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돌이드론 조순식 대표 “힘든 농사일도 드론 이용하면 쉽고 빨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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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돌이는 농업용 드론만을 생산하고 있다. 조순식씨는 “농민들에게 기계를 설명하면 돌아서서 이름을 잊어버린다. 그래서 기억하기 좋은 순돌이라는 이름으로 회사와 드론 명칭을 지었다”고 말한다.

드론의 시대가 열렸다. 드론은 최근 몇 년간 각 분야에서 새로운 하늘을 열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에 유통되는 드론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농업용 드론을 개발·생산하는 순돌이의 조순식 대표는 국내 드론시장을 여는 이들 중 한 사람이다.

드론은 생각보다 단순한 기계라는 것이 조 대표의 주장이다.

드론은 생각보다 단순한 기계라는 것이 조 대표의 주장이다.

드라마 속 전파사 주인 순돌이 아빠

군사목적에서부터 건설과 영상 촬영까지 드론이 미치지 않는 영역은 찾기 힘들다. 그 중에도 농업은 가장 빠르게 그리고 유용하게 드론이 활용될 분야로 꼽힌다. 순돌이는 농업용 드론만을 생산하고 있다. 조순식씨는 “드론 이름이 대체로 영어이거나 기계식 약자인 경우가 많다. 농민들에게 기계를 설명하면 돌아서서 이름을 잊어버린다. 그래서 기억하기 좋은 순돌이라는 이름으로 회사와 드론 명칭을 지었다”고 말한다. 중노년층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드라마 속 전파사 주인 순돌이 아빠에서 따온 이름이다.

조 대표는 농업용 드론시장을 낙관한다. “농촌인력의 노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농사일 중에서 비료 주고 농약 치는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드론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한 번 활용하면 얼마나 편한지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농사철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들도 약제 살포작업은 꺼린다고 한다. 제초제와 살충제 등의 독성에 대한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순돌이 한 대가 살포할 수 있는 약제는 1회에 10ℓ, 약 3000평의 밭을 8분 안에 끝낼 수 있다. 그야말로 기피 1순위의 농사일이 쉽고 빠르게 처리 가능하다는 점이 농업용 드론의 활성화를 가져오고 있다.

농사에 드론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1~2년 사이의 일이다. 처음에는 가격이 접근의 장벽이었다. 6000만원 이상 되는 고가 장비들이 농업용 드론시장의 문을 열었다. 관심을 가진 농부들도 선뜻 거액을 투자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정부의 융자와 지원으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가격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다. 조순식씨는 “중국산이 수입되면서 농업용 드론이 3000만원대로 낮아졌다. 작년 순돌이를 시장에 내면서 그보다 절반으로 가격을 낮췄다. 업체들의 반발이 컸지만 가격을 낮출 여지는 더 있다”고 설명한다.

내년에 선보일 순돌이의 다음 제품은 600만원대가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지금보다 또 절반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농업용 드론시장에는 거품이 많이 끼여 있다고 말한다. “농업용 드론 가격이 비싼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유통부분이다.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 다음에는 교육과 AS 비용을 가격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순돌이는 농민들에게 직접 보급하고 필요한 부품과 기술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경쟁사인 중국 제품의 실제 가격이 600만원대이고 국내 농업용 드론의 거품이 알려지면서 직접 구매하는 직구현상이 드론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다만 고장 수리와 부품 조달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드론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복잡하고 어렵고 고장 나면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용 장비는 내구성이 강하고 단순해야 한다. 잘 고장 나서도 안 되고 고장 나도 간단히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초창기에 농사용 드론을 도입한 이들은 고장 때문에 창고에 방치한 채 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입장비다 보니 맞는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가장 고장이 잘 나는 부분은 비행제어에 필요한 각종 센서들이다. 약제에 오염되기 쉬워 비행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했다. 순돌이는 농촌의 현실에 최대한 맞게 장비를 단순화하고 있어서 고장의 여지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농부들이 직접 조립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농부들이 직접 조립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내년에 600만 원대 제품 출시 예정

현재 상업용 드론시장의 최고 강자는 중국 업체인 DJI이다. 각 분야에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국내에 출시된 농업용 드론도 DJI 제품이 선도하고 있다. 그들은 저렴한 가격과 잘 만든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드론을 실생활에 한 발 가까이 끌어들였다. DJI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국내 드론 기술도 중국에 뒤처지지 않았다고 한다. 특정분야에서는 앞서 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주장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이 규제와 높은 가격 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할 때 DJI는 세계적인 회사가 되고 말았다. “기술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날 만한 것도 없다. 다만 시장을 읽고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탁월하다. 드론은 실제 워낙 단순한 기술이어서 더 이상 기술적인 격차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때문에 농업 등의 특수분야는 국내업체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의 다음 목표는 저가 드론을 넘어 농부들이 직접 드론을 조립하고 필요에 맞춰 기능을 추가하는 직접제작(DIY)도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그만큼 부품을 단순화시키고 조립 가능한 형태로 체계화하면 약간의 교육으로 농부들이 자기에게 맞는 드론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농기계는 직접 수리하는 분들이 많다. 농업용 드론도 농기계이고 다른 장비에 비해 단순하다. 다만 교육과 사후 지원이 철저해야 하리라고 본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순돌이가 오작동을 하거나 이상이 있을 때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면 동영상으로 수리방법을 찍어 보내는 원격지원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맞춤형 드론 조립도 가능하리라고 예상한다.

