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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에 찾아온 “I can work”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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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 찾아가는 일자리 사업…

직장 알선과 더불어 꾸준한 상담으로 위로와 용기 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주민 여러분께 안내방송을 드립니다.”

또 시작됐다. 두 달째였다. 지난 4월 3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아파트 단지. 매주 월요일마다 오전 10시가 되면 똑같은 안내방송이 울렸다. 서울시에서 보낸 직업상담사가 와 있으니 취업이나 이직 상담을 원하는 사람은 관리사무소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주민 박수정씨(47·가명)는 방송이 시작되자 안절부절못했다. 이것도 두 달째였다.

마흔 넘은 여자. 2009년 12월 사표를 던질 때만 하더라도 박씨는 이 여섯 글자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박씨는 대학에서 영여영문학을 공부하고 외국계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문화예술 전시·기획 등의 업무를 하며 11년 가까이 일했다. 마흔을 앞두고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나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조금 쉬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싱글이라 육아부담도 없었다. 하지만 구직을 시작하면서 박씨는 두껍고 견고한 벽과 마주쳤다. 이전의 경력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곳에서는 박씨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학원가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말해줬다. “강사가 나이가 많으면 엄마들이 싫어해요”,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아요.” 구직사이트에서 ‘40대 여성직원 모집’이라고 뜬 곳은 대부분 최저시급 일자리였다. 문을 두드려보면 “많이 배운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하려고 해요? 우리는 당신 같은 사람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나에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40세 넘은 여성의 일자리는 경력이나 학력과 무관하다고.’ 세상에 대한 원망이 피어나더니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번졌다. ‘내가 잘못했네. 시체가 되든 환자가 되든 버텼어야지.’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래미안위브단지 107동 앞에 설치된 SH공사의 일자리상담 안내. 주민들이 매일 드나드는 아파트 동 입구에 설치돼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래미안위브단지 107동 앞에 설치된 SH공사의 일자리상담 안내. 주민들이 매일 드나드는 아파트 동 입구에 설치돼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직업상담사들이 매주 단지 방문

40대 대졸 여성을 흔쾌히 받아주는 곳은 보험회사 영업판매와 콜센터뿐이었다. 최선을 다해 일하기로 했지만 적응할 틈도 없이 실수나 실적으로 관리자들의 질책을 받아내야 했다. 매일 울면서 퇴근했고 건강이 다시 악화됐다. 우울증과 건강 악화, 실직과 복직을 반복하는 사이 부모님이 차례로 돌아가셨다. ‘내 딸이 왜 이렇게 됐을까’라며 슬퍼할까봐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는데, 눈 감기 전에 비친 딸의 모습이 부모님 마음에 맺혔을 것만 같았다. 끝내 1년 가까이 실업상태가 됐다. 밤에 잠들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오직 운동에만 매달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무렵 아파트의 안내방송이 시작됐다. 들을 때마다 가슴이 들썩거리면서도 어딘가 서글퍼졌고 발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가도 될까? 정말 어려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는 곳 아닌가? 나 같은 사람이 가면 공연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는 것 아닐까?’ 마흔 일곱. 꿈이나 희망을 좇아 취업하기에는 늦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 같았다.

이날 따라 방송은 한 시간 간격으로 울렸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영 안 오는 모양이었다. ‘코앞에 와 있다니까 가보기나 하자.’ 박씨가 상담사에게 던진 첫 마디는 이랬다. “죄송해요. 저 같은 사람이 와서. 더 어려운 사람이 찾아왔어야 하는데….”

박씨가 사는 곳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마련한 임대아파트다. 박씨는 2006년 입주했다. SH공사는 지난해 10월부터 33개 임대주택 단지(4만5726세대)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임대주택 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안내방송이 울린 이유였다. 공인자격증을 취득하고 서울시 뉴딜 일자리 사업단이 고용해 교육한 직업상담사 17명이 날마다 돌아가며 각자 맡은 SH공사 산하의 임대주택 단지를 방문했다. 고용노동부나 지방정부 등 다양한 공공기관이 취업 및 고용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구직자들이 사는 곳으로 직업상담사들이 찾아가는 형태는 처음이었다. 2011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거주 가구의 38.5%가 가장 시급한 복지서비스로 ‘고용서비스’를 꼽았다. 그 중에서도 ‘일자리 제공’(17.6%)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들었다. 임대주택 주민들의 실업률은 평균보다 약 3배 더 높다고 SH공사는 보고 있다.

