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와 나달, 전성기 시절로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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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테니스계를 양분하고 있는 두 선수의 경쟁은 이제 세계랭킹 1위로 향한다. 총 302주 세계랭킹 1위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는 페더러는 2012년 11월 이후 한 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나달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게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요즘 남자 테니스계는 마치 2000년대 후반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와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두 불세출의 테니스 영웅이 세계랭킹 1위를 다투던 바로 그때 말이다.

한동안 노바크 조코비치(5위·세르비아)의 시대가 지속됐던 남자 테니스계는 지난해 앤디 머레이(1위·영국)와 조코비치의 대결구도로 진행되는가 싶더니, 올해는 다시 페더러와 나달의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역대 테니스 선수 랭킹을 꼽을 때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수 있는 두 선수는 한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그대로 잊혀진 존재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들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다시 자신들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알리고 있다.

로저 페더러가 8월 1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로저스컵 대회 경기 중 상대의 공을 받아넘기고 있다. / AP연합뉴스

로저 페더러가 8월 10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로저스컵 대회 경기 중 상대의 공을 받아넘기고 있다. / AP연합뉴스

그동안의 부진 벗어나 올 화려한 부활

1981년생 페더러가 올해 보여주고 있는 존재감은 3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는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윔블던이 끝난 후 시즌을 마쳤던 페더러는 올해 첫 메이저대회였던 호주 오픈에서 17번 시드를 받고 출전, 나달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페더러가 호주 오픈 결승에서 나달을 이긴 것은 2009년 이후 8년 만이었다.

이후 프랑스 오픈을 불참하며 잔디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을 준비한 페더러는 윔블던에서도 1회전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함을 선보이며 통산 8번째 윔블던 우승에 성공, 윔블던 역대 최다우승 단독 1위에 등극했다. 아울러 통산 19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2위 나달(15회)과의 격차를 다시 벌리는 데 성공했다.

전성기 때와 비교했을 때 페더러의 플레이 스타일은 완전하게 바뀌었다. 이제 페더러에게 왕성한 운동량은 없다. 그러나 샷은 전성기 때와 비교해 더 정교해졌고, 무엇보다 ‘서브&발리’를 통한 네트 플레이가 완벽해졌다. 체력 소모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화끈한 공격 테니스로 긴 랠리가 아닌 짧은 랠리를 이어가면서 그야말로 ‘완벽한 테니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한 결과 페더러는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이했음은 물론이고 자신의 천적이었던 라파엘 나달을 상대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페더러는 올해 호주 오픈 결승을 포함해 총 세 번 나달과 맞붙었는데 모두 이겼다. 2015년 바젤 오픈까지 합하면 나달을 상대로 4연승을 달리고 있다.

나달을 얘기할 때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클레이코트’다. 데뷔 후 나달은 늘 클레이코트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왔다. 페더러, 조코비치, 머레이 등 라이벌들을 상대로도 클레이코트에서만큼은 절대적인 우위를 뽐냈다.

나달은 올해 위대한 업적을 하나 이뤄냈다. 자신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오픈에서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 ‘라 데시마(스페인어로 10번째라는 뜻)’를 달성했다. 그 어떤 선수도 단일 메이저대회에서 10번의 우승을 차지한 적은 없다.

사실 올해 페더러의 활약이 워낙 눈에 띄어서 그렇지 나달의 상승세도 만만치는 않다. 호주 오픈 결승에서 페더러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3년 만에 결승에 올라 풀세트 접전을 펼쳤으며, 클레이코트 시즌에서는 프랑스 오픈을 포함해 4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흙신’의 명성을 드높였다. 윔블던에서는 16강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떨어진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라파엘 나달이 8월 9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로저스컵 대회 경기에 출전해 서브를 넣고 있다. / AP연합뉴스

라파엘 나달이 8월 9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로저스컵 대회 경기에 출전해 서브를 넣고 있다. / AP연합뉴스

US오픈에서 세계1위 자리 놓고 격돌

올해 테니스계를 양분하고 있는 두 선수의 경쟁은 이제 세계랭킹 1위로 향한다.

총 302주 세계랭킹 1위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는 페더러는 2012년 11월 이후 한 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나달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게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8월 9일 기준으로 세계랭킹 1위는 머레이다. 머레이의 랭킹 포인트는 7750점이다. 그 뒤를 나달이 7465점으로 쫓고 있고, 페더러가 6545점으로 3위다. 스탄 바브린카(스위스)는 4위, 조코비치는 5위다. 머레이와 바브린카, 조코비치와 달리 페더러와 나달은 지난해 시즌 막판을 모두 쉬었기 때문에 포인트 관리에서도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세계랭킹 1위가 페더러와 나달의 싸움으로 흘러가게 될 또 다른 이유는 경쟁자들이 연달아 부상 및 부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머레이는 지난해 막판 보였던 엄청난 기세가 올해 들어 거짓말처럼 사라졌으며, 조코비치와 바브린카는 각각 팔꿈치 부상, 왼쪽 무릎 부상으로 남은 시즌을 모두 휴식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세계랭킹 1위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는 선수는 나달이다. 1위 머레이와의 격차가 고작 285점에 불과하다.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진행 중인 ATP투어 로저스컵에서 나달이 4강에 오를 경우 머레이를 제치고 1위에 오른다. 반면 페더러는 우승을 하더라도 랭킹포인트 1000점을 얻는 데 그쳐 랭킹 1위 등극은 불가능하다.

결국 둘의 1위 경쟁은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서로 37번의 맞대결(23승14패 나달 우위)을 펼쳤지만, US오픈에서는 아직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다.

올해로만 한정을 하면, 하드코트에서는 페더러가 나달보다 우위에 있다. 페더러의 올해 하드코트 성적은 19승1패, 승률 9할5푼으로 어마어마하다. 나달 역시 19승5패, 승률 7할9푼2리로 나쁘지는 않지만 페더러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페더러는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비록 프랑스 오픈을 건너뛰었다고 하더라도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하지만 상대 전적에서는 여전히 나달이 페더러에 비해 우위에 있다. 또 워낙 영리한 선수인 만큼 최근 페더러에게 4연패를 당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았을 것이다. 호주 오픈 결승에서도 패하긴 했지만 그야말로 한 끗 차이였다. 둘의 세계랭킹 1위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은용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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