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티키타카’ U-20팀 신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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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은 팀 컬러를 창조적이고 공격적으로 바꿔놓았다. U-20팀은 4-1-2-3, 4-2-3-1 포메이션을 쓰는 등 변화무쌍하다. 선수들은 패스를 준 뒤 빈 공간으로 움직여 다시 공을 돌려받는 플레이를 펼친다.

‘그라운드의 여우’ 신태용(47)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 그가 ‘FC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19)-백승호(20)와 함께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재현을 꿈꾸고 있다.

신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56)와 리오넬 메시(30),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39) 등을 배출한 U-20 월드컵은 축구스타들의 등용문으로 꼽힌다.

2016년 11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수원컨티넨탈컵 U-19 국가대표 국제축구대회에서 백승호(왼쪽)가 골을 넣은 뒤 이승우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2016년 11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수원컨티넨탈컵 U-19 국가대표 국제축구대회에서 백승호(왼쪽)가 골을 넣은 뒤 이승우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신태용호의 중심축 ‘바르셀로나 듀오’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2017 U-20 월드컵은 5월 20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수원·전주·인천·천안·대전·제주 등 6개 도시에서 열린다. 24개국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는 6개조 1·2위 팀과 각 조 3위 국가 중 성적 좋은 4팀이 16강에 진출한다.

개최국 한국은 ‘죽음의 조’에 속했다. 20일 전주에서 ‘아프리카 복병’ 기니, 23일 전주에서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 26일 수원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1~3차전을 치른다. 목표는 선배들이 이뤄낸 1983년 멕시코 U-20 월드컵 4강과 2002년 한·일 성인월드컵 4강 신화 재현이다.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신태용 감독은 ‘한국의 조세 무리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라 불린다. 무리뉴 감독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감독 시절 “난 스페셜 원(특별한 존재)”이라고 자평했는데, 신 감독도 2010년 K리그 성남 일화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뒤 “난 난 놈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신 감독은 무리뉴 감독보다 펩 과르디올라(46·스페인) 잉글랜드 맨체스터시티 감독을 좋아한다. 2013년 유럽에서 연수를 했던 신 감독은 바르셀로나 경기를 관전한 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과르디올라 감독이 아기자기한 땅따먹기 패스축구를 하는데, 나도 언젠가 저런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U-20 대표팀을 맡은 신 감독은 ‘한국판 티키타카(Tiki-Taka)’를 추구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후베닐A(19세 이하팀) 공격수 이승우와 바르셀로나 B팀(2군) 미드필더 백승호가 중심축이다. 티키타카는 스페인 FC바르셀로나의 전매특허로, 탁구를 치듯 짧고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는 플레이 스타일을 가리킨다.

신 감독은 지난 3월 국내에서 열린 U-20 4개국 국제축구대회에서 ‘바르셀로나 듀오’와 함께 2승1패로 우승을 이뤄냈다. 특히 잠비아와의 1차전 전반 40분에 터진 골이 백미였는데, 백승호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내준 패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승우가 오른발로 가볍게 톡 차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과거 한국 U-20팀은 안익수 전 감독 시절 수비에 무게를 두고 역습을 노리는 팀이었다. 신 감독은 팀 컬러를 창조적이고 공격적으로 바꿔놓았다. U-20팀은 4-1-2-3, 4-2-3-1 포메이션을 쓰는 등 변화무쌍하다. 선수들은 패스를 준 뒤 빈 공간으로 움직여 다시 공을 돌려받는 플레이를 펼친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패스축구를 ‘돌려치기’라고 부른다.

‘한국판 티키타카’ U-20팀 신화 꿈꾼다

창의적 플레이 만드는 자유로운 분위기

이승우는 “신태용 감독님이 추구하는 축구는 바르셀로나와 비슷하다. 선수들도 미팅 때 ‘티키타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훈련하듯 공을 돌리며 즐기다보니 좋은 축구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신태용 감독은 ‘패스 앤드 무브’를 추구한다. 선수들도 즐기면서 잘 따라하고 있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 좋아 백패스가 적고 전진지향적”이라고 평가했다.

신 감독이 만드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선수들의 창의적인 플레이로 이어지고 있다. 신 감독은 2009년부터 4년간 K리그 성남을 이끌며 ‘형님 리더십’을 펼쳤다. 감독이 선수 목을 장난으로 조르고, 선수가 감독 엉덩이를 툭 걷어찼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 대표팀 감독 때는 선수들과 목욕탕에서 장난을 치기도 했다.

U-20팀에선 ‘형님 리더십’을 좀 바꿔 ‘아빠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신 감독 장남 신재원(19)은 고려대 공격수이고, 차남 신재혁(16)은 호주 신태용축구학교 미드필더다. 신 감독은 “U-20팀 선수들이 아들 뻘이다. 재원이가 승우랑 동갑이다. 선수들을 아들처럼 보듬어 안고 있다”고 말했다.

통통 튀는 이승우에 대해 신 감독은 “문제 없다. 경기장 안에서는 맘껏 튀어도 좋다. 나도 선수 시절 파마와 염색을 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또 “팀 미팅 때 선수들에게 편한 자세를 하라고 말하니 처음엔 우물쭈물했다. 지금은 책상 위에 올라가 앉기도, 반쯤 누워서 듣기도 한다. 다 괜찮다. 청소년 시절 틀에 박히면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U-20 월드컵 대표 신태용 감독이 4월 26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전북 현대와의 연습경기 중 교체해 들어온 이승우를 반기고 있다. / 이석우 기자

U-20 월드컵 대표 신태용 감독이 4월 26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전북 현대와의 연습경기 중 교체해 들어온 이승우를 반기고 있다. / 이석우 기자

신 감독은 성남을 이끌 당시 ‘신공(신나게 공격) 축구’를 추구했다. U-20팀 선수들에게도 “수비하다 이기면 찝찝하다. 맞받아치다 이겨야 기분 좋다. 지더라도 장렬하게 뛰면 팬들이 좋아한다”고 늘 얘기한다.

이승우는 “신 감독님을 ‘갓태용(신이란 의미의 갓과 신태용의 합성어)’이라 부른다. 우리에게 잘 맞춰주시고, 짧은 시간 안에 선수들의 장점을 다 끌어올렸다. 대단하다”고 말했다.

한국 U-20대표팀은 이번 대회 슬로건으로 ‘신나라 코리아’를 내걸었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미디어팀장은 “젊은 선수들이 축구를 통해 온 나라를 신나고 즐겁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U-20대표팀 선수들 사이에서는 요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2년 전 FIFA U-17 월드컵에서 핑크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던 이승우는 “이번 월드컵 직전에도 헤어스타일을 바꿀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 감독은 현역 시절이던 2001년 K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지만 이듬해 한·일 월드컵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본선 참가국 중 자국리그 MVP가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경우는 한국이 유일했다. 내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별리그에서 2승1무를 거둬 조 1위로 올라가 8강 이상을 거두고 싶다. 2002년 한·일 월드컵처럼 홈에서 개최되는 대회인 만큼,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축구로 뜨겁게 달아오르도록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대표팀 슬로건은 ‘신나라 코리아’

이승우는 “2002년 월드컵 때 선배들이 4강에 올랐는데 이번에도 축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백승호는 “소속팀에서 많이 뛰지 못해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U-20월드컵은 내게 좋은 기회다. 어떻게 뛰느냐에 따라 내 미래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U-20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8일), 우루과이(11일), 세네갈(14일) 등과 세 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20일 기니와 대회 조별리그 1차전을 갖는다.

<박린 일간스포츠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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