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이적시장 ‘쩐의 전쟁’ 밑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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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구단들의 수익이 상승하면서 선수들의 몸값 또한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3년 내에 선수들의 이적료가 2억 유로(약 2592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는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네이마르가 5월 21일 에이바르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는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네이마르가 5월 21일 에이바르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수요가 많을수록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며, 가격이 올라갈수록 공급이 늘어난다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수요-공급의 법칙’의 기본 정의다.

스포츠에서는 선수가 곧 상품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좋은 선수의 숫자가 적으면 이를 필요로 하는 팀들이 수도 없이 영입 경쟁에 참여하게 되고, 이에 따라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최근 유럽 축구 이적시장을 보면 미쳤다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선수들의 이적료로 1000억원이 넘는 돈도 투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얼마 전 에버턴의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를 영입하기 위해 7500만 파운드(약 1099억원)를 지불했는데, 이보다 한 해 앞서 유벤투스(이탈리아)에서 미드필더 폴 포그바를 데려올 때는 역대 최고액인 1억500만 유로(약 1361억원)를 쏟아부었다.

중계권료 폭등 엄청난 수입 증대
2001년 레알 마드리드가 유벤투스에서 지네딘 지단을 당시 최고기록인 7500만 유로(약 972억원)에 영입한 이후 기록이 다시 경신되기까지는 8년이 걸렸다. 2009년 레알 마드리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맨유에서 데려오며 9400만 유로(약 1218억원)를 지불,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하지만 이 기록이 다시 깨지기까지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역시 주인공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토트넘에서 가레스 베일을 영입하며 1억80만 유로(약 1306억원)를 투자했다. 그리고 다시 5년 만에 맨유가 포그바를 데려오며 기록을 새롭게 썼다.

최근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 좋은 선수들이 나오는 것은 맞다. 하지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거액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선수들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도대체 왜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서 선수들의 가격이 폭등하는 것일까.

최근 선수 영입을 두고 각 구단의 경쟁이 지나칠 정도로 과열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수입 증대’에 있다. 단적인 예로, 현재 ‘쩐의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EPL의 경우 수입내역을 보면 실로 어마어마하다.

영국의 다국적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가 최근 밝힌 것에 따르면, 2015~2016시즌 EPL 소속 클럽들의 총매출액이 무려 36억 파운드(약 5조27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2015시즌과 비교해 9%가 늘어난 것으로, EPL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2016~2017시즌 수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딜로이트는 새로운 광고 계약, 입장권 수익의 증가, 새로운 중계권 계약 등이 맞물려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더 놀라운 것은 2017~2018시즌 총매출액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는 점이다. 딜로이트는 2017~2018시즌 EPL 소속 클럽들의 총매출액이 45억 파운드(약 6조59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PL 총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방송 중계권료와 관련이 있다. 2016~2017시즌부터 3시즌 동안 EPL이 챙기는 중계권료 수입은 국내와 해외를 합쳐 무려 84억 파운드(약 12조3089억원)나 된다. 시즌 평균 28억 파운드(약 4조1029억원)에 달한다. EPL은 중계권료의 50%를 20개 구단에 골고루 나눠주는데, 이것만 해도 각 구단에 7000만 파운드(약 1025억원)가 돌아간다. 나머지 50%가 성적과 중계횟수에 따라 차등 분배됨을 감안하면 매 시즌 7000만 파운드 이상의 금액이 지급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6~2017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선덜랜드의 경우도 중계권료와 스폰서십 분배금을 합쳐 9300만 파운드(약 1362억원)를 챙겼다.

EPL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독일 분데스리가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수익도 엄청나다.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2017~2018시즌의 경우 분데스리가가 32억 유로(약 4조1486억원), 프리메라리가가 30억 유로(약 3조889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수익이 곧 이적시장에서의 엄청난 자금 동원력으로 치환되고 있는 것이다.

몸값 2억 유로 시대 열리나
날이 갈수록 구단들의 수익이 상승하면서 선수들의 몸값 또한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 축구연구소의 라파엘레 폴리 소장은 최근 영국 <더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3년 내에 축구선수들의 이적료가 2억 유로(약 2592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CIES 축구연구소는 자체적으로 이적료 산출 모델을 만들었는데, 이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네이마르의 경우 이적료가 무려 2억1000만 유로(약 2722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단, 네이마르보다는 토트넘의 미드필더 델레 알리가 먼저 이적료 2억 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시장이 돌아가는 것도 CIES 축구연구소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현재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프랑스 리그1 AS 모나코의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의 경우 이적료가 벌써 1억4220만 유로(약 1843억원)에 육박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밀당’을 하고 있는 호날두의 경우 레알 마드리드가 매겨 놓은 바이아웃(해당 선수와 원 소속팀과의 계약을 강제 파기하기 위해 영입하려는 구단이 지불해야 할 최소한의 이적료) 금액이 무려 10억 유로(약 1조2968억원)에 달한다. 최근 파리 생제르맹은 네이마르를 영입하기 위해 바르셀로나에 2억2200만 유로(약 2878억원)의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할 용의를 드러냈다.

<윤은용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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