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에게 32살의 나이란 숫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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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로는 은퇴가 다가오는 서른 줄의 나이에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호날두는 2년 연속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독차지했다. 폭발적인 운동능력이 중요한 골잡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레알 마드리드)가 올해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인정 받았다. 호날두는 10월 2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더 베스트 국제축구연맹(FIFA) 풋볼 어워즈 2017’에서 남자부문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호날두는 FIFA 회원국 대표팀 감독(25%)과 주장(25%), 기자단(25%), 팬(25%) 등을 대상으로 9월 7일까지 실시한 투표에서 43.16%의 지지를 얻어 최종 후보 3인에 함께 선정된 리오넬 메시(30·바르셀로나·19.25%)와 네이마르 다 실바(25·파리 생제르맹·6.97%)를 제쳤다.

이 상은 FIFA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프랑스 풋볼’과 공동 시상을 했던 ‘FIFA 발롱도르’에서 발롱도르가 다시 분리돼 새로 만든 것으로, 이번이 2회째다. 축구선수로는 은퇴가 다가오는 서른 줄의 나이에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호날두는 2년 연속 이 상을 독차지했다. 폭발적인 운동능력이 중요한 골잡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FIFA 올해의 선수에서 최고령 수상자는 2006년 33살의 나이에 이 상을 받은 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이지만, 그는 완숙한 경험이 도움이 되는 수비수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0월 22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이바르와의 경기 중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0월 22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이바르와의 경기 중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통산 5회째 받아 메시와 동률

호날두는 2008년 FI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돼 처음 정상에 오른 뒤 2013년, 2014년(FIFA 발롱도르), 2016년, 2017년(FIFA 풋볼 어워즈 올해의 선수)까지 개인 통산 5회째 FIFA가 수여하는 최고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평생의 라이벌인 메시와 동률이다.

호날두는 “내게 표를 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행복하다. 32살의 나이에도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는 것이 영광이다”라며 “최종 후보에 함께 올랐던 메시와 네이마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날두의 이번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또 UEFA 슈퍼컵과 스페인 슈퍼컵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 올해 FIFA 월드컵 지역예선이 치러지면서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같은 대형 이벤트가 열리지 않았기에 그보다 화려한 업적을 만들어낸 선수가 없었다.

개인 성적도 빼어났다. 호날두는 프리메라리가에서 25골을 쏟아냈고, 챔피언스리그에선 12골을 터뜨리며 사상 첫 5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그는 특히 큰 무대에 강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걸렸던 이탈리아 강호 유벤투스와의 결승전에서 2골을 뽑아내 4-1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호날두는 이변이 없는 한 발롱도르 수상도 유력하다. 호날두는 12월 발롱도르를 시상하는 프랑스 풋볼이 10월 10일 발표한 후보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호날두가 발롱도르를 품에 안는다면 이 또한 2년 연속이자 통산 5번째 수상이 된다.

호날두·메시 10년 천하… 2018년은?

호날두는 메시와 함께 발롱도르를 최근 10년간 나눠 가졌다. 메시는 2009년과 2010년, 2011년, 2012년, 2015년에 받았고, 나머지 4번이 호날두의 몫이었다. 그들이 축구계를 양분한 10년간 다른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프랭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가 2013년 바이에른 뮌헨의 트레블(3관왕)을 이끌고도 호날두와 메시에 밀려 3위에 만족해야 했다. 호날두와 메시를 묶어 특별한 골잡이들의 세계라는 뜻에서 ‘신계(神界)’라는 표현이 나온 배경이다. 그 신계에 도전할 만한 선수로 손꼽히는 네이마르도 “호날두와 메시는 세계 2대 축구스타”라며 “두 사람에 이어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린 것에 행복하다”고 인정할 정도다.

그러나 호날두가 메시와 함께 양분하던 천하가 내년에도 유효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2018년에는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축구잔치 월드컵이 러시아에서 개최돼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호날두도 메시도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지만,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의 전력이 월드컵 우승을 노리기엔 다소 손색이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은 유럽 예선에서 스위스에 골득실에 앞서 극적으로 월드컵에 올랐고, 아르헨티나는 남미 예선에서 간신히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을 따름이다.

안방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본 브라질과 단단한 선수층을 구성한 독일, 세대교체에 성공한 프랑스 등의 정상 등극 확률이 더 높게 점쳐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네이마르(브라질)와 마누엘 노이어(독일), 폴 포그바(프랑스) 등이 월드컵에서 보여준 활약을 바탕으로 2년째 호날두가 수성하고 있는 최고의 자리에 도전할 만하다.

물론, 호날두는 아직 자신의 자리를 호락호락 내줄 생각이 없다. 오히려 축구인생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어느 때보다 화려한 불꽃을 태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호날두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불리면서도 아직 펠레(77·브라질)나 디에고 마라도나(57·아르헨티나)보다 한 수 아래로 지적 받는 이유가 월드컵 우승 경험이 없는 탓이다. 펠레는 1958년(스웨덴)과 1962년(칠레), 1970년(멕시코)까지 세 번이나 월드컵에서 우승했고, 마라도나 역시 1986년 멕시코에서 정상에 올랐다.

호날두는 지난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맛봤지만 월드컵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게 전부다. 다행히 메시도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독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어떤 면에서 러시아월드컵이 열릴 2018년은 호날두가 메시보다 한 수 위의 선수라는 사실을 입증할 기회이기도 하다. 호날두는 “월드컵이 8개월 뒤에 열린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유럽챔피언스리그, 컵대회, 월드컵까지 매 순간을 즐기겠다”며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 주길 바란다”는 게 그의 다짐이었다.

<황민국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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