농사일은 시간과의 전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때를 놓치고 철을 지나치면 한 해 농사를 망쳐버리기 때문이다. 고가의 농기계가 쉽게 수리될 수 없다면 결국 무용지물을 넘어 원수 취급을 받는다. 조 대표는 그 때문에 판매보다 교육과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조치를 취하면 되는 이상이라 전화나 동영상으로 설명해도 되지만 현실은 직접 얼굴을 봐야만 한다. 곳에 따라 정보를 얻고 교류할 이들이 없는 것도 농촌의 실정이다. 조 대표는 번거롭더라도 가서 이야기를 듣고 이상에 대한 대처법을 설명하고 돌아서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돌아올 때 챙겨주는 농작물은 수고에 대한 보답이다.

그는 현재 우리 농업에 변화 시점이 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은 방제와 영양제 살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과거에 경운기가 농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듯이 앞으로는 드론이 필수장비가 될 것이다. 노동시간의 단축과 우수한 작업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농촌에서 방제작업은 늘 문제가 됐다. 농약중독의 피해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그 대안으로 항공방제가 이루어졌지만 효과는 아쉬웠다. 드론 이전에는 무인헬기를 이용한 방제와 비료 살포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무인헬기는 크기와 비용, 그리고 조작법의 어려움 때문에 일반화될 수 없었다. 드론은 작은 크기에 원하는 만큼 작업 조절이 가능하며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운기에 비견되는 장비라는 것이다.

순돌이는 현재까지 3개 기종이 출시됐다.

순돌이는 현재까지 3개 기종이 출시됐다.

영상제작 분야서도 활용 가능성 커

순돌이는 드론 날개를 접이식으로 만들어 일반차량의 트렁크에도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조종기와 제어용 소프트웨어는 상용제품을 순돌이에 맞게 탑재해서 제작단가도 낮췄다. 그는 농업용 드론은 다양한 기능보다 직관적이며 단순한 기능이 농촌 현실에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자동항법기능 등도 있지만 처음 한두 번 신기해서 사용할 뿐 대부분은 수동으로 작동한다. 그게 더 편하고 작업이 빠르기 때문이다. 현실은 고압선이 많고 농작물 거치대 등 장애물이 많아 자동 기능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숙달될수록 눈으로 보고 수동으로 조종하는 사용자가 더 많다고 한다.

다양한 드론들이 하늘을 날면서 정부의 관리·감독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현재 드론을 상업적으로 띄우려면 조종면허가 필요하다. 드론의 무게와 사업 여부에 따라 면허 없이는 비행이 불가능하다. “관리는 필요하다. 농촌 현실에서 농업용으로 쓰기 위해 교육을 받고 시험을 쳐서 면허를 따야 한다면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현재 25kg 이상의 드론을 날리려면 면허가 필요한데, 순돌이는 24.5kg이다. 면허 없이 날릴 수 있는 기종이고, 자가 사용이라면 별다른 규제 없이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 제작에서 드론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새로운 직종으로 드론 면허를 따는 사람들이 몰렸다. 그러나 수요가 한정적이자 대다수는 방제와 농업용 드론시장에 눈을 돌렸다. 전국에 100여개의 드론을 이용한 농업방제업체가 생겼고, 영농법인들도 앞 다투어 농사용 드론을 도입했다. 조 대표의 계획대로 저가의 농업용 드론들이 생산되어 자가용 드론 도입이 늘어나면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 수도 있을 것이다.

조 대표는 드론과의 인연이 30년은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드론은 아니지만 한강 위에 떠 있던 광고용 비행선에 매료되어 초등학교 때부터 무선조종 비행기에 빠졌다. 당시만 해도 비행기체와 조종장비가 워낙에 고가여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비용을 충당했다고 한다. 그는 비행선 제조업체와의 인연으로 중국에 가서 수년간 무선조종 비행선 제작과 교육을 담당했다. 그때만 해도 무인비행체에 대한 제작은 우리가 앞서 있던 시절이었다. 비행선의 모양도 음료수병 그대로 만들거나 다양하게 제작하고, 자유로운 비행을 할 수 있어 중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러다가 조 대표는 드론시장의 확대를 보고 농업용 드론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DJI는 외부의 투자도 받지 않는다. 중국 시장이 너무 커서 개발비와 제조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시장을 키워야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농업에 특화된 드론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 농업용 드론의 높은 가격대를 파괴해야만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파악한 것이다. 조순식 대표는 중국회사에 한국 진출을 타진했을 때 그들은 국내 시장이 중국의 한 도시만도 못하다며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그는 더 좋은 제품으로 더 싸게 만드는 길밖에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한다.

씨앗을 뿌려 농사를 지음으로써 인류의 비약적인 진보가 가능했다. 지난 세기 농사는 비료와 농약의 힘을 빌려 생산성을 눈부시게 끌어올렸다. 기계화를 거치면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기계들이 나왔고, 드론은 그 끝에서 또 다른 농업혁명의 문을 열고 있다. 조순식 대표가 어린 시절 보았던 비행선은 이 시대의 농부를 돕는 드론이 됐다. 그가 만드는 저렴하고 강력한 순돌이가 농업의 새로운 길을 여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천 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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