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접속 성시 은행들 긴장 좀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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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등에 업은 확장력 커… 은행권 지각변동 관측까지

“이제 세상에 나온 하루짜리 애가 위협이 될까요?”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대중 앞에 첫선을 보인 7월 27일. 이용우 공동대표는 갓 출범한 카카오뱅크를 기존 시중은행에 견줘 ‘애’라고 표현하면서도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카카오뱅크 출범을 앞두고 얼마 전부터 시중은행들이 상품 개편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를 의식한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경쟁상대가 아니지만, 우리가 제 길을 가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기존 은행에 대한 ‘위협’을 넘어 금융권 전반의 ‘돌풍’ 수준이었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출범 24시간 만에 29만여명(29만3000계좌)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금융권에선 이례적인 실적이다. 출범 첫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가입자가 폭주해 접속 오류가 속출했고, 대출고객이 쏠리며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나이스평가정보 서버에 문제가 생겨 다른 은행과 카드사의 업무에까지 차질이 발생했다.

7월 27일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가운데 한강 세빛섬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이용우(왼쪽), 윤호영 공동대표가 시연하고 있다. / 김기남 기사

7월 27일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가운데 한강 세빛섬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이용우(왼쪽), 윤호영 공동대표가 시연하고 있다. / 김기남 기사

‘모바일 온리’… 다른 은행과 차별점은?

카카오뱅크의 서비스 개시 12시간 만에 개설된 계좌는 총 18만7000건. 지난해 시중은행의 1년치 비대면계좌 개설 실적(15만5000건)을 가뿐하게 추월했다. 지난 4월 출범한 1호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의 첫날 기록(2만 계좌)은 불과 3시간 만에 따라잡았다. 가계부채 폭증을 틈타 금리 장사에만 매몰돼 서비스 혁신을 외면해온 기존 은행권에 인터넷은행이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을 첫날부터 입증해 보인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지점 없이 인터넷을 통해서만 거래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모바일뱅크’에 더 가깝다. 윤호영 공동대표 역시 한강 세빛섬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모바일 완결성을 추구하는, 최초로 PC가 없는 모바일뱅킹 회사가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PC는 증명서 발급 등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계좌 조회부터 대출, 상품 가입 등 모든 금융업무는 오로지 모바일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PC와 모바일 양쪽을 활용하는 K뱅크와 다른 점이다.

앞서 시중은행들도 몇 년 전부터 모바일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을 잇따라 출시했지만, 스마트폰에서 완결된 금융서비스가 이뤄지는 ‘손 안의 은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셈이다. 윤 대표는 “보안에 있어 모바일 앱이 랜섬웨어 등의 공격에 있어서도 PC보다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기존 은행 앱과 대비되는 특징으로 직관성을 크게 높인 단순한 앱 설계와 편의성을 꼽았다. 가입부터 계좌 개설까지 평균 7분, 기존 은행 모바일뱅크 가운데 가장 빠르다. 카카오톡에 가입돼 있거나 스마트폰에 지문 등록을 해둔 사용자라면 계좌 개설 시간은 이보다 더 단축된다. 가입 과정 역시 단순해, 카카오톡 계정이나 전화번호를 통해 본인임을 확인하고 이용약관에 동의하면 바로 가입이 완료된다. 가입 및 계좌 개설에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시중은행과 달리 몇 가지 정보 입력과 신분증 촬영, 타행 계좌이체 확인을 거치면 곧바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국내 은행권에선 처음 도입된 타행 계좌이체 인증은 가입자가 보유한 다른 은행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카카오뱅크가 이 계좌로 1원을 입금해주는 방식으로, 일종의 암호라 할 수 있는 입금자 이름 네 글자(예를 들어 ‘분홍바다’)를 입력하면 계좌 개설이 완료된다. 로그인 역시 공인인증서 입력 등의 과정이 필요없이 홈 버튼에 지문을 대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특히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수수료 등을 크게 낮춘 가격경쟁력이다.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점포가 없어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절감할 수 있는 만큼, 비교적 낮은 수수료 및 대출금리를 내걸었다. 현재 카카오뱅크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예금과 송금, 대출, 체크카드, 출금 등 크게 5가지다. 이 중 해외송금의 경우 수수료가 시중은행 대비 최고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자동화기기(ATM) 수수료는 올해 말까지 전액 면제된다. 카카오뱅크 고객은 전국의 은행 ATM과 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ATM을 이용해 입·출금할 수 있는데, 주로 영업시간 내 자사 ATM에서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시중은행과 달리 전국 11만4000개 ATM을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윤 공동대표는 “이체, ATM, 알림 수수료 등 3대 수수료 면제는 이제까지 어떤 은행도 하지 않았던 시도”라면서 “수수료 면제 기한은 올 연말 다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연 2% 수준인 예·적금 금리와 60초 안에 대출이 끝나는 ‘비상금대출’(최대 300만원) 등은 카카오은행이 내세우는 차별성이다. 연 1% 중·후반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고, 해지 없이도 긴급자금이 필요할 때 2회까지 돈을 출금할 수 있다. 특히 다른 은행의 경우 급여이체, 카드 이용실적 등 복잡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우대금리를 주는 데 비해, 카카오뱅크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금리를 제공한다. 역시 ‘단순함’에 중점을 둔 것이다.

