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마르는 왜 바르셀로나를 떠나려 하나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언론들은 메시의 존재가 네이마르의 이적설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메시의 그림자에 가려 2인자에 머물렀던 네이마르는 PSG 리더로 발롱도르 수상을 위해 파리로 향할 수도 있다.

네이마르(25·브라질)가 천문학적인 금액인 2900억원에 파리생제르맹(프랑스)으로 떠날까. 아니면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 남을까. 요즘 유럽 축구계는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네이마르의 파리생제르맹(이하 PSG) 이적설을 두고 뜨겁다. 지난 7월 18일 브라질의 에스포르치 인테라티부가 네이마르가 다음 시즌 PSG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고 단독 보도한 게 도화선이 됐다. PSG가 바이아웃(특정팀이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를 데려갈 때 원소속팀에 지불해야 하는 최소 이적료) 2억2200만 유로(2895억원)를 지불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SNS에 고심하는 사진 올려

이후 전 세계 언론들이 네이마르의 거취와 관련된 소식을 쏟아냈다. 21일 스페인 카탈루냐 라디오는 네이마르의 PSG 이적이 95% 완료됐다고 보도했다. 24일 스페인 마르카는 네이마르가 PSG와 6년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바르셀로나 감독은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의 일부분”이라며 이적설을 일축했다. 스페인 스포르트는 24일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 팀 동료 리오넬 메시(30), 루이스 수아레스(30)와 긴 대화를 나눈 뒤 남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네이마르는 왜 바르셀로나를 떠나려 하나

28일에는 ESPN이 “네이마르가 미국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일정이 끝난 뒤 팀과 함께 바르셀로나에 돌아가지 않을 전망”이라면서 “네이마르는 중국으로 이동해 나이키 행사를 치르고 이후 PSG 훈련캠프에 합류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엇갈린 보도가 나오고 있다. 축구팬들은 네이마르의 공식 입장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네이마르는 지난 21일 SNS에 한 손으로 턱을 받친 채 생각에 잠긴 사진을 올렸다. 거취를 두고 장고 중이라는 걸 암시했다.

PSG는 엄청난 ‘오일 머니’로 네이마르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네이마르 영입을 위해 이적료 2895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가 폴 포그바를 데려오며 지불한 역대 최고 이적료 1억500만 유로(137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PSG는 네이마르에게 세계 최고 수준인 세후 연봉 3000만 유로(390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전트 역할을 하고 있는 아버지 네이마르 산토스 시니어는 이적료 수수료 3600만 파운드(526억원)를 챙길 수 있다.

2011년 카타르 투자청에 인수된 파르생제르맹은 지난 6년간 이적료 8500억원을 쏟아부어 티아고 실바, 에딘손 카바니 등을 데려왔다. 하지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번번이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네이마르를 데려오면 유럽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PSG는 네이마르 영입과정에서 ‘파이낸셜 페어플레이(유럽 축구팀이 선수 영입 시 수입보다 더 많은 지출을 못하는 정책)’를 위반할 수 있다. PSG의 2015-2016년 영업이익은 103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규정을 우회하기 위해 카타르 투자청이 이적료를 지불하거나, 새로운 후원계약을 맺거나, 선수 한두 명을 파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들은 바르셀로나 팀 동료 메시의 존재가 네이마르의 이적설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네이마르는 2013년 브라질 산토스를 떠나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MSN 트리오’라 불리는 메시-수아레스와 함께 유럽 축구를 평정했다. 2014-15시즌 122골을 합작해 스페인 리그와 컵대회,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며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메시에게 집중됐다. 네이마르는 메시의 그림자에 가려 2인자에 머물렀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네이마르 이적설은 일차적으로 엄청난 오일머니가 작용했다. 더불어 네이마르는 메시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1인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네이마르는 PSG 리더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고 발롱도르(한 해 세계 최고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상) 수상을 위해 파리로 향할 수도 있다. ‘브라질 에이스’가 라이벌 국가 아르헨티나 선수의 조력자 역할에 그치는 걸 못마땅해 하는 브라질 팬들도 있다. PSG에 다니엘 알베스와 티아고 실바 등 브라질 선수들이 많은 것도 네이마르가 파리행을 고민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이마르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네이마르는 지난 23일 미국에서 열린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네이마르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절묘한 드리블로 상대선수 6명을 제치고 골망을 갈랐다. 또 네이마르는 27일 맨유전에서도 결승골을 터트려 1-0 승리를 이끌었다.

네이마르 마음 흔드는 엄청난 오일머니

한준희 위원은 “네이마르는 현재 세계 축구계에서 예측 불가능한 플레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선수다. PSG가 네이마르를 영입한다면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독일)급 우승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네이마르 산토스 시니어는 아들이 태어나자 독일 축구영웅 이름을 따서 마테우스라고 불렀다. 하지만 출생신고 때 자신의 이름에 주니어를 붙였다. 네이마르는 어릴 적 빈민가의 초록색 판자지붕 작은 집에서 자랐다. 축구로 성공을 꿈꾼 네이마르는 경기를 앞두고 항상 성경구절을 되뇌었다. ‘모든 경주자가 달려가지만 상을 받는 사람은 한 명뿐인 것을 알지 못하십니까’라는 고린도전서 내용이다.

네이마르는 17세에 브라질 산토스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2011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서 우승을 이끌며 남미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기자는 2013년 1월 18일 브라질에서 네이마르가 산토스 소속으로 브라간티노와의 경기에 뛰는 걸 현장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네이마르는 헤어스타일만큼 현란한 드리블로 샌드위치 수비를 뚫어냈다.

당시만 해도 네이마르에게는 유럽리그나 국제대회에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라는 의문부호가 따랐다. 네이마르는 2013년 대륙별 챔피언들이 맞붙는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을 이끌었고, 2013년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성공하며 거품 논란을 잠재웠다.

네이마르는 브라질에서는 ‘신’ 같은 존재다. 브라질 출신 K리그 선수들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김원희 투비원 대표는 “네이마르는 브라질 광고계의 블루칩이다.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폰서가 붙는다”며 “네이마르가 헤어스타일을 바꾼 다음 날 수많은 브라질 젊은이가 헤어숍을 찾아 그와 똑같은 스타일로 만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고 전했다. 기자가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의 빈민촌 파벨라에서 만난 7살 꼬마 파올루는 “나도 네이마르처럼 언젠가 브라질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8강전에서 척추를 다친 네이마르는 독일과의 4강전에서 1-7로 참패하는 것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네이마르는 “난 골을 터트려야 한다. 아니면 우리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죽이려 들지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농담이지만 2억명의 브라질인들이 거는 기대는 엄청난 부담이다.

중압감을 이겨낸 네이마르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이끌었다. A매치 77경기에 출전해 52골을 기록 중이다. 만약 PSG 유니폼을 입는다면 네이마르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강팀과 맞대결에 집중하고, 프랑스 리그에서 한 수 아래팀을 상대하며 체력을 비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의 목표는 내년 열리는 러시아월드컵 우승이다.

<박린 일간스포츠 기자 rpark7@joongang.co.kr>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