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 날아오르는 저비용항공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제주항공, 올 매출 1조원 예상… 진에어·티웨이도 최대 실적

저비용항공사들(LCC)이 비상하고 있다. 국내에 등장한 지 12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실적만 놓고 보면 대형 항공사들을 주눅 들게 할 정도다.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노선을 확장하고 항공기 보유대수를 늘리는 등 몸집을 불리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3분기에 매출 2666억원과 영업이익 404억원을 기록해 각각 역대 분기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기간 대비 매출은 20.3%, 영업이익은 5.9% 증가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올해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주항공을 뒤쫓고 있는 진에어도 필리핀 노선 수익성 저하 등의 여파로 3분기 기대에 못미친 실적을 기록했지만, 3분기 누계 기준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진에어의 3분기 누계 매출은 65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6% 늘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진에어 제공

/진에어 제공

대형항공사는 순이익 크게 떨어져

티웨이항공도 올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2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6% 증가했다. 매출액은 16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다.

4분기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역대 최다 해외 출발 여행객을 기록한 10월 황금연휴 실적이 있는 데다, 사드 해빙 분위기에 따라 중국 노선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대형 항공사들의 성적표는 기대에 못미쳤다.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은 35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7% 감소했고, 매출은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616억원으로 무려 87.9%나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매출은 4.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1.6% 감소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LCC 시장을 꾸준히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LCC업체들은 앞다퉈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잇따라 신규노선에 취항하는 한편, 항공기 보유대수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11월 중순 기준 국내 LCC사가 보유한 항공기 대수는 118대다. 여기에 올 연말까지 6대가 추가로 늘어날 예정이다. 10월 말 기준 대한항공이 160대, 아시아나항공이 82대의 항공기(화물기 포함)를 운용 중이다. LCC 항공기 보유 증가추세를 감안하면 수년 내 대형 항공사들의 보유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붕붕 날아오르는 저비용항공사

저비용항공, 2019년 동유럽 취항 계획

국내 LCC 중 기단이 가장 큰 제주항공은 31기(연말 기준)를 보유 중인데, 내년에 7~8기를 추가해 기단이 40대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진에어도 2020년까지 매년 4~5대의 신규 항공기종을 도입해 38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기준 좌석수 189석의 항공기(B737-800)는 20대에서 30대로, 좌석수 393석의 중대형 항공기(B777-200ER)는 4대에서 8대로 두 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올해까지 20대의 항공기를 운용한 뒤 내년에는 항공기 보유대수를 25대, 2020년에는 30대로 늘릴 계획이다. 오는 2025년에는 대형기 10대를 포함, 총 50대의 항공기를 운용한다는 구상이다

붕붕 날아오르는 저비용항공사

공격적인 노선 확장도 잇따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9월 인천∼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을 신규 취항한 데 이어 일본·베트남 주요 도시에 신규노선을 잇따라 취항한다. 현재 11개국 36개 노선을 운용 중인 진에어는 앞으로 52개 도시에 79개 노선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2019년부터는 국내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성수기에 동유럽을 취항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진에어의 경우 공격적인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책으로 제주항공에 이어 12월 8일 국내 LCC 두 번째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12월 15일부터 인천~타이중, 12월 17일부터 인천~가오슝 노선에 신규 취항하는 티웨이항공의 경우 2020년에는 중·대형기를 도입, 유럽 및 북미 노선 운항을 개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티웨이항공 역시 이를 위해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 포화 우려로 과당경쟁 위험이 없지 않은 데다, 중국발 LCC의 가성비 공세가 시작되면 국내 LCC 전성기가 예상보다 짧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국내만 봐도 두 곳의 사업자가 LCC 항공운송면허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에어로케이와 플라이양양은 지난 6월 국토교통부에 항공운송면허 허가를 신청했지만 반 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국토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장 포화를 우려한 기존 LCC업체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국토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관측이다. 원래대로라면 국토부의 결정은 신청 50일 이내에 내려져야 하지만 국토부는 두 차례나 결정을 연기한 채 기존 항공사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청주공항과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LCC의 경우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해외여행객 수요 시장 포화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가 국내 LCC 사업의 지속성장 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응,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로운 IFRS는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리스를 자산부채로 잡는다. 리스로 상당수 항공기를 운용 중인 국내 LCC들의 부채비율이 치솟을 수밖에 없고, 부채비율 급등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 자금 순환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KDB산업은행 자료를 보면 2019년 이후 국내 LCC 대부분의 부채규모가 180% 이상 치솟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LCC 전성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이지만 중국을 위시한 국내외 경쟁 심화와 회계기준 변경 등을 고려하면 그 전성시대가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 있다”면서 “외형 확대 경쟁보다 재무건전성 등에 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hjlee@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