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아워’ 놓친 월드컵호 새 선장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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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사령탑은 국내 감독이 확정적이다. 후보로는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신태용 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정해성 대표팀 수석코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3)이 한국축구대표팀을 맡은 지 2년 9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지난 15일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58)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슈틸리케 감독과 합의하에 계약을 종료했다”고 말했다. 본인도 책임을 통감하며 동반 사퇴했다.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4승1무3패(승점 13점)로 2위를 기록, 3위 우즈베키스탄(4승4패·승점12)에 승점 1점 차로 쫓기고 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시아의 호랑이’가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6월 13일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 중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땀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

6월 13일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 중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땀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

본선 진출 빨간불, 슈틸리케 결국 경질

결국 대표팀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지난 2014년 9월 슈틸리케 감독 선임 당시 보장한 임기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2018년 6월)까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대표팀 역대 최장수 감독(2년 9개월)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성적 부진으로 중도 하차했다.

그렇다면 침체에 빠진 한국축구를 구할 새 선장은 누가 될까. 슈틸리케 감독은 한때 신을 뜻하는 갓(God)을 합해 ‘갓틸리케’라고 불렸다. 그는 2015년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월드컵 최종예선에 돌입한 뒤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해 10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과의 3차전에서 0-1 완패를 당했다. 유효슈팅 0개에 그쳐 ‘슈팅영개’란 조롱을 받았다.

게다가 “한국에 세바스티안 소리아(34·카타르)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고 말했다. 패배의 책임을 선수 탓으로 돌리며 ‘탓틸리케’란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이어 지난 3월 중국 창사에서 열린 중국과의 6차전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중국 기자도 “슈틸리케 감독 전술은 예상이 가능해 내 눈에도 보인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고수했고, 단조로운 패턴의 롱볼축구만 반복했다.

‘골든 아워’ 놓친 월드컵호 새 선장은 누구?

또한 “소속팀에서 뛰는 선수만 선발하겠다”고 기준을 정하고도 일관성 없이 선수를 선발했다. 중국 프로축구에서 뛰면서 기량이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을 계속 중용했다. 꾸준히 국내 프로축구 경기장을 돌아다녀 ‘암행어사’라 불리기도 했지만, 정작 K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선수들을 외면했다.

중국에 패한 뒤 축구계 안팎에서 경질 요구가 빗발쳤다. 전술도, 선수 선발기준도, 문제 인식도, 희망도 없는 ‘슈틸리케의 4무(無) 축구’에 단단히 화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리아와의 7차전에서 1-0 진땀승을 거뒀고, 축구협회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슈틸리케를 유임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 ‘골든 아워’를 놓쳤다. 결국 곪았던 상처가 터졌다. “한 번만 믿어 달라”던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8차전에서 2-3으로 패했다. FIFA 랭킹 88위 카타르에 33년 만에 패했다. ‘테헤란 참사’, ‘창사 참사’에 이어 ‘도하 참사’였다. 이젠 정말 한국이 32년 만에 월드컵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이란(6승2무·승점 20)은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 확정한 가운데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조 2위를 두고 살얼음 승부를 펼쳐야 한다. 아시아 최종예선은 10팀이 A조와 B조로 나뉘어 경쟁 중이다. 각 조 1·2위는 본선에 자동 진출한다. 3위 두 팀은 홈 앤드 어웨이 맞대결을 벌여 한 팀을 가린 뒤 다시 북중미카리브해 최종예선 4위 팀과의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과해야 러시아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B조에서는 일본(승점 17점)·사우디아라비아·호주(이상 승점 16점)가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다.

6월 13일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6월 13일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원정 4경기에서 단 1승도 못 거둬

한국은 8월 31일 이란과 홈 9차전,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10차전 등 2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만약 이란과 9차전에서 비기거나 질 경우,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10차전에서 본선행이 판가름난다. 한국은 최종예선 원정 4경기에서 1무3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만약 본선에 가더라도 ‘승점 자판기(상대에게 승점을 내주는 약팀)’ 신세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국축구가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축구협회는 차기 기술위원장을 중심으로 슈틸리케 감독 후임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차기 기술위원장에는 김학범 전 성남 감독과 안익수 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홍명보 전 항저우 뤼청 감독, 이장수 전 창춘 감독, 최영준 축구협회 기술부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차기 사령탑은 국내 감독이 확정적이다. 이용수 위원장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차기 대표팀 감독은 국내 지도자가 맡아야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외국 감독은 짧은 시간에 국내 선수들을 파악하기 힘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계약 조건에 따라 슈틸리케 감독에게 내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때까지 150만 달러(약 17억원·추정액)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특급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기에는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 축구협회는 해외 출장 중인 정몽규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차기 감독을 뽑을 계획이다.

차기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는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신태용 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정해성 대표팀 수석코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위기 관리능력을 지녔고,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열하게 경험한 감독이 적임자”라고 기술위 분위기를 전했다.

허정무 부총재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무패(4승4무)로 통과해 한국축구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현 대표팀 정해성 수석코치와 감독·코치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다. 또한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흔들리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을 다잡을 수 있다. 현 대표팀 주축인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등을 지도한 적도 있다.

대표팀의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표팀의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 대한축구협회 제공

누굴 임명한들 축구팬들 납득시키기 어려워

다만 2012년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에서 물러나 5년간 현장을 떠났다는 건 약점으로 지적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축구팬들의 반발 여론도 걸림돌이다. 허 부총재는 ‘대표팀 사령탑 제안이 온다면?’이라는 질문에 “한국축구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라며 피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최종예선을 치른 적은 없다. 하지만 A대표팀 코치로 슈틸리케 감독을 2년간 보좌하며 최종예선을 경험했다. 현 대표팀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알아 단기간에 녹아들 수 있다. 하지만 U-20대표팀 감독으로 FIFA U-20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한 아쉬움은 있다. ‘최종예선에서 자칫 미끄러지면 지도자 인생에 오점으로 남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신 감독은 “지도자는 도전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66), 최용수 전 장쑤 감독(44)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박린 일간스포츠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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