은행 최대 라이벌은 메신저?

무엇보다 카카오뱅크의 태생적인 강점은 바로 대중적인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례로 편의성을 내세운 송금서비스의 경우,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알지 못해도 자신의 카카오톡에서 받는 사람을 선택해 핀 번호만 입력하면 5000만원까지 송금이 가능하다. 받는 이가 카카오뱅크에 가입돼 있지 않아도 자신의 은행계좌를 통해 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체크카드에도 대중적으로 친숙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를 입혔고, 각종 입·출금과 카드 사용내역 역시 ‘톡’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메신저와 연계했다.

금융권에서도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흥행요인을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에서 찾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고 해도 카카오톡이라는 대다수 국민에게 친숙한 메신저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열풍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우리은행도 ‘위비톡’이라는 메신저를 내놔 금융과의 연계를 시도했지만 인지도가 낮아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메신저를 기반으로 쇼핑도 하고 친구에게 선물도 보낼 수 있는 시대인데, 이런 생활밀착 플랫폼이 은행의 전통적인 영역이었던 금융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은행 영업점이라는 공간적인 의미 역시 붕괴되고 있다. 메신저, 편의점 등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금융의 전통적인 공간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앱 이미지. / 카카오뱅크 제공

카카오뱅크 앱 이미지. / 카카오뱅크 제공

인터넷은행이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은 전국의 광범위한 ATM망을 이용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시중은행의 비용 절감으로 은행 점포는 빠르게 줄어가는 상황에서 은행보다 촘촘하게 퍼져 있는 편의점에서 돈을 뽑고, 물건을 구입하는 ‘편의점 금융시대’를 인터넷전문은행이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K뱅크 역시 주요 오프라인 플랫폼은 입·출금 수수료가 없는 GS25 편의점 내 ATM이다.

시중은행들도 예상을 뛰어넘는 시장의 반응에 긴장한 분위기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전 대폭 낮춘 해외송금 수수료를 공개하자 다른 은행들도 송금 수수료를 줄줄이 내렸고,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각종 서비스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잇따라 내놓은 공인인증서 없는 모바일대출 서비스(KB국민은행 ‘리브간편대출’)나 계좌이체(신한은행 ‘S간편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디지털금융이 ‘대세’라고 해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은 올해 들어서야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지만, 앞서 인터넷은행을 도입한 해외의 경우 초창기부터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다.

“무리한 금리 경쟁 독 될 수도”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성과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총 38개였지만 2014년 말 기준 이 중 24개만 살아남고 14개는 시장에서 퇴출됐다. 퇴출된 대다수 은행이 무리한 금리 경쟁 등 고객 유치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다 리스크 관리 실패로 도산했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은행으로 1995년 설립된 미국의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FNB) 역시 기존 은행보다 높은 수신금리와 낮은 수수료 등을 앞세워 은행권에 돌풍을 일으켰지만 자금운용 실패로 6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설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초기 높은 사업 성과 실현을 위해 무리한 금리 경쟁을 시도할 수 있는데, 기존 은행과의 금리 경쟁이 가열될 경우 당초 기대했던 신규 진입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면서 “가격 경쟁보다 서비스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여기에 더해 인터넷은행 출범을 둘러싸고 은산분리와 관련한 오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은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가질 수 있고, 의결권은 4%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대기업이 은행의 고객 자산을 사금고처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실제 설립을 주도한 카카오(10%)가 아닌 한국투자금융지주(58%)인 이유다. 지난 정부 당시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만 예외적으로 산업자본이 지분의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요구해 왔지만, 은산분리 원칙을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과 함께 금융위의 ‘KT(K뱅크 주주사)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며 국회의 결론이 쉽사리 나기 어려운 상태다.

인터넷은행들은 서비스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며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두 은행의 기류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은산분리)법이 개정되지 않아도 (자본 확충에) 전혀 문제가 없다. 지주회사의 기본 목적은 자회사의 자금 확충”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앞서 출범한 K뱅크의 경우 은산분리 규제로 KT 중심의 자본 확충에 난관을 겪고 있다. 앞서 K뱅크는 연 2.67% 금리에 최대 1억원 한도의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가 가입자가 예상보다 빨리 늘어나자 7월 들어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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