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바다 에너지’가 앞당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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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서해안은 청정에너지의 보고”… 조력, 파력 등 복합발전 기대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는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한국 시화호다. 2001년 건설을 시작해 2011년 완공된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발전량을 가진 조력발전소다. 프랑스도, 캐나다도, 중국도, 러시아도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발전량을 따라오지 못한다. 서해바다의 밀물과 썰물의 힘만으로 만들어내는 전기는 하루 24만4000㎾. 인구 50만명 규모의 도시가 쓸 수 있는 전기다. 전 세계에서 조력발전에 가능한 지형을 갖고 있는 나라는 21개국 정도다. 그 중 서해, 특히 경기만은 하루 바다 수위차가 최고 10m에 이르고, 9시간 발전이 가능한 최고의 조류발전 입지를 갖고 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서해안은 무한한 청정에너지의 보고”라며 “조력뿐 아니라 해상풍력, 해상태양광 등을 시화호에 접목시켜 시화 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가 탈원전을 앞당기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을까. 한국의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 대변화를 앞두고 해양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토가 좁으면서 3면이 바다인 한국은 해양신재생에너지의 잠재력이 매우 큰 나라로 분류된다. 바다에는 조력(위치에너지), 조류(운동에너지), 파력(파도에너지), 해수온도차(열에너지), 해수염도차 등 다양한 에너지원들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해양에너지를 복합적으로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복합발전 개발도 주목받고 있다.

시화방조제에 건설된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인구 50만명이 쓸 수 있는 가정용 전기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발전량을 갖춘 조력발전소다. 전 세계에서 조력 발전을 하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 5개국밖에 없다. /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시화방조제에 건설된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인구 50만명이 쓸 수 있는 가정용 전기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발전량을 갖춘 조력발전소다. 전 세계에서 조력 발전을 하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 5개국밖에 없다. /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시화호에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한국 신재생에너지에서 해양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의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해양에너지 발전은 상용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세웠다. 당초 정부의 목표치는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에서 차지하는 해양에너지 비중을 2.5%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인·허가를 받기 어려워졌고, 보상 등을 두고 지역주민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가로림, 강화, 인천만, 아산만 등에서 조력발전사업 추진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2014년 마련된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는 2025년까지 1.6% 달성으로 목표치를 낮췄다. 구체적으로 조력 774MW, 조류 45MW, 파력 12MW, 해수온도차 4MW 등 모두 835MW의 해양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의 걸음은 더디지만 해양에너지의 잠재력은 세계적인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IEA-OES의 보고서를 보면 해상풍력, 해양바이오, 해상태양광을 제외한 세계 에너지의 부존 잠재량은 연간 9만3100TWh로 2013년 세계 전력생산량(2만3321TWh)의 4배에 달한다. 그 중 파력이 8만TWh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해수온도차, 해수염도차, 조류 순서로 나타난다. 한국의 해양에너지 부존 잠재량은 1800MW로, 조력과 파력이 각각 6500MW로 가장 크고, 해수온도차 발전(4000MW), 조류(1000MW) 순이다. 해상풍력(3만3200MW), 해상태양광(5400MW)을 합치면 잠재성은 더 커진다.

해양신재생에너지의 성장세는 놀랍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TMR의 ‘파력 및 조력에너지시장 2016-2024’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파력 및 조류에너지 시장규모가 2014년 4억9700만 달러에서 2024년 113억4500만 달러로 연평균 23.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에너지 사용을 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해양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해양에너지 선도국가로는 영국이 손꼽힌다. 영국은 조류, 파력, 해상풍력 등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은 온도차 발전에서 앞서 있다. 이미 하와이에 온도차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영국과 함께 조력발전단지를 착공했고, 세계 최초의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도 설치했다. 일본은 부유식 파력발전장치를 해상에 설치한 뒤 실험을 완료했다. 2050년까지 미국은 전력수요의 7%를 파력발전에서, EU는 전력수요의 15%를 해양에너지에서 마련할 계획이다.

개발도상국들의 투자도 뜨겁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인 115MW 규모의 팔메라 조류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건설엔지니어링 회사인 스트럭톤 인터내셔널사와 네덜란드 사모펀드인 DEC가 총 5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라란투가 해협에 건설할 예정이다. 완공목표는 2년 뒤인 2019년이다.

탈원전, ‘바다 에너지’가 앞당길까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도 해양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적인 조류를 따라가기는 버거워 보인다. 2015년 기준 해양에너지 중 선진국과의 기술력 차이가 대등한 분야는 조력발전이 유일하다. 복합발전과 해수온도차발전이 가장 많이 뒤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해양에너지 기술수준은 최고 기술국인 EU 대비 80.3% 수준으로 기술격차는 4.2년 정도 뒤져 있는 것으로 본다.

해양에너지 기술수준 EU 대비 80%

울돌목 조류발전은 실증에는 성공했지만, 목표발전량이 부족해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파력발전은 제주에서 시험운영 중이다. 해수온도차발전은 시범 플랜트 제작에 성공하고 실증 플랜트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해수염도차는 2015년 실증 플랜트 건설을 완료했고, 2020년까지 200MW 상용화 발전에 도전할 예정이다. 해양신재생에너지도 한계는 있다. 해양환경문제와 어민들의 어업권과 충돌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주 대정앞바다에 추진 중인 해상풍력발전단지는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와 겹쳐 환경단체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해상풍력 가동 때 블레이드(날개)·기어·타워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그리고 저주파와 자기장은 남방큰돌고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송상근 해수부 대변인은 “영국은 해양공간계획을 마련해 사전에 해양을 이용할 권역을 지정하고, 이에 따라 해양을 개발한다”며 “우리도 2022년까지 전 해안을 조사해 해양공간계획을 수립하고 ‘에너지개발구역’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면 이 같은 충돌은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수준, 상용화 단계, 건설 인프라 보유, 입지선정 조건, 초기투자비, 유지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대규모 보급이 가능한 해양에너지원은 해상풍력과 해수열로 보고 있다. 조류, 파력 등은 아직 실험단계라 중장기적 전략으로 봐야 하고, 조력발전은 시화조력발전 건설과 운영 노하우가 있지만 지역사회 수용성이 낮아 조기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양수산개발원 성장동력실 관계자는 “해양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연안해역의 이용밀도가 높고, 다양한 사업이 이뤄지는 한국의 해양공간 특성을 고려할 때 개발지역의 위치와 규모, 해양생태계 현황 등 개발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민들의 공감대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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