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올해는 ‘100승의 저주’를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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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는 100승을 올린 시즌에 가을야구에서 재미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이전 100승 시즌과는 달리, 올해만큼은 정규시즌의 기세가 가을야구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올해 가장 뜨거운 이슈를 낳고 있는 팀은 바로 류현진의 LA 다저스다. 다저스는 8월까지 91승을 거두며 지난해 거둔 승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100승은 당연히 할 것으로 보이며, 1906년 시카고 컵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가 기록한 한 시즌 최다승 기록(116승)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팀 최초의 5년 연속 지구 우승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다저스의 목표는 지구 우승 따위가 아닌.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지난 4년간 다저스는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음에도 월드시리즈에는 가보지 못했다.

올해 다저스는 그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페이스를 과시하면서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서의 성공이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수차례 증명됐다. 1974년 이후 43년 만의 100승이 코앞인 다저스도 안심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다저스의 100승 시즌 ‘가을야구’ 성적은 어땠을까.

뉴욕 브루클린을 연고로 하던 시기. 그때는 지금처럼 한 리그가 3개 지구로 나누어져 있지 않고 그냥 하나의 리그로만 존재했다. 그래서 양 리그 1위가 우승팀이 되고, 곧바로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하는 형식이었다.

LA다저스의 커티스 그랜더슨이 8월 21일 피츠버그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들어오며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LA다저스의 커티스 그랜더슨이 8월 21일 피츠버그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들어오며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1941~1942년(100승 54패, 104승 50패)

다저스는 1941년 100승, 1942년 104승을 거두며 1900년대 들어 처음으로 팀 100승에 성공했다. 당시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때로, 많은 스타 선수들이 전쟁터로 나간 시기였는데, 당시 다저스를 대표하는 선수는 훗날 재키 로빈슨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되는 피 위 리즈였다.

하지만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41년에는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나 조 디마지오가 버틴 뉴욕 양키스에 1승4패로 물러났다. 1942년에는 104승이나 거두고도 106승을 올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밀려 2위에 그쳤다.

1953년(105승 49패)

다저스 첫 황금기의 유일한 100승 시즌. 1947년 재키 로빈슨의 영입을 시작으로 다른 구단보다 흑인 선수들에게 일찍 문을 연 덕분에 당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의 거인으로 군림했다. 이 시즌에도 로빈슨(0.329 12홈런 95타점)과 로이 캄파넬라(0.312 41홈런 142타점)라는 두 걸출한 흑인 선수가 최고의 활약을 했으며 윌리 메이스, 미키 맨틀과 함께 ‘뉴욕 중견수 3인방’을 이루는 듀크 스나이더(0.336 42홈런 126타점)는 최전성기에 있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에서는 또다시 양키스를 만나 2승4패로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요기 베라, 맨틀, 필 리주토 같은 선수들이 버틴 양키스는 당시 아메리칸리그를 떠나 메이저리그 전체의 ‘공공의 적’이었다. 다저스는 1947년부터 1956년까지의 10년간 6번이나 월드시리즈에 올랐으나 한 번 우승하는 데 그쳤는데, 나머지 5번은 전부 양키스에 패한 것이었다.

1962년(102승 63패) 

‘황금의 왼팔’ 샌디 코팩스가 각성한 첫 해. 물론 이 해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는 25승(9패)을 거둔 돈 드라이스데일과 104도루의 신기원을 이룬 마우리 윌스이긴 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103승을 거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1경기차로 밀려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158경기까지 2경기를 앞선 1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마지막 4경기를 모두 패하며 샌프란시스코에 동률을 허용했고, 우승을 놓고 펼쳐진 3판2선승제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2로 앞선 9회초 대거 4점을 내주며 주저앉았다.

1974년(102승 60패)

1969년부터 양 리그가 2개 지구로 나뉘면서 다저스는 이때부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하게 됐다. 1974년 다저스는 선발투수 4명과 불펜투수 마이크 마셜을 포함해 총 5명이 두 자릿수 승수에 성공하고, 스티브 가비(0.312 21홈런 111타점)와 짐 윈(0.271 32홈런 108타점)이 타선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서부지구 1위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5전3선승)에 오른 다저스는 동부지구 1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3승1패로 일축하고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그러나 월드시리즈에서 만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너무나 벅찬 상대였다. 당시 양키스를 제치고 아메리칸리그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던 오클랜드를 상대로 다저스는 4차전을 제외하고 전부 1점차 승부를 펼치며 대등한 경기를 벌였으나 끝내 1승3패로 다시 한 번 좌절했다.

즉, 다저스는 100승 시즌에 가을야구 재미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이다. 다저스 말고도 많은 팀이 정규시즌에서의 호성적을 가을야구까지 잇는 데 실패했지만 다저스만큼 그 정도가 심한 팀은 없다.

그러나 올해 다저스가 뭔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과는 달리 엄청나게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한다는 것이다. 다저스는 올해 지고 있는 경기라도 후반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역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사실 다저스 선수 면면을 살펴봤을 때 클레이튼 커쇼나 코리 시거, 체이스 어틀리 정도를 제외하면 이름값이 높은 선수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파르한 자이디 단장은 이름값에 구애받지 않고 세이버매트릭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팀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선수들을 데려왔다. 여기에 신인 육성 정책에 큰 공을 들인 결과 시거를 비롯해 코디 벨린저, 훌리오 유리아스 같은 거물급 신인들도 속속 팀에 정착시키고 있다. 다저스가 올해 100승을 달성한다고 해도 이전 100승 시즌과는 달리, 이번만큼은 정규시즌의 기세가 가을야구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윤은용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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