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앤 로스코와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더 높은 이상과 성취감을 추구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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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에 꽃이 흐드러진다. 기다려왔던 만큼 기쁨이 크다. 그런데 벚꽃은 길어야 열흘가량 피어 있어서, 목련은 활짝 피고나면 아주 금세 져버려서 그 아련한 기쁨이 더 클 게다. 우리는 나무에서 마지막에 피는 꽃 한 송이에 마음을 더 빼앗기기도 한다.

사람 사회의 여러 현상을 설명하려는 경제학의 근간은 기쁨 혹은 만족이다. 얼마나 만족하는가 하는 정도를 숫자로 나타내는 것이 곧 효용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물과 다이아몬드를 예로 들어 효용에 깃든 역설을 소개했다. 다이아몬드가 더 비싼 것은 다이아몬드의 교환가치가 물의 사용가치보다 더 큰 탓이며,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는 서로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후 활동한 경제학자들인 멩거, 왈라스, 그리고 제본스는 이 현상을 한계효용으로 잘 설명했다. 한계효용은 어떤 물품을 구매할 때 마지막 한 단위 물품이 갖는 사용가치를 뜻한다. 이를 통해 두 상품의 효용을 비교하여 특정한 선택이 더 ‘나은지’ 혹은 ‘못한지’를 평가할 수 있게 됐다. 현대 경제학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전의 정치경제학과 완전히 달라진 이때를 한계혁명이라고 부르는 까닭이기도 하다.

메리 앤 로스코의 시집 표지. 메리 앤 코스코는 윌리엄 제본스의 모친으로 그의 남편은 제철업자 토머스 제본스다.(왼쪽)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의 1858년 사진.(오른쪽) / 영국 국립 초상화 미술관경제

메리 앤 로스코의 시집 표지. 메리 앤 코스코는 윌리엄 제본스의 모친으로 그의 남편은 제철업자 토머스 제본스다.(왼쪽)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의 1858년 사진.(오른쪽) / 영국 국립 초상화 미술관경제

윌리엄 스탠리 제본스(1835-1882)는 이 한계효용을 내놓은 경제학자다. 화폐수량설을 고안한 어빙 피셔는 그의 책을 가리켜 경제학에 수학이 사용된 시작점이라고 평했다. 영국 리버풀에서 태어난 그는 정말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다. 그는 본래 식물학에 관심이 있었고, 화학을 공부했다. 그래서 호주에서 금속 분석가로 일하기도 했다. 영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도덕학에 관심을 두었다. 특히 기쁨과 고통이 사람의 행동을 지배한다는 공리주의를 받아들였다.

제본스의 스승은 논리학·집합으로 유명한 드 모르간(고등학교 수학책 맨 앞에 나온 탓에 가장 여러 번 공부한 ‘집합’의 바로 그 드 모르간)이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논리학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연과학을 통해 체득한 수리적 사고는 그가 한계효용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사람을 ‘경제적’으로 분석하는 배경이 되었다.

자연과학의 사고방식에 심취한 제본스는 ‘논리피아노’를 고안하기도 했다. 피아노의 키보드를 통해 주어진 문장이 참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게끔 하는 도구였다. 논리학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피아노와 음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그가 이렇게 넓은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까닭은 한 시인 덕이다.

시인 메리 앤 로스코(1795∼1845)는 학문과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다. 시학뿐 아니라 정치경제, 화학, 논리학 등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아버지가 <청년을 위한 시>를 쓰는 일을 도왔고, <성물> 시집의 편집자로 여러 시를 썼다. “너무 늦었어! 너무 늦었어! 떨리는 속도로” 말하며 “천국이 정한 운명을 알고자/ 당신과 이별하는 친구를 바라”보며, “당신의 가슴에 그들을 머물게 하시”고 “당신께 희망과 평화, 안식을 주시”기를 기도했다. 평화를 구하는 그녀의 시들 대부분은 <소네트와 다른 시들, 주로 종교적인>에 실렸다.

시인 로스코는 사실 제본스의 어머니이다. 다방면에 걸친 제본스의 재능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고들 한다. 그녀는 어린 제본스에게 직접 식물학, 논리학, 경제학 등을 가르치며 영감을 주었다. 열한 명의 아이를 낳은 로스코는 아홉째 자녀인 그가 열 살 되던 해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꾸려놓은 집안의 색채는 형제자매를 통해 그에게 꼼꼼하게 전해졌다.

정치경제학에서 ‘마음’을 떼어내 건조한 ‘경제학’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한계혁명의 제본스. 그는 시를 사랑했다. “시가 늘 먼저 있어야 한다. 시는 더 높은 이상을 갖게 하고 더 가치 있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마음’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김연(시인·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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