임대 입주민 실업률 평균보다 3배 높아

박씨는 이력서를 상담사에게 내밀었다. 이력서를 읽어본 상담사의 눈빛이 ‘많이 힘들었겠네’라고 말하는 듯했다. “40살 넘은 여자들이 어떤 벽에 부딪치는지 공감해줬어요.” 정작 직업상담보다 그동안 “혹독하게 무너지고 짓밟혔던 경험”을 털어놓는 데 상담시간을 다 썼다. 마음이 후련해졌다. 하지만 박씨가 어떤 일자리를 구하면 좋을지 상담사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인 눈치였다. 여전히 서류에서 탈락하는 것도 마찬가지였고, 상담사가 소개해준 공채에 응시했지만 사실상 내정자가 있던 형식적인 공채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적도 있었다. 그래도 달라진 것이 있었다. “저더러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을 따라고 권했습니다. ‘내가 엑셀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인데 뭐 하러 자격증을 따야 하느냐’고 했지만, 제 이력서를 처음 읽는 사람이 어떤 느낌을 가질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주면서 설득하니까 따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렴하게 배울 수 있는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를 소개해줘서 그곳을 이용했는데 거기 선생님도 무척 잘 대해줬습니다. 상담사가 중간에 바뀌었는데 인수인계를 잘 해줘서 다음 상담사 분이 저에 대해서 거의 다 알고 있었어요. 생판 모르던 남이 일 때문에 저를 만난 사람인데 제 문제에 이렇게 고민해주고 해결하기 위해 같이 백방으로 뛴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됐습니다. 가족들에게는 걱정하거나 실망시킬까봐 이런 말들을 못 하잖아요.”

운동강사가 된다는 목표가 생겼다. 몸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적성에 맞았다. 생활체육지도자 2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다른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다. 자격증을 준비하려면 돈이 필요했지만 풀타임 근무는 어려웠다. 기존의 경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도 무언가를 새로 준비하려면 돈과 시간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에 좌절한다. 상담사는 5시간짜리 공공근로 일자리를 권했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는데 이주노동자 등 외국인들이 자주 방문해 박씨의 영어실력이 도움이 됐다. “공공근로는 저 같은 40대는 지원할 수 없는 일인 줄 알았어요. 생각보다 공공근로의 영역이 넓다는 사실도 상담사 덕에 알게 됐습니다.”

박씨는 11월부터 한 공공기관에서 공연기획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모처럼 이전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어 지원했다가 채용됐다. 전일제 일자리라 운동강사 준비는 겨를이 없어 잠시 중단했지만 크게 걱정스럽지 않다. 해고되는 것도 크게 두렵지 않다. “지금 돈을 벌어서 나중에 준비를 하면 되죠.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나를 한심하게 생각할까’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몇 달을 거치면서 달라졌습니다. 월급이 이전 직장생활 때보다는 적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혼자라면 못했을 거예요.” 기존의 고용정보센터와 달리 일자리를 소개받고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취감과 좌절감 등을 꾸준히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었다. ‘찾아오는 서비스’라 가능했던 것이다. 박씨는 “상담사 분들이 제가 구직의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해줬다”며 “구직자들은 자신의 탓이 아닌 이유로 좌절하고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 잡아주는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정씨를 비롯한 동작구 지역을 담당하는 김영미 직업상담사도 꾸준히 오랜 시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일자리 사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김 상담사는 “직업정보 제공보다는 상담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일이다. 수정씨의 경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솔직하게 말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총 2851명이 상담을 받고 902명이 취업했다. 취업자의 64.4%가 취업으로 삶의 활력이 생겨나고 생활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사업을 추진하는 쪽에서 좀 더 중요시하는 지표는 후자이다. 하경숙 SH공사 주거복지기획부 과장은 “취업실적을 평가하는 기존의 일자리 사업과 달리 우리는 상담실적을 더 중요시한다. 생각보다 취업실적 자체가 높기도 하지만, 취업실적을 평가하면 상담 내용이 부실해진다”며 “정책을 느리게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자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일자리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 지역 주민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취업자 수 자체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거울을 보고 있다. 경비직종 일자리는 60세 이상 남성들이 취업하는 대표적 직종이다. SH공사의 취업자 902명 중 37명이 경비업종에 취직했다. / 김창길 기자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거울을 보고 있다. 경비직종 일자리는 60세 이상 남성들이 취업하는 대표적 직종이다. SH공사의 취업자 902명 중 37명이 경비업종에 취직했다. / 김창길 기자

취업실적보다 상담실적을 더 중요시

‘숫자’에 얽매이지 않으면 다양한 것이 보인다. 사업을 진행하는 측에서도 끊임없이 좋은 일자리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취업자들의 86.7%는 과거에 일한 경험이 있었다. 이전의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로 계약기간 만료(25.6%)와 건강문제(23.1%), 근로조건이 맞지 않아서(17.9%)라는 세 가지 요인이 컸다. 특히 장년층 이상의 경우 건강을 해치지 않고 집 가까운 곳에서 일하기를 희망했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서울 수서지구의 임대아파트에 사는 조강훈씨(60)도 그 중의 하나다. 그는 30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일한 베테랑 목수였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좀 더 일할 수 있었지만 건강을 챙기기 위해 목수 일을 그만뒀다.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일을 했기 때문에 이제라도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했다.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홍보 팸플릿을 보고 찾아가 직업상담사의 소개를 거쳐 오전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서 청소일을 한다. 자동차로 8분가량 걸리는 곳이다. 급여는 목수일의 3분의 1 수준이다. 새벽에 대중교통이 없어 택시를 타고 출근하지만 만족스럽다. 한쪽 팔을 사용하기 불편한 한지희씨(가명·43)는 재택근무를 소개받았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경비로 근무하는 김용희씨(62)는 아픈 아내를 돌보기 위해 7년 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쉬다가 다시 취업한 경우다. 김씨는 “아내가 밤에 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서 낮에만 하는 일을 찾았다. 집에만 있다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즐겁다”고 말했다. 그 역시 강서구에 산다

