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전쟁 뛰어드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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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품·아워홈 본격 출시… 신세계푸드 직접 제조 나서

1967년 국내 최초의 두유 ‘베지밀’ 개발 후 50년간 두유시장에 집중해온 정식품이 지난 1월 지리산 암반수로 만든 ‘정식품 심천수’를 내놨다. 전체 매출의 85%가 베지밀에서 나오는 정식품은 생수시장에서 가능성을 봤다.

식자재 유통 전문 기업인 아워홈은 지난해 연말 ‘아워홈 지리산수’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온라인몰을 시작으로 오프라인까지 판매처 확대를 검토 중이다.

신세계푸드 역시 지난해 10월 생수 제조업체 제이원을 인수하고 생수 출시를 앞두고 있다. 2010년 미국 생수 브랜드 ‘피지워터’ 국내 공급권을 확보하며 생수사업을 해왔지만 직접 제조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들이 속속 생수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불황을 모르는 생수시장에 ‘현대판 봉이 김선달’들이 치열한 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각종 생수들. /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각종 생수들. / 연합뉴스

전국 70여개, 브랜드는 무려 200여개

생수시장은 1995년 먹는물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생수 판매가 본격화된 이후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샘물협회에 따르면 2002년 2330억원이던 국내 생수시장은 10년 만인 2013년 5400억원으로 커졌고, 지난해에는 7000억원에 육박했다. 15년 새 4배로 커진 셈이다. 업계는 2020년에는 1조원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국내 산업이 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성장하고 있는 생수시장은 기업들에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대기업은 물론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계를 비롯해 식품업계들이 속속 생수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현재 생수시장에서 경쟁하는 업체만 전국 70여개, 브랜드는 200여개다.

국내 생수시장은 광동제약이 판권을 가지고 있는 제주 삼다수가 점유율 35%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심(백산수)·롯데칠성음료(아이시스)·하이트진로음료(석수)·풀무원(풀무원샘물)·팔도(지리산 맑은샘)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식품(심천수)·아워홈(지리산수)·신세계푸드가 가세했고, 오리온도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망을 갖춘 편의점들은 PB상품을 통해 일찌감치 생수시장에 진출했다. 편의점 CU는 헤이루 미네랄워터, GS25는 함박웃음 맑은샘물, 세븐일레븐은 깊은산속 옹달샘물을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며 편의점에서 생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평균 20%씩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가격에 비해 제조원가가 낮다는 점도 업체들이 생수 장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생수는 초반 취수시설을 개발할 때 드는 비용과 생수 판매이익의 20%를 공제하는 세금 외에는 들어가는 돈이 거의 없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두 자릿수 성장을 하는 식음료 제품이 극히 드문데, 원가까지 낮으니 뛰어들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올 연말에는 생수시장 부동의 1위인 제주 삼다수의 판권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예정이어서 이를 노리는 신규 진입자와 기존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다수는 제주개발공사가 생산해 위탁판매 업체를 선정한다. 올해까지 광동제약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공개입찰을 거쳐 선정된 업체가 4년간 삼다수 위탁판매권을 갖게 된다.

생수전쟁 뛰어드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

생수시장 ‘틈새’ 탄산수 시장 곁눈질

이렇듯 국내 생수시장이 치열한 ‘물 전쟁’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탄산수시장 또한 달아오르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7000억원 생수시장에 비해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최근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 탄산수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아워홈은 생수시장 진출 두 달 만에 해외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탄산수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다음 달부터 세계적 생수 브랜드인 덴마크 ‘이스킬데(ISKILDE)’와 마케도니아 ‘오로(ORO)’의 탄산수를 직수입해 국내 유통을 시작한다.

‘북유럽 왕실 생수’로 알려진 이스킬데와 마케도니안 알프스 천연 탄산수로 유명한 오로는 지난해 국제 파인워터 테이스팅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제품들이다. 아워홈은 프리미엄 탄산수 유통으로 생수제품군을 확대하고 기업 간 거래(B2B) 생수시장에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내 식품업계 1세대 기업인 샘표식품도 지난해 탄산수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샘표식품은 지난 연말부터 프랑스 록사네사의 탄산수인 ‘발스’를 국내 호텔과 레스토랑에 공급하고 있다. 2012년 삼다수 위탁판매 공모에 참여하는 등 먹는 물 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샘표식품은 탄산수가 많이 판매되는 여름까지 추이를 지켜본 뒤 탄산수사업 확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탄산수시장은 전체 1600억원 규모로, 전년(800억 원)에 비해 100% 성장했다. 지난 2013년 150억원에서 2014년 3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던 탄산수시장이 이후 3년 새 10배 이상 팽창한 것이다.

최근들이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도 있지만 탄산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설탕이나 합성첨가물이 들어 있는 탄산음료보다 탄산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고, 최근 미디어 노출이 많아지며 과거 20~30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한정됐던 탄산수 소비자층이 대중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역시 성장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200여개 브랜드가 경쟁하며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생수시장에 비해 경쟁이 덜한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일반 생수와는 달리 술이나 음료 대신 식사와 곁들이는 기호식품으로 소비되는 것도 식품업계가 탄산수 유통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현재 국내 탄산수시장은 롯데칠성음료 ‘트레비’가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코카콜라 ‘씨그램’, 일화 ‘초정탄산수’, 하이트진로 ‘디아망’ 등 음료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농심·웅진식품·동원F&B 등이 탄산수시장에 뛰어들었고, 남양유업의 제주 프라우·SPC의 오스파클링·풀무원 스파클링아일랜드 등 식품업계의 탄산수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부터 2년 동안 급팽창한 탄산수시장이 초반보다는 성장세가 줄어들었지만 어느 정도 안정기에 올라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물 대용으로 마시거나 식당에서 탄산수를 찾는 사람들이 전보다 많아지며 업체들의 탄산수시장 진출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정연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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