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MBC 뉴스가 일베의 환호를 받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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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들의 병맛과 극우적인 성향을 만족시켜주는 유일한 제도권 뉴스가 바로 MBC 뉴스였다. 김장겸 사장의 사퇴 목소리가 MBC 내외에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일베들은 김장겸의 MBC를 비호하고 나섰다.

김장겸 현 MBC 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근 7~8년 MBC의 보도부문은 김장겸 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기간 MBC 뉴스의 신뢰도와 영향력은 급전직하했다. 김장겸 체제의 뉴스데스크는 특히 동물 뉴스에 집착했다. 2013년 김장겸 보도국장이 취임한 처음 6개월 동안 99건의 동물 뉴스가 뉴스데스크를 장식했는데, 이는 그 전 6개월에 비해 4배 늘어난 양이었다. 주요 시간대 공영방송의 대표 뉴스가 “TV 동물농장”과 경쟁하고 있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김장겸 보도국장 시절 ‘정윤회 문건’,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등 권력에 대한 숱한 의혹이 있었지만 ‘고래보다 큰 대왕오징어’ 뉴스가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편집이었다. ‘알통 굵기가 정치적 성향을 좌우한다’는 알통 뉴스, ‘비오는 날에는 소시지 빵이 잘 팔린다’는 소시지빵 뉴스 등은 MBC 뉴스의 실상을 온 국민에게 알렸다.

지난 1월 12일 MBC 뉴스데스크는 안광한 전 MBC 사장과 정윤회의 회동이 허위보도라며 강력대응하겠다는 회사 방침을 뉴스로 전했지만(사진), 종편과 만난 정윤회씨가 안 사장과 만났다고 밝히면서 이 뉴스는 오보가 되었다 / MBC 방송화면 캡쳐

지난 1월 12일 MBC 뉴스데스크는 안광한 전 MBC 사장과 정윤회의 회동이 허위보도라며 강력대응하겠다는 회사 방침을 뉴스로 전했지만(사진), 종편과 만난 정윤회씨가 안 사장과 만났다고 밝히면서 이 뉴스는 오보가 되었다 / MBC 방송화면 캡쳐

동물 뉴스가 주요 뉴스로

사실 정상적인 인사였다면 김장겸 부장이 보도국장이 될 수 없었다. 2012년 김장겸 정치부장은 대통령 선거 기간 가장 악의적인 왜곡 보도로 꼽힌 안철수 논문표절 뉴스의 실질적인 책임자였다. 표절했다는 논문의 당사자도 사실을 부인하는 와중에 안철수 후보에게는 방송 10분 전에 반론을 요청했다. 이 희대의 보도는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인 ‘경고’를 받았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결여했기에 당연한 중징계였다. 하지만 김장겸 부장은 보도국장, 해당 기자는 워싱턴 특파원이 되었다.

2013년 김장겸 보도국장 취임 직후 ‘문재인 의원이 변호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뉴스가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나갔다. 역시 악의적인 왜곡이었다. 전화 한 통화면 겸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굳이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받았다. 김장겸 부장이 국장을 거치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문재인과 안철수를 비방하는 대형 오보를 낸 것이다. 그는 2015년 드디어 보도본부장이 되었다.

2016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졌다.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언론과 검찰, 그리고 재판부까지 그 실체를 인정한 최순실의 태블릿PC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뉴스들을 공영방송에서 보도했다.

일간베스트저장소. 줄여서 일베. 일베는 디시인사이드에서 출발한 유머 위주의 커뮤니티였다. 그들은 극단적인 병맛(병신 같은 맛)을 추구한 디시폐인들이었다. 그들은 김대중, 노무현, 전라도, 광주항쟁 등을 비하하며 극우적인 혐오성을 띠었는데, 그렇게 해야 병맛이 더 잘 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베의 혐오성은 범죄적 수준이어서 그들이 쓰는 상징이 실수로라도 방송을 타게 되면 제작진과 방송사가 사과를 해야 할 지경이다. 이런 일베들의 병맛과 극우적인 성향을 만족시켜주는 유일한 제도권 뉴스가 바로 MBC 뉴스였다. 김장겸 사장의 사퇴 목소리가 MBC 내외에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일베들은 김장겸의 MBC를 비호하고 나섰다.

왜곡 뉴스는 영전 뉴스로

변희재는 공공연히 MBC 뉴스를 치켜세웠다. 방문진의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소신을 가진 태극기집회의 단골손님이었는데, 그는 탄핵과정에서 MBC 뉴스가 가장 공정하다고 말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2017년 2월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드디어 MBC 사장으로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기 한 달 전이었다.

배현진 앵커에게 양치질하는 동안 수도꼭지는 잠그라고 충고를 했던 양윤경 기자가 하루아침에 비제작부서로 쫓겨난 해프닝은 MBC 뉴스룸의 상황을 상징했다. 경영진의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탄압도 심해졌다. 김장겸 체제에서 품위를 지키려는 ‘불순분자’들은 부지런히 내쫓겼고, 그 빈 자리를 ‘출신지역을 보고 뽑는다’는 경력기자들로 채웠다.

3월 22일자 뉴스데스크에서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MBC 편향보도를 비판한 것을 비난하는 뉴스를 내보내기도 했다. / MBC 방송화면 캡쳐

3월 22일자 뉴스데스크에서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MBC 편향보도를 비판한 것을 비난하는 뉴스를 내보내기도 했다. / MBC 방송화면 캡쳐

그러는 사이 뉴스는 사유화되었다. 지난 1월 TV조선은 당시 안광한 MBC 사장이 최순실씨의 전 남편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였던 정윤회씨와 회동했다는 의혹을 단독보도했다. 당시 안광한 사장은 정윤회씨의 아들인 배우 정우식을 MBC 드라마 7편에 조연으로 출연시키라고 해 ‘MBC 판 정유라 사건’이라는 논란에 직면해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안광한 사장의 주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해당 뉴스는 “근거 없는 의혹을 사실인 듯 단정지어 보도했습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뉴스에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습니다”로 시작했다. 정윤회와 만났다는 진위에 대해서는 전혀 취재, 검증하지 않은 채 오직 안광한 사장의 거짓말만 믿고 뉴스를 만든 것이다. 결국 이 뉴스는 희대의 오보가 되었는데, 정윤회가 안광한 사장 만난 사실을 인정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보도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보도국장은 본부장으로 영전했다. 리포트를 한 경력 출신 기자는 문화부장이 되었고, 이 기사를 리드한 배현진은 최장수 앵커 등극을 앞두고 있다. 김장겸 체제에서는 오보를 두려워하지 않고 충성해야 했다. 연수·특파원·앵커·부장·국장까지 동원할 수 있는 자리는 넘쳤고, 이 자리들을 이용해 충성하는 사람들을 채웠다. 사실 김장겸 사장 자신을 비롯해 이 체제의 복무자들 가운데 기자·저널리스트로서 높게 평가받던 사람들은 드물었다. 외부의 부적절한 힘이 없었다면 존재감이 없던 김장겸 기자가 사장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방송을 사유화하다시피 한 김장겸 사장과 그의 친위체제가 공영방송 MBC에서 계속 군림할 수 있을까? 현재 파업 이후 입사한 20여명의 경력기자가 불이익을 감수하며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균열은 일어나고 있다. 결국 상식이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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