 RIR가 51.1%로 나타난 반면, 같은 해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서는 저소득층의 RIR가 23.1%로 나타나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도시연구원은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는 주거정책 추진을 위해 주거빈곤 가구 규모를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은 주거복지정책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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