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와 골든스테이트, 올해는 울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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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의 제임스와 골든스테이트의 커리는 최근 3시즌 동안 ‘누가 현역 최고 선수인가’의 자리를 놓고 계속해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여왔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한정하면 둘의 스코어는 현재 1-1이다.

2015~2016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이슈는 단연 스테픈 커리(29)와 그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였다. 커리는 단일 시즌 최초 3점슛 400개를 달성하는 등 개인 최고 시즌을 보내며 역대 최초 만장일치 MVP를 따냈고, 골든스테이트는 73승(9패)을 거둬 1995~1996시즌 시카고 불스가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72승)을 넘어섰다. 많은 사람들이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커리와 골든스테이트는 마지막 ‘방점’을 찍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시리즈 전적 3승4패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 사람들은 커리의 3점슛 400개보다도, 골든스테이트의 73승 기록보다도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후 코트에 엎드려 눈물을 펑펑 쏟은 르브론 제임스의 모습을 더 기억하게 됐다.

한 시즌이 지났고, 커리와 골든스테이트는 다시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그들은 지난 시즌 아쉽게 놓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가 3월 5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뉴욕 닉스와의 경기중 3점슛을 쏘고 있다. / AP연합뉴스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가 3월 5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뉴욕 닉스와의 경기중 3점슛을 쏘고 있다. / AP연합뉴스

커리의 3점슛은 ‘신의 영역’

지난 시즌 커리는 생애 처음으로 평균 30점 이상을 올리고 역대 최초로 3점슛 400개를 돌파하는 등 지금이 자신의 시대임을 명백하게 밝혔다. 3점슛 300개도 나오지 않았던 마당에 400개는 ‘신의 영역’이었다. 만장일치 MVP도 당연했다. 거리를 가리지 않고 쏘는 족족 들어가는 커리의 3점슛은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올 시즌도 커리는 잘하고 있다. 평균 25점 이상을 득점하고 있으며, 3점슛도 300개를 돌파하며 역대 최초로 2년 연속 3점슛 300개를 넘어선 선수가 됐다. 케빈 듀란트가 오면서 공격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골든스테이트의 리더는 커리다.

골든스테이트는 기존 커리와 클레이 톰슨, 드레이먼드 그린에 듀란트까지 가세하면서 ‘판타스틱 4’를 구축했다. 이들은 정규시즌 내내 무지막지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상대를 압살했다. 올 시즌 가비지 타임(승패가 일찌감치 결정돼 벤치 선수들이 나와 경기를 하는 시간)이 가장 많은 팀도 바로 골든스테이트다.

커리와 골든스테이트, 올해는 울지 않으리

NBA 최초 3시즌 연속 65승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6일 피닉스 선즈를 꺾으면서 3시즌 연속 서부콘퍼런스 1위를 확정했다. 지난 두 시즌과는 달리 연패도 당하는 등 우려를 낳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NBA 역대 최초로 3시즌 연속 65승을 달성하며 최강의 위치를 지켰다. ‘황제’ 마이클 조던이 활약하던 1990년대 중반의 시카고 불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부상 같은 돌발 변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골든스테이트는 올해도 가장 유력한 서부콘퍼런스 우승 후보다.

골든스테이트의 전력이 막강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팀이 있다.

올 시즌 골든스테이트와 함께 ‘유이한’ 60승 팀인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바로 그렇다. 골든스테이트는 올 시즌 샌안토니오와의 세 차례 맞대결에서 1승2패로 밀렸다. 골든스테이트가 상대 전적에서 유일하게 뒤진 팀이다. 개막전에서 100-129의 참패를 당했고, 3월 12일 맞대결에서도 85-107로 완패했다. 3월 30일 대결에서 110-98로 설욕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찜찜함을 감출 수가 없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이끄는 샌안토니오는 리그 굴지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올 시즌 평균 실점이 100점대 미만인 팀은 유타 재즈(96.5점)와 샌안토니오(98.2점)뿐이다. 평균 득점 NBA 1위(116.1점)를 자랑하는 골든스테이트도 샌안토니오와의 세 차례 맞대결에서는 평균 98.3점에 그쳤다.

같은 차원에서 멤피스 그리즐리스 또한 골든스테이트가 경계해야 하는 팀이다. 멤피스 역시 평균 실점이 100.1점으로 NBA 전체 3위에 올라 있을 만큼 수비가 강한 팀이다. 골든스테이트도 올 시즌 멤피스와의 네 차례 맞대결에서 2승2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전력상 우위가 플레이오프에서의 필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3월 29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드레이몬 그린(왼쪽)과 맷 반즈가 숙적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맞붙은 경기에서 카와이 레너드의 공격을 수비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3월 29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드레이몬 그린(왼쪽)과 맷 반즈가 숙적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맞붙은 경기에서 카와이 레너드의 공격을 수비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클리블랜드와의 올 시즌 전적은 1승1패

골든스테이트가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경우, 올 시즌 역시 상대는 클리블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클리블랜드는 올 시즌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며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은 경기력을 자주 보여줬는데, 제임스가 ‘플레이오프 모드’를 가동한 최근 경기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두 팀의 맞대결은 1승1패로 끝났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열렸던 첫 대결에서는 클리블랜드가 109-108 신승을 거뒀고, 1월 17일 두 번째 대결에서는 126-91로 골든스테이트가 완승했다.

클리블랜드의 제임스와 골든스테이트의 커리는 최근 3시즌 동안 ‘누가 현역 최고 선수인가’의 자리를 놓고 계속해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여 왔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한정하면 둘의 스코어는 현재 1-1이다. 올 시즌도 전력은 골든스테이트가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제임스를 포함해 카이리 어빙, 케빈 러브 등이 버티고 있는 클리블랜드도 약한 전력은 결코 아니다.

골든스테이트가 과거 보스턴 셀틱스나 LA 레이커스, 시카고 불스 같은 왕조를 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필요하다. 훗날 전설들과 비교를 할 때 개인 기록도 기록이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몇 번이나 했느냐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윌트 체임벌린이 개인 기록은 뛰어나도 선수로 우승만 10번을 한 빌 러셀을 압도한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듯이 말이다.

<윤은용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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