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계산대 속속 등장, 무인매장시대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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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슈퍼 매장 등 넘어 백화점 등 쇼핑 전반으로 확대

최근 일본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을 깜짝 놀라게 할 빅 뉴스가 등장해 장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일본 편의점업계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10년 안에 모든 점포에 무인계산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최근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 로손, 미니스톱, 뉴데이즈 등 일본 5대 편의점업체들이 집적회로(IC) 태그 기술 등을 활용해 고객들이 계산원이 없는 계산대를 통과하기만 하면 계산이 되는 ‘무인 매장’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들 업체는 이날 일본 경제산업성과 공동으로 ‘IC 태그 1000억개 선언’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1000억개의 전 상품에 IC 태그를 부착키로 했다. IC 태그가 부착된 상품은 계산원이 일일이 바코드를 단말기에 인식시키지 않아도 된다.

단말기 인식범위 내에 IC 태그가 부착된 상품이 지나가기만 해도 가격이 합산되기 때문에 고객들은 종업원들의 도움 없이 총액을 보고 결제만 하면 된다. 예컨대 고객은 바구니에 물건을 담아 계산대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바구니 안의 물품이 모두 계산되는 형식으로, 초보적인 단계이기는 하지만 계산원이 필요 없는 미래형 ‘무인 매장’의 실제 모습인 셈이다.

한 소비자가 롯데슈퍼가 선보인 무인계산 시스템인 ‘360도 자동스캔 셀프 계산 서비스’를 통해 물건값을 정산하고 있다./롯데슈퍼 제공

한 소비자가 롯데슈퍼가 선보인 무인계산 시스템인 ‘360도 자동스캔 셀프 계산 서비스’를 통해 물건값을 정산하고 있다./롯데슈퍼 제공

일본 편의점업계 ‘빅3’인 로손은 일본 오사카 모리구치시에 위치한 자사의 편의점에서 점원 없는 계산대를 이미 실험 중이다. 파나소닉이 개발한 ‘레지로보(Regirobo)’ 시스템 시험적용 점포인 이곳은 계산대에 장바구니를 올려놓기만 하면 친절하게 비닐봉지에 옮겨 담아 고객에게 다시 내어주는 로봇시스템을 선보였다.

롯데슈퍼 ‘360도 자동스캔’ 선보여

앞서 미국의 아마존이 시애틀 매장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무인매장 ‘아마존고(Amazon Go)’를 시범 운영 중이지만 구체적인 시간표를 내놓고 무인매장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일본 편의점업계가 처음이다. 아마존고 고객들은 매장에 들어선 뒤 선반에서 원하는 물건을 꺼내 카트에 담은 뒤 걸어 나오기만 하면 된다. 줄을 설 필요도, 카드나 현금을 꺼내 계산대 점원에게 건네줄 필요도 없다. 해야 할 일이라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아마존 앱을 켜는 것뿐. 계산에서 결제까지 앱이 자동으로 마무리한다. 아마존이 만든 이 무인점포 ‘아마존고’는 쇼핑에서 가장 지겨운 ‘순서’인 줄서기와 계산이라는 과정을 없앰으로써 새로운 유통혁명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셀프계산대를 도입하는 매장이 늘면서, 최근에는 제품의 바코드를 단말기에 일일이 인식시키지 않고 계산대를 통과하기만 하면 계산이 끝나는 무인계산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3월에 롯데슈퍼가 선보인 ‘360도 자동스캔 셀프 계산 서비스’는 컨베이어벨트 위에 상품을 줄줄이 올려놓고 계산만 하면 셀프 계산이 완료된다. ‘셀프 계산 서비스’는 360도 모든 면에 바코드를 인식하는 센서가 있어 셀프 계산을 위해 고객이 일일이 바코드를 찾아 인식시켜야 하는 과정을 생략해 그간 고객들이 셀프 계산에서 가장 불편해 했던 과정이 사라진 것. 스캐너를 통과한 상품들은 맞은편 포장대로 이동되며, 고객은 상품을 봉투에 담은 후 결제 대기상태로 놓여 있는 화면을 확인하고 결제하면 쇼핑이 끝난다. 일본 편의점이 IC 태그 기술로 바코드 인식이라는 수작업을 생략한 것을 360도 바코드 부착으로 극복한 셈으로, 기술적인 방식은 다르지만 매장 계산대에서 길게 늘어서 점원이 일일이 계산해주기를 기다리는 방식을 없앴다는 점에서는 같다.