하경숙 과장은 “사회에서 말하는 좋은 일자리만 선호할 줄 알았는데 시간제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사일을 하거나 아픈 사람을 돌보기 위해서다. ‘좋은 일자리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일자리가 꼭 좋은 일자리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속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담이 중요한 이유다. 찾아가는 임대주택 일자리 사업은 내년부터 규모를 늘려 서울시내 SH공사 산하 67개 단지에 34명의 상담사들을 파견한다. 상담사들은 2인 1조로 팀을 이뤄 활동한다. 상담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상담 결과는 워크숍을 통해 서로 공유된다. 월곡동 등 서울 북부지역에서 활동하는 전지영 상담사는 한 70대 요양보호사의 이야기를 전했다. “70대 여성인데 80대 남성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일을 소개시켜드려 하게 됐습니다. 무척 힘들어 하셨습니다. 그만두려고 하시다 ‘그러면 그 할아버지가 상처 받을 거 같다’며 이 할아버지가 중증 요양병원에 가기 전까지 일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 이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한 사람의 마지막을 끝까지 책임진 일이잖아요. 조건 등등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고 죄송하면서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공기업이 만든 동네 살기 좋은 곳으로”

박수정씨의 경우 이력서를 직접 작성해 상담사를 찾아왔다. 드문 경우다. 서울메트로 차량정비원으로 지난 11월 20일부터 출근하는 김인종씨(26)는 이력서를 쓰는 법을 찾아가는 일자리 사업을 통해 배웠다. 그는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딱히 적성이 무엇인지 몰랐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5년 동안 방황했다. 고교시절 선생님 추천을 통해 들어간 첫 직장에서 적응을 못해 권고사직을 당하며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김씨 역시 엘리베이터에서 공고를 보고 상담사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적성에 대한 상담을 했고, 두 번째는 이력서 쓰는 법을 배웠다. 세 번째는 상담사가 소개한 지역 취업박람회에 다녀왔고, 본인이 다른 취업박람회를 직접 알아보기도 했다. 모의면접도 연습했다. 누구나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했던 능력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익힌 것이었다. 시간과 비용, 인맥이 부족한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을 익히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나 임대아파트 주민 중에서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았다. 상담에 방점을 두는 이유 중 하나다.

일자리 사업으로서의 그늘도 있다. SH공사의 사업성과 보고서를 보면 취업자들은 삶의 활력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경제적 안정성과 관련해서는 만족하는 비율이 24%에 지나지 않았다. 이 사업으로 취업한 취업자의 71.1%가 1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다. 김영미 상담사는 “청년실업도 심각한 상태지만 중장년층이 일할 수 있는 곳도 굉장히 제한적이라 어려움을 겪고 고민을 많이 한다. 노인 분들은 신체적 능력이 열악한데 막상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몸을 쓰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일들을 소개해드리며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경비업계 쪽에서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움직임이 보여 내년부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전지영 상담사도 “일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은 많은데 여건이 안 돼서 제한적인 일만 소개시켜 드릴 수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열악한 조건이기 때문에 일을 통한 사회적 유대를 포기하지 않으려 더 노력한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 희망마저 잃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고용노동부에서 하는 취업센터도 괜찮아요. 뭘 배우면 되는지 학원을 소개시켜주기도 해서 컴퓨터를 배웠죠. 찾아오는 서비스만의 특징은 일단 고맙잖아요. 내가 있는 곳까지 온다는 점에서.”(김용희씨) “미술을 공부하다 결혼과 육아 때문에 경력단절된 62세 여성 분이 방과후 교사 미술치료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는데 잘 안 됐어요. 그래도 그분이 ‘누가 내 꿈을 위해 이렇게 함께 노력해주냐’고 말했을 때는 정말 감동했습니다.”(김영미 상담사) 박수정씨는 “청약통장을 갖고 있다가 당첨돼 입주했다. 정말 임대아파트에 들어오길 잘한 것 같다. 집이 있으니까 그나마 실업상태에서 버텼는데 이런 상담서비스까지 받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운동강사가 되면 임대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사설 피트니스 클럽보다 저렴하게 건강관리를 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력감 대신 고마움과 따뜻한 마음이 번져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찾아가는 일자리 상담사업은 집을 공급하는 공기업이 시작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집이 모이면 동네가 된다. 서종균 SH공사 주거복지기획처장은 “주택정책은 그동안 값싸게 집을 공급하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그 집에 사는 사람과 지역이 망가지는 것에는 신경쓰지 못했다”며 “동네를 더욱 살기 좋게 하는 과정으로 일자리 사업이 계속 확대되고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은하 기자·우철훈 선임기자 eunha999@kyunghyn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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