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출범으로 닻 올린 ‘뉴롯데’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호텔롯데 상장·금융계열사 지분 매각이 과제… 신 회장 재판 결과도 변수

국내 재계 5위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공식출범하며 ‘뉴롯데’의 닻을 올렸다. 2015년 롯데 경영권 분쟁 직후 신동빈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약속한 지 2년 만이다. 지주회사 출범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던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그룹 내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동시에 2년여간 이어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롯데그룹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롯데지주주식회사’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주사 출범식에서 “롯데지주의 출범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조해나갈 롯데의 비전을 알리는 시작”이라며 “향후 롯데그룹이 지속해서 발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출범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회사 깃발을 흔들며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은 신 회장과 롯데지주 공동 대표를 맡은 황각규 롯데 경영혁신실장. / 롯데지주

1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출범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회사 깃발을 흔들며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은 신 회장과 롯데지주 공동 대표를 맡은 황각규 롯데 경영혁신실장. / 롯데지주

신동빈 회장 지배력 한층 강화될 예정

지주사 전환은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롯데제과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 투자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산규모는 6조3576억원, 자본금 4조8861억원 규모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다.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 91개 중 42개사가 롯데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특히 유통·식품 관련 계열사 대부분이 지주회사에 속하게 됐다. 롯데는 향후 공개매수와 분할합병, 지분매입 등을 통해 편입계열사 수를 70개까지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롯데지주는 별도의 사업 없이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순수 지주회사 기능을 하게 된다. 당분간 주수입원은 배당금과 브랜드 수수료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신규사업 발굴 및 인수·합병(M&A) 추진 등 독자적 사업도 추진한다.

거대 그룹인 롯데가 지주사 체제 전환에 돌입하게 된 데에는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종식과 함께 한국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그룹 경영권을 두고 ‘형제의 난’을 벌였던 2015년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공표한 이후 빠른 시일 내에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투명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재차 약속해 왔다.

당시 롯데가 가지고 있던 순환출자 고리는 무려 416개였다. 계열사 간 실타래처럼 얽힌 지배구조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특히 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했던 호텔롯데의 지분이 대부분 일본계라는 점 때문에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경영권 분쟁으로 정부와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던 신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재촉한 이유다.

지주전환 과정에서 계열사 간 지분관계가 정리되며 순환출자 고리는 13개로 줄어들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6개월 내 나머지 부분도 해소되면 롯데는 ‘반도체 회로보다 복잡하다’고 평가받아온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벗어나게 된다. 조직 운영의 효율성 증대뿐 아니라 신 회장이 강조해온 ‘투명경영’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주사 출범으로 닻 올린 ‘뉴롯데’

그룹 내 신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롯데지주주식회사에서 신 회장 지분율은 13%다. 우호지분으로 볼 수 있는 한국 롯데 계열사와 롯데재단 지분을 합치면 총 42%에 달한다. 반면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율은 0.3%로 신격호 명예회장의 지분 3.6%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4.5%를 더한다고 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가지고 했던 한국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정리한 상태다.

롯데 측은 “현재 지분 상황만 놓고 보면 경영권 분쟁은 확고하게 정리됐다고 본다”고 밝히고 있다.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 사실상 마무리

하지만 롯데지주가 ‘완전체’가 되기까지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현재 유통과 식음료 부분은 대부분 롯데지주에 편입됐으나 그룹 주력 부문인 롯데케미칼 등 화학계열과 호텔롯데는 여전히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다. 신동빈 체제가 완성되려면 그동안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해왔던 호텔롯데의 상장과 합병이 반드시 필요하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8.83%), 롯데알미늄(12.99%) 롯데리아(18.77%), 롯데케미칼(12.68%), 롯데건설(43.07%), 롯데물산(31.13%), 롯데제과(3.21%) 등의 주요 주주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의 100%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 역시 호텔롯데 상장 합병이 핵심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롯데그룹은 앞서 2015년 8월 호텔롯데의 상장과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바 있으며, 지난해 1월 상장예비심사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을 비롯해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까지 겹치면서 결국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이외 롯데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남은 1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의무기간 6개월 이내에 해소해야 하며, 카드 등 금융계열사의 처리 등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롯데그룹은 주력사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대홍기획 등을 중심으로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이비카드, 마이비카드, 롯데멤버스, 롯데렌탈 등 10여개의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사의 금융계열사 주식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롯데 측은 중간 금융지주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될 것을 기대하는 한편 매각이나 합병을 통한 지분 정리를 강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신동빈 회장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판 등의 결과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신 회장은 뇌물공여죄와 횡령배임 혐의 등 2건의 재판을 받고 있으며, 늦어도 연내 뇌물공여죄 1심 선고와 횡령배임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노정연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dama_fm@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