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01 탄핵 이후, 한국 사회는

탄핵은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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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달라질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질문이다. 달라져야 하고, 달라질 것이다. 이것이 촛불의 요구이자 명령이었다. 박근혜 탄핵은 그 시작일 뿐이다.

박근혜 탄핵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이래 앙시앙레짐에 대한 탄핵이기도 하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온·오프 지면과 방송에 단골로 출연했던 친박 인사들은 구시대 인물로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다. 기득권 세력은 자연스럽게 교체될 것이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촛불시위의 거울상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라고 말한다. 2008년 촛불시위의 중심 이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였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대운하 건설 반대 주장에서부터 공공부문의 민영화 반대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왔다. 2016년은 그 반대였다. 신 교수팀은 이번 촛불시위 때 거리에 쏟아져나온 각계각층의 참가자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말미엔 이들의 ‘요구’를 적도록 했는데, ‘탄핵’ ‘박근혜와 최순실 스캔들’ ‘민주주의·법치적 가치의 유린’에 집중됐다. 이번 촛불혁명을 분석하면서 <주간경향>이 ‘차가운 분노’라는 표현을 썼던 이유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민주주의의 퇴행을 불러온 보수정권 9년 동안 시민들의 정치의식과 자의식은 깊어지고 예리해졌다. 탄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수개월간 집중적 투쟁을 통해 목표를 달성했다. 문제는 이후다. 다음 일정은 대선이다. 탄핵을 이끌어낸 정치적 효능감이 ‘유권자’라는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서도 유지될 수 있을까. 진보를 표방하는 정권에 실망했던 유권자들의 반대급부적 선택으로 2007년 이명박이 대통령이 됐듯, 60일 뒤에는 현재의 야권 후보들 중 하나가 큰 긴장감을 갖지 않고도 정권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정권은 교체되겠지만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과 경제 및 군사·외교적 위기 같은 한국 사회의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교체된다고 해서 시스템 개혁이 자동적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대선 과정과 그 이후 정치가 시민들의 삶과 고통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다시 시민들로부터 유리된 방향으로 갈 경우 탄핵을 이끌어냈던 시민들 절망감의 폭과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탄핵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우리가, 촛불시민들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주간경향>이 ‘탄핵 이후’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을 것을 제안하는 이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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