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쓰러지고 찢어져도 포기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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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과 「그것이 알고 싶다」. 이 두 탐사 프로그램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지나는 동안 완벽한 대비를 보였다. 시민들의 소중한 제보는 더 이상 MBC로, 으로 향하지 않는다.

매주 토요일 오후,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어김없이 <그것이 알고 싶다>가 올라온다. ‘오늘은 또 어떤 숨겨진 진실을 알려줄까.’ 대중들은 큰 기대를 한다. 별일이 없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되는 시간 동안 실시간 검색어 순위 톱은 방송의 소재일 것이다.

최선을 다해 진실에 접근하는 모습을 본 시청자는 거대권력에 의해 감추어진 진실을 폭로하기 위해,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언론사를 찾는다. 황우석의 사기행각을 목격한 그의 제자, 군 비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군인, 검사의 스폰서를 자처했던 사업가, 국무총리실로부터 불법사찰을 받은 평범한 민간인은 용기를 내서 을 찾았다.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PD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PD수첩」 과「그것이 알고 싶다」. 이 두 탐사 프로그램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지나는 동안 완벽한 대비를 보였다. 을 점령한 MBC의 경영진들이 PD들에게 세월호 유가족이 우는 장면을 지우라고 명령하는 사이 <그것이…>는 세월호 구조과정에서 정부와 청와대의 결정적인 실책을 찾아냈다. 물대포로 쓰러진 ‘백남기 농민사건’을 간부들이 불허하는 사이 <그것이…>의 PD들은 실제 물대포의 위력을 재연해냈다. 시장(market)의 평가는 사실상 끝이 났다. 시민들의 소중한 제보는 더 이상 MBC로, 으로 향하지 않는다.

7월 25일 제작 중단에 돌입한 MBC 「PD수첩」PD 10인이 서울 상암MBC 사옥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PD저널 제공

7월 25일 제작 중단에 돌입한 MBC 「PD수첩」PD 10인이 서울 상암MBC 사옥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PD저널 제공

주술사가 된 MBC 간부들

「PD수첩」을 망가뜨리려는 MBC 간부진들은 주술사(呪術師)가 되기를 자처했다. 그들은 힘겹게 아이템을 발제한 PD들에게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 거 같다, 늙은이들이 병원에서 나가는 걸 누가 보겠느냐”(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한 회사의 구조조정에 대해 아무도 관심이 없을 거 같다”(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강요한 두산그룹 논란),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녹조가 없을 거 같다”(4대강 녹조사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아이템들을 불허했다. 그들의 특별한 능력은 미래를 볼 수 있어 ‘…할 거 같다’며 만들지도 않은 방송의 결과를 예언했고, 그것을 근거로 아이템을 막았다. 지난 3년, PD들이 구체적 사례를 발표한 것만 17건. 그들의 관심법과 주문(呪文) 앞에 ‘국민의 알권리’, ‘인권 존중’, ‘사회적 약자 보호’와 같은 방송강령과 방송법이 지향하는 가치는 사라졌다. 신(?)의 계시를 받는 주술사들과 토론은 불가능했다. 그들은 언론인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PD수첩」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대가로 주술사들은 승승장구했다. PD들을 강제로 내쫓고 수많은 아이템을 검열하던 윤길용 전 국장은 울산문화방송 사장을 거쳐 MBC NET 사장을 하고 있다. PD수첩 작가 4명을 예고도 없이 강제로 해고해서 방송작가 전체의 공분을 사고, 6개월간의 불방사태를 초래한 김현종 전 국장은 편성제작본부장을 거쳐 목포문화방송 사장으로, 세월호 아이템을 막았던 송재우 전 국장은 춘천문화방송 사장이 되었다. 이런 이들을 중용한 김재철·안광한 전 사장과 김장겸 사장은 을 무력화시켜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촛불혁명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12월 국제개발협력기구(OECD)의 노동조합 자문위원회는 ‘노동기본권과 OECD 회원 자격-한국’을 안건으로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징역을 선고받을 정도로 한국의 노동기본권이 심각하게 후퇴”, “OECD에 가입할 때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노사관계 법규를 개정하겠다던 약속은 20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결의안’. 보통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유엔이 발표하는 결의안. 이 이름이 상징하듯 노동기본권 측면에서 OECD 회원자격 자체가 의심된다는 강력한 비판이었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도 대표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한상균 위원장의 구속수감과 한국 노동기본권의 악화를 비판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민노총 위원장의 구속과 노동기본권의 후퇴는 한 패키지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저널리스트가 외면할 수 있는가?

PD수첩과 김장겸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PD수첩 PD들은 이런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국내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수감과 실형 선고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노동계와 국제기구들의 시각은 달랐기 때문에 신중하게 낸 아이템은 ‘한상균을 둘러싼 두 가지 시선’이었다.

김장겸 사장이 시사제작국장으로 임명한 조창호 국장은 이 기획안을 ‘한상균 구명운동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둔갑시키는 신공(神功)을 선보였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소속 조합원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이해충돌’이 발생한다는 이유가 덧붙여졌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조를 탈퇴하라는 반헌법적인 부당노동행위였다. 김장겸 사장은 노동기본권 아이템을 냈더니 노동기본권을 침해해 아이템을 막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해충돌을 끌어다 쓴 모양새도 우스웠다. 정작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이해충돌 문제는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던 이들이다. 회사의 논리대로라면 언론노조 소속인 KBS, SBS 등 수많은 기자와 PD들은 노동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자랑스럽게 들고 나왔다. PD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10명의 PD들은 징계를 각오하고 ‘제작 거부’ 투쟁에 나섰고, PD수첩 팀장은 보직 사퇴를 했다.

2017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어 큰 이슈가 되었지만 김장겸의 MBC는 결코 보도하지 않는다. 그리고 2008년 일본이나 대만도 먹지 않는 30개월이 넘은 늙은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방송했던 PD수첩을 ‘국민을 속인 방송’이라고 자해한다. 자해는 극우집단에게 보여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회사의 자해, 예전과 다르다는 시청자들의 싸늘한 시선, 내쫓긴 동료들과 외면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PD수첩의 젊은 PD들은 고군분투했다. 쓰러지고 해진 깃발이라도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들이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일어섰다. PD수첩이라는 깃발이 다시 펄럭이고 있다.

<김재영 MBC PD (PD수첩 등 연출, 현재 송출실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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