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젊은 남녀들에게 유행하는 더치페이 방식은 남녀가 데이트 비용을 함께 내지만 남자가 좀 더 많이 부담하는 식이다. 신사로서의 체면은 세우면서 함께 부담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한 한국식 치맥(치킨과 맥주)집. 계산 대기줄이 꽤 길었다. 얼마나 인기가 많길래 계산까지 줄을 서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사실은 다른 이유로 줄이 길다는 걸 발견했다. 앞에 있는 5명의 중국 젊은이들은 같은 일행이고 전체 금액을 공평하게 나눠 내는 더치페이를 하느라 줄이 길었던 것이다. 이들은 각자에게 할당된 금액에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스캔하는 전자결제 방식으로 순식간에 돈을 내고 사라졌다.
손님에 대한 접대,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에서 더치페이는 여전히 낯선 방식이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중국 친구들과 밥을 먹고 난 후에는 서로 계산하겠다며 실랑이가 종종 벌어지곤 한다. 계산서를 뺏어 들거나 화장실에 가면서 먼저 몰래 계산하는 것은 한국과 좀 비슷하다. 그러나 그런 계산 경쟁도 중년들이나 하는 촌스러운 다툼처럼 변해가는 느낌이다.
중국에서는 각자 내기 방식을 AA즈(AA制)라고 부른다. 대수 평균이라는 뜻(Algebraic Average)의 영어단어를 줄인 말이다. AA즈는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지만,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주로 연인, 부부 간의 각자 내기 방식이 논란의 중심이다.
2012년에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더치페이에 대한 고민은 몇 년 새 일은 아닌 듯하다. 마오쩌둥의 집사였던 우롄덩이 쓴 책에 따르면 마오쩌둥 주석과 부인 장칭은 AA즈를 선호했다고 한다. 당시 마오 주석의 한 달 월급은 404위안(약 6만6000원)이었고 장칭의 월급은 243위안(약 4만원)이었는데 둘은 생활비를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를 했다. 우롄덩은 “집사로서 두 사람의 월급을 어떻게 배분해 사용할지가 늘 고민이었다”고 기억했다.
중국의 더치페이는 기술의 발달이 견인하고 있다. 알리바바에서 만든 전제결제 방식인 즈푸바오는 AA즈 기능이 있다.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은 단체방에 더치페이 기능이 있다. 전체 식사가격을 입력하면 단체방에 있는 사람 수만큼으로 나누어 자동 결제할 수 있다. 웨이신 결제나 즈푸바오를 통해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보니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꺼내지 않고도 각자 내기가 가능하다. 계산대 앞에서 한 사람이 대표로 신용카드를 결제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현금을 꺼내주는, 다소 복잡하고 민망한 상황은 피할 수 있다.
<박은경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yama@kyu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