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이승우, 바르샤B 대신 독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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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바르셀로나 2군 승격이 어려운 것과 달리 다른 유럽리그 팀들에게는 호평을 받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도르트문트와 샬케04, 그리고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 5개팀이 이승우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  

승격이냐, 이적이냐.
한국 축구가 자랑하는 신예 골잡이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뛸 수 있는 프로무대가 올 여름 결정된다.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인 후베닐A 유니폼을 입은 이승우가 경기 중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FC바르셀로나 홈페이지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인 후베닐A 유니폼을 입은 이승우가 경기 중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FC바르셀로나 홈페이지

어느덧 성인으로 자라난 이승우는 올해가 유소년 레벨인 후베닐A에서 뛰는 마지막 해였다. 그는 6월 26일 스페인으로 출국해 현지 에이전트인 페레 과르디올라와 만나 인생의 항로를 논의한다. 이승우는 어릴 때부터 꿈을 키우며 자랐던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 2군인 바르세로나B(3부리그) 승격과 유럽 내 다른 리그 이적 사이에서 선택의 시기에 놓였다. 그를 둘러싼 상황은 아쉽게도 후자에 가깝다.

이승우가 원하는 것은 바르샤B 승격
이승우는 최근 국내에서 막을 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앞두고 “바르셀로나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이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롤 모델이자 세계 최고의 골잡이인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와 같은 길을 원했다. 뛸 수 있는 무대를 찾으라는 축구계 조언보다는 후베닐A의 다음 단계인 바르셀로나B에서 프로 계약을 체결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승우가 U-20 월드컵 출전으로 팀을 떠난 사이 상황이 부정적으로 변했다. 스페인 일간 ‘문도 데포르티보’는 6월 20일 “바르셀로나는 이미 B팀으로 올라갈 선수들에 대한 면담을 마쳤다”며 “미드필더 카를라스 알레냐와 레프트백 마르크 쿠쿠렐라만 B팀에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이승우의 이름은 22명으로 꾸려질 차기 시즌 B팀 명단에 없었다. 이 신문은 “이승우가 메시와 같은 유망주로 평가받던 느낌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승우가 2016~2017시즌 후베닐A에서 전반기에는 16경기에서 8골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후반기 15경기에서 단 1골로 부진했던 것이 직격타가 됐다. 유소년 레벨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격인 UEFA 유스리그에서도 주요 경기에선 주전으로 나서지 못했다. 당시 이승우가 어깨 탈골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바르셀로나B로 올라갈 경쟁력은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승우는 승격 기회를 잡은 다른 선수들이 시즌 중 B팀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뛰며 검증단계를 거친 것과 달리 프리시즌 기간에만 B팀의 부름을 받았다.

바르셀로나B가 스페인 세군다B(3부) 승격 플레이오프 최종 라운드 1차전에서 라싱 산탄데르에 4-1로 이긴 것도 일종의 악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바르셀로나B가 남은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2부인 프리메라리가2로 올라가면서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프리메라리가2에선 유럽연합(EU)에 소속되지 않은 국가의 선수는 2명만 뛸 수 있다. 이미 바르셀로나B에는 백승호를 비롯해 마를론 산토스, 에세키엘 바시, 윌프리드 캅툼 등 4명의 외국인 선수가 있다. 4명의 선수가 모두 내년에도 남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승우를 위해 자리를 비워줄 가능성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U-20 월드컵 대표 이승우가 5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전반 첫 골을 성공시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U-20 월드컵 대표 이승우가 5월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전반 첫 골을 성공시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발목을 잡은 FIFA 징계
한때 한국의 메시로 불리며 각광을 받았던 이승우가 2군 승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FIFA의 징계 탓이다. 그는 FIFA가 바르셀로나에 국제 유소년 선수 이적 규정을 위반했다고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리면서 만 18세가 되기 직전까지 3년간 공식 경기를 뛰지 못했다. 경기를 뛰지 못하니 경기감각이 떨어지고, 성장세도 둔화됐다. 철저하게 실력 검증을 통해 옥석을 가려내는 바르셀로나가 성장이 멈춘 선수를 프로선수로 대우한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이다.

이승우가 U-20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놀라운 드리블 돌파로 득점을 만들었지만, 자신을 둘러싼 평가를 단번에 바꾸지는 못했다. 오히려 유소년 레벨에서 도드라지지 않았던 약점만 부각됐다.

비교적 작은 체구(1m70·60㎏)가 걸림돌이 됐다. 이승우도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고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3년 전부터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는 고된 훈련을 했다. 그 결과 체지방을 4.2㎏ 줄이는 대신 거의 같은 무게를 근육으로 채우는 성과도 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이승우는 자신을 거칠게 다루는 상대에는 고전했다. U-20 월드컵에서 덩치는 성인 수준이었던 잉글랜드·포르투갈과 부딪치면서 힘의 차이를 느꼈다.

다행히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2군 승격이 어려운 것과 달리 다른 유럽리그 팀들에게는 호평을 받고 있다. 작은 체구를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살려내는 저돌적인 플레이와 비범한 승부욕 때문이다. 과거 이승우가 바르셀로나의 부름을 받아 스페인으로 건너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분데스리가는 외국인 선수 출전기회 넓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독일 일간 ‘빌트’는 6월 19일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가 새 아시아의 보석을 노리고 있다”며 “이승우 영입전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도르트문트뿐만 아니라 샬케04, 그리고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 5개팀이 이승우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분데스리가는 EU 출신이 아닌 선수도 6명까지 등록할 수 있는 등 규정이 상대적으로 외국인 선수인 이승우에게 유리하다. 바르셀로나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주로 기회를 잡는 곳이기도 하다. 이미 바르셀로나B에 승격해 1년간 활약한 백승호도 출전 기회를 찾아 이적을 고민하고 있다.

이승우도 바르셀로나에 대한 애착보다는 경기를 뛰면서 자신의 비범한 재능을 일깨워야 한다. 신태용 전 U-20 대표팀 감독은 “승우 같은 선수는 충분히 출전할 수 있는 환경만 있으면 성장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다”며 “언젠가 한국 축구에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로 자라날 것”이라고 응원했다.

<황민국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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