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잘못한 가맹점 피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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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성추문, 상표권 분쟁, 가격인상 등 악재가 불매운동으로 번지며 피해 속출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 오너 성추문, 상표권 분쟁, 가격인상 등의 악재가 불매운동으로 번지며 가맹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본사의 잘못으로 영세한 가맹점들이 피해를 떠안게 된 상황이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보상받을 길이 없어 가맹점주들을 위한 피해보상 등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회장이 6월 21일 오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로 출두하며 취재진을 향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회장이 6월 21일 오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로 출두하며 취재진을 향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6일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회장이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번졌다. 사건이 벌어진 지 20일가량이 지났지만 소비자들 사이에 불매운동이 확대되며 일부 가맹점은 매출이 급감하거나 주문이 거의 끊기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 측은 최호식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고객들은 물론 가맹점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 측은 가맹점 피해상황에 대해 “1000여개가 넘는 가맹점이 있다보니 보상이나 불만사항을 일일이 대응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가맹점과 본부 대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상생협력위원회를 꾸려 지속적인 가맹점 의견수렴과 소통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딸 떡볶이’는 간판 내려야 하는 상황
국내 최대 떡볶이 프랜차이즈인 ‘아딸 떡볶이’는 상표권 분쟁으로 인해 가맹점들이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오너 부부가 ‘아딸’이라는 상표권에 대해 분쟁을 벌이면서 전국 560여개 가맹점주들이 간판을 바꾸거나 새 계약을 체결하는 것 중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3부는 ‘아딸 떡볶이’ 창업자 이경수 전 대표의 부인 이현경씨가 본사 ‘오투스페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서비스표권(상표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전 대표의 부인인 이씨는 지분의 30%를 소유하고 있으며, 브랜드명인 ‘아딸’(아버지와 딸의 줄임말)의 딸 역시 본인을 지칭한 표현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아딸 가맹점을 관리하는 오투스페이스를 상대로 상표권 사용을 금지하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개별 가맹점주들이 상표를 계속 사용하면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포기하고 상호를 변경하든지,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이씨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한 가맹점주는 “정상적으로 가맹계약을 맺고 장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갑작스런 상황이 벌어져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 2차 가격인상을 단행했다가 백지화한 BBQ 역시 가격인상을 전면 철회했음에도 악화된 여론이 불매운동으로 번지며 가맹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가맹본사의 잘못으로 가맹점이 피해를 입어도 이를 안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가맹점주들이 모여 본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일 수 있지만 이 경우 가맹점의 금전적 손실이 가맹본사의 잘못을 원인으로 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 보상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것이 법 전문가와 유사 경험자들의 말이다.

본사 귀책사유를 이유로 가맹계약 해지를 하는 것도 득보다 실이 많다. 현재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통용되는 가맹계약서 상으로는 가맹점주가 소송에서 이겨 가맹계약 해지를 해도 본사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아예 없거나 매우 적다. 또 가맹점이 물의를 일으켰을 때 가맹계약서 상의 귀책사유 약관을 근거로 본사가 정한 상당 금액의 위약금을 물어내거나 폐점까지 감수해야 한다. 호식이 두마리 치킨의 경우 가맹점주가 본사의 승인 없이 영업을 중단, 폐업하거나 양도양수시 1500만원의 위약금을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결정적으로 본사와 대립각을 세울 경우 다음 재계약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이 피해보상에 목소리를 높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10월 도입 예정인 새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경우 프랜차이즈 업체 본사가 허위과장 정보 제공, 부당한 거래 거절 등으로 가맹업주에게 손해를 입히면 최대 3배의 배상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번 회장 성추행사건처럼 본사의 의도치 않은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피해는 보상범위에서 빠져 있다”며 “가맹점주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법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이 잇따르며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는 가맹점주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0일 프랜차이즈 업체 회장의 개인 일탈로 개별 점포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배상책임을 경영진에게 지우는 이른바 ‘호식이 방지법’(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호식이 두마리 치킨의 경우처럼 오너의 일탈로 가맹점포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게 입법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 보호조치 마련 서둘러
개정안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경영진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행위 금지 의무조항이 신설되고, 이들의 잘못으로 가맹점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본사의 배상책임을 계약서에 명기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프랜차이즈 업체 회장이 성추행 혐의나 폭력사건 등으로 구설에 올라 업체 상품에 대해 불매운동이 벌어졌을 경우 가맹점주들은 본부에 판매 감소에 따른 피해액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골목상권과 경제적 약자 보호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도 가맹점 보호조치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공정위는 우선 가맹사업법에 가맹점에 대한 보복 금지규정을 신설하고, 보복행위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로열티 산정의 근거가 되는 구매 필수물품 실태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본사를 통해서만 식자재를 납품받고 이를 근거로 로열티를 산정하는 현 프랜차이즈 거래구조에서 본사의 식자재 가격 ‘뻥튀기’ 등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브랜드 통일성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가맹점에 필수 식자재를 구매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본부가 가맹점에 과도한 로열티를 부과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가맹대리점들의 단체구성권을 보장하고 가맹본부에 대한 사업자들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가맹점사업자단체를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신고제 도입 안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안건들이 입법화되면 그간 ‘을’의 입장에서 피해를 떠안아야 했던 가맹점주들에게 강력한 보호장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그간 경영진의 과실은 업무 외 부분으로 판단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실제로 법제화되면 예방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향후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공적 기관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예방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노정연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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