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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황제’ 페더러, 윔블던 새 역사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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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는 지금까지 총 7번 윔블던 정상에 올랐다. 이는 피트 샘프라스(미국), 윌리엄 렌쇼(영국) 등과 함께 윔블던 최다우승 기록으로 남아있다. 만약 이번에도 우승을 차지하면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8번 우승하는 최초의 선수가 된다.

로저 페더러가 4월 2일 미국 플로리다 키비스케인에서 열린 마이애미오픈 결승전에서 라파엘 나달의 공을 되받아치고 있다. / AP연합뉴스

로저 페더러가 4월 2일 미국 플로리다 키비스케인에서 열린 마이애미오픈 결승전에서 라파엘 나달의 공을 되받아치고 있다. / AP연합뉴스

테니스 메이저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이 7월 3일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 잉글랜드 클럽에서 막을 올린다. 1877년에 1회 대회가 열려 올해로 131회째다. 이번 윔블던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의 우승 여부다. 테니스 역사상 윔블던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페더러는 이번 대회에 거는 각오가 남다르다. 어쩌면 윔블던 우승에 도전하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세리나 윌리엄스가 없는 상황에서 윔블던 여자 단식 우승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

1981년생인 페더러는 한국 나이로 만 35세다. 테니스 선수들 사이에서는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노장’이다. 하지만 페더러는 지금도 세계랭킹 5위에 올라 있는 등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페더러는 2003년 윔블던에서 첫 우승을 거둔 뒤 2007년까지 5연패를 달성했다. 이후 2009년과 2012년에도 우승을 보태 지금까지 총 7번 윔블던 정상에 올랐다. 이는 피트 샘프라스(미국), 윌리엄 렌쇼(영국) 등과 함께 윔블던 최다우승 기록으로 남아있다. 만약 이번에도 우승을 차지하면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8번 우승하는 최초의 선수가 된다.

아서 애시의 최고령 우승 기록에도 도전

만 35세의 테니스 선수에게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라는 것은 고목나무에 꽃을 피우라는 것과 진배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페더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페더러는 올해 1월 호주오픈에서 필생의 숙적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을 꺾고 통산 18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페더러는 지난해 7월 윔블던이 끝난 후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뒤 수술을 받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테니스 선수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무릎에 수술을 받으면서 페더러의 은퇴설이 심각하게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페더러는 보란 듯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호주오픈 우승을 포함해 올해 6개 대회에 출전, 무려 4개의 우승컵을 차지하며 화려한 복귀를 했다. 특히 클레이코트 시즌이 진행된 4~5월에는 일부러 휴식을 취하며 무릎에 쌓인 피로도를 털어내 윔블던에 대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만약 페더러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만 35세 11개월의 나이로 달성해 오픈 시대(프로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를 말함)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현 최고령 우승 기록은 1975년 대회에서 만 31세 11개월의 나이로 우승한 아서 애시(미국)가 가지고 있다. 또 페더러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통산 19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나달(15회)과의 격차를 다시 벌릴 수 있다.

라파엘 나달이 5월 11일 마드리드오픈에서 닉 키리오스를 맞아 서브를 넣고 있다. / AP연합뉴스

라파엘 나달이 5월 11일 마드리드오픈에서 닉 키리오스를 맞아 서브를 넣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페더러를 막아설 가장 유력한 후보를 꼽으라면 세계 랭킹 1위 앤디 머레이(영국)와 노바크 조코비치(4위·세르비아), 그리고 페더러 필생의 숙적인 나달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머레이와 조코비치는 올 시즌 나란히 부진에 빠지며 예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번 윔블던에서도 페더러의 최대 장벽은 나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페더러는 나달을 상대로 통산 상대전적에서 14승23패라는 열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나달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클레이코트에서는 일방적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페더러는 프랑스오픈에서 2009년 딱 한 차례 우승을 차지했는데, 나달이 16강에서 덜미를 잡히지 않았다면 페더러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 사이의 천적 관계는 최근 들어 약간 달라졌다. 페더러는 2015년 바젤 오픈을 시작으로 나달에게 4연승을 거두고 있는데, 특히 올해 세 차례 맞대결에서 전부 승리하며 자신감을 찾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페더러가 나달을 상대할 때 가장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부분은 바로 리턴이었다. 페더러는 현역 선수들 가운데 흔치 않은 한 손 백핸드를 구사하는데, 이게 나달의 장기인 톱스핀 포핸드에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많은 회전이 걸려 들어오는 나달의 톱스핀 포핸드는 바운드가 워낙 커 페더러가 백핸드로 리턴을 시도할 경우 네트에 걸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페더러는 피나는 노력을 거듭한 끝에 한 손 백핸드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나달의 톱스핀 포핸드에 대적하기 시작했다. 호주오픈 5세트 승부에서 페더러가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백핸드였다.

윌리엄스 없는 여자단식, 우승컵은 누가

클레이코트 시즌을 푹 쉬며 무릎에 쌓인 피로도를 말끔히 털어낸 페더러는 6월 26일 독일 할레에서 열린 게리베버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떨어진 감도 완벽하게 찾았다. 나달이 프랑스오픈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며 프랑스오픈 10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기는 했지만, 잔디코트는 페더러가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는 코트다. 승부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이번 윔블던에서는 머레이,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이 차례대로 1~4번 시드를 획득했다. 이에 페더러와 나달은 결승에서나 맞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팬들이 더 설레는 이유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위·미국)가 올 가을 출산으로 이번 시즌을 포기하면서 여자단식 우승자 예측이 좀처럼 쉽지가 않다. 현재 여자단식 부분은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세계랭킹 1위인 안젤리크 케르버(독일)는 윌리엄스가 이번 시즌을 접으면서 자연스레 1위로 올라선 경우다. 하지만 호주오픈에서도, 프랑스오픈에서도 그는 1위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프랑스오픈에서는 세계랭킹 1위임에도 1회전에서 탈락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추격자들 중 누구 하나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사람들의 시선은 프랑스오픈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신성 옐레나 오스타펜코(14위·라트비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스타펜코는 노시드로 출전한 프랑스오픈에서 어지간한 남자선수들을 상회하는 엄청난 파워를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오스타펜코는 프랑스오픈이 끝나고 “잔디 코트가 더 자신있다”고 말했는데, 오스타펜코가 윔블던 우승을 차지하면 내년에 돌아오는 윌리엄스와의 승부가 더욱 기대된다.

오스타펜코와 함께 프랑스오픈 준우승자인 시모나 할레프(2위·루마니아)와 카롤리나 플리스코바(3위·체코) 등도 유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된다. 한편 지난 4월 금지약물 복용 징계에서 돌아온 마리아 샤라포바(179위·러시아)는 부상으로 예선 출전을 포기했다.

<윤은용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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