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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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 이뤄진 한 앙케트 조사에 의하면 대학생의 90%가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70%가 컴퓨터에 자신이 없다고 회답했다고 한다. 인사채용 담당자의 약 60%는 학생들의 컴퓨터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종래의 컴퓨터로 하던 일을 스마트폰으로도 얼추 다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린 탓이다. 마우스 조작 대신 컴퓨터 화면을 터치하려고 하는 풍경이 펼쳐지니 속이 터진다는 것.

다행히 최근의 컴퓨터들과 윈도 10은 그렇게 터치를 해도 PC 프로그램의 조작은 가능한 데다, 컴퓨터를 좀 몰라도 무난한 일상을 보내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시절이 되어 버렸다. 문서 작성 등도 폰으로 대강 되기에, 결심만 한다면 PC 한 대 사지 않아도 일상을 보낼 수 있다. 금융이나 쇼핑 등의 일과(日課) 처리는 더 편하기도 하다. 단 PC 없는 생활에는 조건이 하나 있는데 무언가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경우다.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가 크리에이터즈 업데이트 배포를 발표하고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가 크리에이터즈 업데이트 배포를 발표하고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그 태생부터 철저하게 소비 단말로 설계되었다. 키보드와 같은 입력장치는 우선순위가 낮아 화면과 같은 출력장치에 늘 자리를 내주는 신세. 아이패드 프로나 갤럭시 탭 S3 등 근래 펜 태블릿의 완성도는 상당해졌지만, 그래도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는 여전히 맥이나 윈도 등의 컴퓨터로 작업을 완결할 수밖에 없다. 글 쓰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가끔 해외 토픽에 폰으로 쓴 소설 등이 소개되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극단적 사례. 코딩과 같은 본격적 창작 또한 마찬가지다. 컴퓨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또는 과제를 한다거나 제안서를 쓰는 등 타인의 입맛에 맞춰 생산활동을 해야 한다면 컴퓨터가 여전히 필요하다. 이렇듯 컴퓨터는 여전히 중요한 생산도구다.

지난해 일반 PC 판매량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했다. 바닥을 친 모양새인데, U자형 성장은 울트라슬림 및 태블릿으로 분리되는 모델(2 in 1) 등 태블릿 대체재가 견인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태블릿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하락했다. 앞으로의 예측도 어둡다. 애플은 신형 아이패드의 출시가를 대폭 낮췄다.

PC의 반등에는 계기가 있다. 먼저 최근 휴대용 PC의 효율이 높아져서 인텔 카비레이크 계열 CPU 기준 10시간 이상의 사용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니, 태블릿처럼 쓰고 싶은 사람들의 물욕을 자극한 점. 또 하나는 태블릿을 살 사람들은 전부 한 번쯤 사봤는데, 신제품으로의 뚜렷한 교체 동기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은 어떤 소프트웨어를 쓰기 위해 하드웨어를 사게 마련인데, 이런 역할을 할 신작 킬러앱이 보이지 않는다. 유서 깊은 킬러앱들은 낡은 태블릿에서도 잘 돌아간다.

PC가 정말 바닥을 치고 반등을 할 수 있을지 여부도 결국은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태블릿처럼 쓸 수 있는 하드웨어는 마련되었지만, 태블릿에서 애용하던 앱들은 여전히 태부족이다. 4월 11일부터 윈도 10 ‘크리에이터즈 업데이트’의 배포가 시작된다. 윈도 10은 매년 업데이트를 실시하는 모델로 바뀌었는데, 이번 이름에는 ‘창작자’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PC를 생산 도구로 포지셔닝하고 싶은 속내가 비친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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