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역대 최고 성적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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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 걸린 국가별 티켓을 모두 확보했다. 심석희와 최민정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내심 전종목 석권을 꿈꾼다. 그리고 세대교체에 성공한 남자대표팀은 그동안 부진했던 5000m 계주까지 희망을 걸고 있다.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를 모두 마쳤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고개를 숙였던 한국 쇼트트랙은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역대 최고 성적을 꿈꾸고 있다.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 걸린 국가별 티켓을 모두 확보했다. 평창올림픽 출전권은 네 차례 월드컵 성적 가운데 선수별로 가장 좋은 3개 성적을 더해 높은 순서대로 남녀 500m와 1000m는 총 32장, 1500m는 36장씩 배정된다. 개별 국가는 종목별로 최대 3명만 출전시킬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4차 월드컵이 끝난 현재 모든 종목에서 32~36위 안에 3명 이상이 포함돼 얻을 수 있는 출전권을 모두 따냈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이 이미 주어진 남녀 계주까지 포함하면 평창올림픽에서 전 종목 메달 사냥에 나서게 됐다.

11월 19일 서울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이 1등으로 들어오고 있다. 심석희(왼쪽)는 상대선수의 반칙으로 넘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 19일 서울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이 1등으로 들어오고 있다. 심석희(왼쪽)는 상대선수의 반칙으로 넘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남자팀 막내 황대헌 성장세 무서워

이번 시즌 한국 쇼트트랙은 다른 나라들을 모두 압도했다. 네 번의 월드컵에서 남녀 합쳐 무려 15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며 쇼트트랙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특히 심석희(한국체대)와 최민정(성남시청)이 버티고 있는 여자 1500m는 단 한 번도 정상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는 국가별 출전권 범위 내에서 개별 국가가 재량으로 정할 수 있는데, 한국은 지난 4월에 열린 대표 선발전을 통해 일찌감치 올림픽에 나갈 선수가 정해졌다. 남자는 서이라(화성시청), 임효준(한국체대), 황대헌(부흥고)이 개인종목과 계주에, 김도겸(스포츠토토)과 곽윤기(고양시청)가 계주에만 출전할 수 있다. 여자는 ‘쌍두마차’ 심석희와 최민정, 그리고 김아랑(한국체대)이 개인종목과 계주에 출전하고, 이유빈(서현고)과 김예진(평촌고)은 계주에서만 모습을 보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남자 쇼트트랙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그동안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이었던 이정수를 비롯, 주축 선수들이 대표 선발전에서 모두 탈락했기 때문이다. 서이라와 곽윤기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세계무대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실력으로 모든 것을 증명했다. 현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 임효준은 월드컵 1차 대회 10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땄고, 500m에서는 은메달을 차지했다. 부상으로 2~3차 대회를 건너뛰었지만 4차 대회에는 정상적으로 출전했다.

‘막내’ 황대헌의 성장세도 무섭다. 월드컵 1차 대회 1000·1500m 은메달, 2~3차 대회 1500m 금메달을 딴 황대헌은 서울 목동에서 열린 4차 대회에서는 1000m와 1500m에서 모두 은메달을 땄다.

무엇보다 그동안 부진했던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이 나왔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 19일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 2014~2015시즌 3차 월드컵 이후 약 3년 만에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전부터 최강 소리를 들었던 여자 계주와 함께 평창에서도 단체 금메달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한동안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심석희와 최민정, 두 사람이 이끌고 가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들어서는 최민정의 컨디션이 절정에 다다른 느낌이다.

최민정은 이번 시즌 총 4차례 월드컵에서 개인종목 12개 금메달 중 절반에 가까운 5개를 독식했다. 500·1000·1500m 등 단거리, 중거리 종목을 가리지 않았다.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이런 최민정에게 많은 사람들이 내심 ‘전관왕’의 목표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직 섣부른 예상이긴 하지만, 최민정이 전관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대 격전지 여자 500m를 뚫어내야 한다.

이번 시즌 월드컵 여자 쇼트트랙 금메달 분포를 보면 유일하게 500m에서만 매 대회 금메달 주인공이 달랐다. 1차 대회에서는 최민정이 금메달을 땄고, 2차 대회는 마리안 생젤레(캐나다), 3차 대회는 킴 부틴(캐나다)이 금메달을 가져갔다. 4차 대회에서는 부상에서 돌아온 여자 500m 세계 최강자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넘어야 할 최대의 난적은 ‘중국의 반칙’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크리스티가 최대 경쟁자다. 지난 시즌 500m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따냈고,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크리스티는 500m뿐 아니라 1000m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잠재적’ 경쟁자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에서는 1000m 1·2차 레이스에서 모두 우승을 했는데 1차 레이스에서 심석희, 2차 레이스에서 최민정을 눌렀다. 한국이 당연히 금메달을 딸 것이라 예상한 1000m에서, 그것도 한국이 자랑하는 ‘쌍두마차’를 꺾어 단숨에 경계 대상 1순위로 떠올랐다.

기대를 걸어볼 만한 점은 최민정이 100%가 아닌 상황에서 이만한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최민정은 현재 자신의 컨디션을 묻는 질문에 “70%”라고 했다. 어느 정도 가감은 있겠지만,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보다 더 나은 활약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팀워크도 든든한 한국 쇼트트랙에 최대 난적은 바로 중국이다. 중국 역시 한국과 함께 쇼트트랙 강국으로 손꼽히는 나라다. 그러나 한국이 주의해야 할 부분은 중국 선수들의 실력이 아니라, 바로 반칙이다.

지난 11월 19일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3000m 결승이 그랬다. 당시 여자 대표팀은 중국 선수와 충돌하면서 넘어져 우승을 놓쳤다. 7바퀴를 남기고 선두를 달리던 여자 대표팀은 최민정이 교대하기 위해 밀어주는 과정에서 넘어지며 삐끗해 뒤따라오던 중국에 선두를 빼앗겼다. 다음 주자였던 김예진이 아웃코스로 추월을 시도했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의 궈이한과 부딪쳐 넘어지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네 팀 가운데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다행히 중국 선수가 페널티로 실격 처리되면서 우리가 동메달을 거머쥐게 됐지만 다 잡은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한국 쇼트트랙은 국제대회에서 유독 중국 선수들과 악연이 많다. 특히 판커신은 한국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노린 노골적인 반칙을 저질러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10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2차 월드컵 500m 준결승에서 최민정이 판커신과 충돌한 후 균형을 잃고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는데, 느린 화면으로 본 결과 추월을 시도하던 판커신이 최민정을 밀치는 것이 화면에 잡혔다. 그러나 오히려 최민정이 실격 처리됐다.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500m 결승에서는 판커신이 왼손으로 심석희의 무릎 부근을 잡는 장면이 그대로 잡히기도 했다. 실력으로는 두 말할 나위 없는 세계 최강인 한국이지만, 반칙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윤은용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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