이처럼 공상과학 소설 속 얘기처럼 들리던 무인매장의 시대가 갑작스럽게 우리 생활 주변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무인매장의 성장 가능성은 최근 편의점이나 슈퍼 같은 매장을 넘어 백화점은 물론 패션 부문까지 쇼핑 전반에서 확인되고 있다. 예컨대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선보인 ‘스마트쇼퍼’가 대표적이다. ‘스마트쇼퍼’는 카트나 장바구니를 없앤 최초의 매장이다. 고객들은 입구에서 바코드 인식기가 달린 단말기를 받아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품의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된다. 계산대에서 이 단말기를 제출하고 결제만 하면 된다. 계산된 물품은 집으로 배송되기 때문에 시작에서 끝까지 장바구니 한 번 들 필요 없이 쇼핑이 끝난다. 하루 평균 50명이 이용했던 이 스마트쇼퍼는 최근 분당점 근거리 배송서비스 이용객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소비자가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신발매장에 있는 3차원 측정기를 통해 정확한 발치수를 재고 있다./롯데백화점 제공

한 소비자가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신발매장에 있는 3차원 측정기를 통해 정확한 발치수를 재고 있다./롯데백화점 제공

쇼핑의 혁명인가, 일자리 재앙인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의류 매장에서 고객의 치수를 재고, 스타일에 맞춰 옷을 골라주는 도우미 점원이 사라지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선보인 ‘가상 피팅 서비스’는 디지털 거울을 이용해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피팅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의류 매장에 직접 갈 필요 없이 상품을 검색할 수 있고 상품의 가격, 색상 등 상세 정보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직 현장에서 주문·결제까지 끝낼 수는 없지만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려운 것은 아니어서 수요만 있으면 언제든 추가될 수 있는 기능이다. 현재 54개 브랜드 160여벌의 상품을 입어볼 수 있는데 올해 말까지 100개 브랜드 총 500여벌의 옷을 가상 피팅이 가능하도록 추가한다는 게 롯데의 계획이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외식브랜드들이 앞다퉈 무인정보안내시스템(키오스크) 도입에 나서고 있다. 아워홈의 경우 자사의 푸드코트 ‘푸드엠파이어’와 외식브랜드 ‘타코벨’에 최근 키오스크 시스템을 구비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 한국어는 물론 영어·중국어·일본어까지 지원하고, 휴대전화와 연동시켜 음식이 완성되면 문자로 알려주는 ‘센스’도 탑재했다.

초창기 키오스크 보급의 효자노릇을 했던 극장이나 항공사들은 이제 대인창구는 물론, 키오스크조차 필요 없는 시스템을 구비한 지 오래다. 영화관의 경우 키오스크에 예약번호를 입력해 실제 종이표를 받아가던 종전 시스템에서 이제는 모바일 앱을 통해 예약하고 결제한 뒤 모바일 티켓으로 상영권을 찾아 입장하는 시스템을 완비했고, 비행기표도 부쳐야 할 짐이 따로 없다면 모바일 발권 후 체크인까지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끝낼 수 있다.

이처럼 쇼핑의 혁명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찬사를 받는 무인매장이지만 한편에서는 일자리의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미국의 유통업체 월마트는 무인매장을 도입하면서 직원 7000여명을 감원할 계획을 밝혔다. 아마존고의 등장이 미국 내 식료품 매장 근무직원 340만명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인공지능(AI) 기계’와 인간의 일자리 싸움이 본격화됐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호준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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