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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를 철거해야 강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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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창궐하고 강바닥 썩어… 유지·관리보다 허무는 비용이 덜 들어

지난 4일 끝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4대강이 화두에 올랐다. 민주당 후보들은 4대강 보의 철거에 대해서 시기와 절차·방법·대상 등에 다른 입장을 보였다. <주간경향>은 이와 관련, 전문가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는 물그릇을 크게 하면 크게 한 만큼 물이 깨끗해진다고 주장하면서 강에다 댐을 줄줄이 지어 낙동강의 물그릇을 열한 배 키웠다.(정부는 ‘보’라고 부르나 국제대형댐위원회의 규정에 의하면 ‘대형댐’에 해당한다) 거기다 오염배출량을 90~95% 줄였다고 했다. 주장대로라면 이제 낙동강의 물은 바로 들어가서 그냥 마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됐는가? 녹조가 창궐하고 강바닥은 썩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2016년 8월 경남 창녕·함안보 일대 낙동강의 모습. 녹조현상으로 강물이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 8월 경남 창녕·함안보 일대 낙동강의 모습. 녹조현상으로 강물이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 연합뉴스

외국은 녹조물 농업용수로도 못쓰게

지금 4대강에서 창궐하고 있는 녹조는 남조류가 주종으로, 이는 마이크로시스틴을 비롯한 맹독을 분비한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세포를 파괴하는 독성을 가지고 있고 암 발생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생체실험 결과를 토대로 음용수의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을 1ppb(0.001ppm) 이하로 정했는데, 물고기들은 이의 10분의 1 수준에서도 피해를 입는다고 알려져 있다. 녹조가 심한 물에서의 농도는 보통 수십ppb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2015년 8월에 4대강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금강(고마나루)에서 310ppb, 낙동강(달성)에서 434ppb, 한강(가양)에서 386ppb, 영산강(영산)에서 196ppb가 나왔다. 이런 독이 가득한 물을 방치하고 국민들에게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녹조를 가라앉히느라고 황토나 약품을 뿌려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해결된 것이 아니다. 녹조가 죽으면서 세포가 터져 독을 토해내기 때문이다. 반감기가 두 달 내지 석 달이 되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서 녹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결된 것도 아니다. 이 독소는 수중의 모든 생물들이 섭취하게 되고 이 물로 농사를 지으면 농작물에도 축적이 된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에서는 남조류 녹조가 번성한 물은 아예 상수원수로 부적합하다고 판정을 내리고, 물고기도 잡지 못하게 하고 농업용수로도 쓰지 못하게 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톨레도시는 5대호의 하나인 이리호에서 취수를 하는데 최근에 취수원 인근에 남조류 녹조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는 즉각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마시지 말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목욕도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식당들은 영업을 정지시켰다. 그리고는 생수를 공급했다. 그런데 이리호의 녹조는 우리 4대강의 녹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정부는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라고 아무리 국민들이 아우성을 쳐도 우리 정부는 약품을 뿌린다, 배가 휘젓고 다닌다, 공기 주입장치를 단다는 등의 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나 녹조는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질 뿐이다. 최근 펄스 방류, 즉, 물을 싹 뺐다가 다시 도로 가두는 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나 수문을 도로 막는 즉시 녹조도 또다시 도로묵이 되고 말았다. 펄스 방류 때에 교란이 일어나면서 바닥에 가라앉았던 오염물질이 떠올라 오히려 물은 더 더러워졌던 것이다.

녹조 문제는 나라의 안보 문제로 취급하여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죽음의 4대강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방법은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녹조는 고인 잔잔한 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 흘러서 교란이 일어나는 물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한강의 신곡수중보 상류에서 그렇게 번성하던 녹조가 신곡수중보 아래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씻은 듯이 사라진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한다면 댐들은 헐어야 한다. 그리고 4대강 강변 농지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모래는 도로 강에 넣어야 한다. 이 모래는 강의 물을 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흙더미에 걸쳐놓은 보들 붕괴 우려도

4대강을 흐르게 하면 이전보다 훨씬 더 깨끗해질 것이다. 하수처리장에서 오염을 90~95% 더 줄였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흐르는 강물에서는 이 효과가 즉각 나타날 것이다. 호수가 된 4대강에서는 큰비가 땅바닥의 온갖 오염을 다 씻어 와서 호수 바닥에 모아놓기 때문에 오염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하수처리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흐르는 강은 큰비가 오히려 강바닥을 씻어 재생시켜 놓기 때문에 비 온 후에 더 깨끗해진다. 비가 안 오는 평상시에는 하수의 오염만 강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오염을 줄인 만큼 강의 수질도 개선된다. 그 더럽던 중랑천과 안양천이 하수처리장을 건설한 후에 깨끗해진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면 4대강 강물을 그대로 식수원으로 쓰면 되기 때문에 부산·경남 사람들을 위해서 지리산에 댐을 지을 필요가 없고, 영산강이 다시 식수원이 될 가능성도 열린다.

4대강에 세운 댐들은 터질 우려가 크다. 댐은 암반 위에 세워야 하고 또 옆구리도 암벽에 걸쳐야 한다. 그런데 대형댐들을 ‘보’라고 이름을 붙이고는 댐의 설계기준을 따르지 않았다. ‘한반도 대운하’의 수위 6m를 맞추기 위해서 댐 위치를 잡느라고 모래 위에 세우고 옆구리도 흙더미에 걸쳐 놓았다. 지금껏 댐의 물이 새고, 강바닥에 세굴이 일어나고, 댐 구조물의 보강공사가 계속 이어지는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4대강을 지금처럼 유지·관리하는 것보다는 댐을 허무는 비용이 훨씬 싸다. 댐과 자전거 도로를 비롯한 각종 시설을 유지·관리하자면 매년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또 계속 쌓이는 퇴적물을 준설하자면 조 단위의 비용이 더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16개의 댐을 모두 허무는 데에는 2016억원이면 충분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모래도 농지에 기약 없이 쌓아두고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보다는 강에 도로 넣는 것이 농지도 살리고 강을 살리는 길이다. 4대강을 재자연화하라는 것은 또다시 거창한 토목공사를 벌이라는 것이 아니다. 강은 인공적인 장애물만 걷어내면 스스로 자기 갈 길을 찾아간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공사는 최소한으로 하며, 유지·관리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은 ‘깨끗한 물법’으로 강에다 우리의 4대강 사업과 같은 토목사업은 근본적으로 못하게 규정해 놓았고, EU는 ‘물관리 기본지침’을 제정하여 인공적인 하천을 자연에 가깝게 복원하도록 의무화하였다. 그래서 미국은 매년 50개가량의 댐을 허물어 지금까지 1200개가 넘는 댐을 해체했고, 3만7000여개의 강을 재자연화하였으며, 유럽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재난을 막고 강이 살아나며 유지·관리비가 적게 든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4대강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다음 정부에서는 댐을 허물고 재자연화하는 것이 답이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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