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보고, DMZ의 자연 시리즈 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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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한국전쟁 기념일이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6월 4일 발행한 ‘DMZ의 자연 시리즈(두 번째 묶음) 우표’가 더 인상적이다.

이번에 발행한 우표는 두 종류다. 총구멍이 선명한 녹슨 철모 옆에서 사주경계를 하고 있는 천진난만한 다람쥐가 그 중 하나다. 나머지는 날카로운 가시를 드러낸 채 이리저리 엉켜 있는 철조망 위에 앉아 있는 물총새를 담았다. 지난해에도 두 장이 발행됐다. 빨간 바탕에 흰색으로 ‘지뢰 MINE’이라고 쓴 삼각형 경고판을 매단 철조망에 내려앉는 박새와 철조망 아래로 날아든 한 무리의 저어새가 각각 디자인됐다. 전쟁의 상흔을 지우고 야생동물의 피난처로 새롭게 태어난 DMZ(비무장지대)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골육상쟁의 상처와 남북분단의 아픔,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DMZ가 야생동식물들에겐 편안하고 안전한 삶터임을 보여준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6월 4일 발행한 ‘DMZ의 자연 시리즈’(두 번째 묶음) 우표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6월 4일 발행한 ‘DMZ의 자연 시리즈’(두 번째 묶음) 우표들.

한반도와 한민족이 두 조각난 채 으르렁거리길 어느덧 70년이 되어간다. 그러나 길이 241, 폭 4의 휴전선 안은 시간이 멈췄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야생동물에겐 선물이었다. 이곳에는 동식물 등 7개 분야에 4873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곳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 무려 16종이나 살고 있다. 반달가슴곰, 수달, 사향노루, 산양, 붉은박쥐, 저어새, 흑고니, 노랑부리백로 등이 그것이다. 서식하는 2급 멸종위기동물도 75종이나 된다. 여러 기관에서 40여년 동안 20여 차례에 걸친 비무장지대 생태조사 결과를 종합해서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12월 9일 발간한 내용이다.

세상사는 대개 양면적이라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DMZ가 그렇다. 세상이 바뀐 탓이다. 과거에 인간은 자연을 훼손하면서 개발수익을 취했다. 그래야 자본이 생기고 일자리가 생겼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자연이 자본이고 생명이 자산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지성’ 이어령은 그의 저서 <디지로그>에서 “옛날은 나무를 베고 그것을 재단해야 자본이 되는 산업자본시대였다면 지금은 나무 그 자체가 자본이 되는 생명자본시대”라고 규정했다. 비극을 낳은 휴전선이 뜻밖에도 생명자본시대의 상징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DMZ 생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국제단체인 DMZ 포럼 창립자인 E O 윌슨 하버드대학 교수(생물학)는 “DMZ는 한반도에 게티즈버그와 요세미티를 합한 생태계의 보고”라면서 “‘DMZ공원’은 한국인들이 가장 아끼는 유산이 될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따를 수 있는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DMZ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전제가 있다. 비극과 고통의 역사를 이겨내야 한다. 남북화해의 길에서 평화의 길로, 다시 통일의 길로 전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DMZ의 생명가치를 인정하는 방법이다. 그 가치 인정이 곧 전쟁이 아닌 평화, 공멸이 아닌 상생의 기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또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는 DMZ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불행한 일이 됨은 물론 동식물에게도 재앙이 될 게 뻔하다.

DMZ 자연생태가 그것을 가르치고 있다. 자연은 결코 대결과 상극 속에서는 번창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DMZ의 자연이 조화와 공존의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거기서 지혜를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한반도 상황은 긴장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하루가 멀다하고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고 있다. 우리 국민만큼 MDZ에 사는 동식물들도 불안해 하지 않을까.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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