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리즈-대선주자 릴레이 정책 검증

(3) 남경필 경기도지사… 여야 연정 실험 실험으로만 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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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개혁의 아이콘이었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개혁 어젠다가 19대 대통령 대선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남-원-정의 대표주자였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바른정당)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남원정표 개혁 어젠다’ 보따리를 하나둘씩 풀고 있다.

남 지사의 정책은 국회의원 5선의 정치활동과 2014년 이후 경기도지사로서 펼친 도정(道政)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 시절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로 활동하면서 내놓았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과 경기도의 여야 연정이 대표적이다. 특히 경기도 연정은 대선가도에 나선 남 지사가 가장 앞에 내세우고 싶은 핵심 브랜드다. 연정이 여야 갈등의 중앙정치를 통합으로 이끄는 실천적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2기 연정의 연정 부지사(옛 사회통합부지사) 취임식에서 남 지사는 축사를 통해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갈등으로 국민이 불안해 하는데, ‘경기도처럼만 해라’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연정의 실험을 중앙정부에 실현시키는 것이 남 지사의 꿈이다.

‘경기도처럼만 해라’ 일자리 창출 등 자찬

경기도 연정은 남 지사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남 지사는 도지사 후보 당시, 지사에 당선된다면 향후 경기도정의 주요 직책에 능력과 신망을 갖춘 야당 인사를 등용해 연정을 실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4년 남 지사의 취임과 함께 시작된 경기도 연정 1기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연정 2기로 이어졌다. 경기도는 연정에 대해 ‘대한민국 최초로 경기도가 처음 시행’ ‘시행착오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화’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2015년에만 89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긴 것이 연정의 정치 안정이 이룬 하나의 효과라는 것이 남 지사의 설명이다. 경기도는 ‘일자리 재단 출범’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추진’ ‘사상 최고 국비 11조6248억원 확보’ 등을 연정의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연정에 대해 무조건 긍정적 평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소야대인 경기도의회에서 남 지사가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카드였다는 것이 야권 일부의 시각이다. 민주당 측에서는 연정을 ‘외화내빈’이라고 표현했다. 겉은 화려하나 실속은 그렇게 없었다는 것이다. 2016년 예산안 통과 때 누리예산 때문에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고, 준예산 사태를 맞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민주당 측은 경기도가 연정만 하려 했지 정책에 대한 가치 공유는 이뤄지지 않아 준예산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았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월 25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월 25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경기도 연정 2기는 합의문에 288개 사업을 담았다. ‘행복한 일자리’ ‘경제활성화 및 경제민주화’ ‘안정된 주거복지’ ‘따뜻한 보건·복지분야’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분야’ ‘안보·안전분야’ 등 다양하다. 민생연정을 표방하면서 규모와 내실 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상황은 1기보다 더 어려워졌다. 남 지사의 새누리당 탈당과 대권 도전으로 연정이 표류 상태라는 것이 민주당 측 일부의 시각이다. 물론 민주당 측 연정 부지사가 연정을 꾸려나가고 있지만 조기 대선국면이다보니 대권주자로 나서고 있는 도지사의 연정 구심점이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남 지사는 대선 출마를 본격적으로 선언하면서 획기적인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모병제다. 2023년 우리나라 인구 절벽의 현실화를 직시하고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남 지사의 주장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 사병 월급을 2022년까지 최저임금의 50% 수준인 94만원으로 인상해 모병제로 가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 지사는 사병 처우개선과 자주국방에 소요되는 예산은 법인세 비과세 감면 축소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대선주자 사이에 모병제 찬반 논쟁이 붙고 있다. 남 지사는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유승민 의원은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회와 청와대 등 세종시 이전 공약

모병제 이외에도 수도 이전이라는 획기적인 공약이 있다. 남 지사는 1월 9일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와 청와대, 대법원, 대검찰청 등을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공약을 내세웠다. 수도 이전이라는 공약도 눈길을 끌었지만 역시 대권주자인 안 지사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는 점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남 지사는 “수도 이전 등 대한민국 리빌딩을 위한 어젠다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번 대선에서 치열하게 토론해 국민적 평가를 받고 싶다”고 주장했다. 수도 이전을 개헌의 내용에 포함시키자는 것이 남 지사의 입장이다.

남 지사는 ‘사교육 폐지’라는 또 다른 획기적인 어젠다를 제시했다. 남 지사는 1월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사교육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또 사교육 전면 폐지를 위한 ‘교육 김영란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서는 ‘전두환’이라도 되겠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경제민주화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벌을 개혁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공유적 시장경제 모델까지 제시했다. 재벌에 집중된 경제구조를 해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깔자는 것이 남 지사의 공유적 시장경제 모델이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경기도주식회사, 스타트업캠퍼스, 경기도일자리재단, 따복하우스,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차 테스트 베드 같은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경기도는 도청이 예산을 투입하고 민간기업이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유적 시장경제를 도입한 것이다. 남 지사는 “이제 서서히 그 효과가 나타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의 일부는 “아직 공유적 시장경제의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획기적인 개혁 어젠다를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 지사에 대한 지지율은 상승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에도 남 지사에게는 특별한 상승의 동력이 없다. 이 같은 지지율 정체 배경에는 남 지사가 내놓은 어젠다가 있다고 보는 측도 있다.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대표는 “범보수 진영의 후보인 남 지사가 내놓은 모병제, 수도 이전, 사교육 폐지와 같은 정책이 우리나라 보수의 정책과 거꾸로 가는 측면이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쉽게 보수진영의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엄 대표는 “남 지사가 내놓은 어젠다는 대선의 본선에서 중도층을 공략하는 데 유리한 정책이지만 지금 바른정당 내부를 비롯한 보수진영의 후보가 돼야 하는 예선에서 다른 후보를 이기기 위한 정책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보수진영이 크게 위축되면서 공교롭게도 남 지사의 개혁 어젠다가 환영받을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들었다. 중도층은 야권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보수진영에서는 제3지대로 향하는 원심력보다 제대로 된 보수 후보 옹립과 같은 구심력이 더 커진 상황이다. 여야 연정을 통한 통합, 개혁 어젠다를 통한 중도층 공략 같은 남 지사의 실험이 그냥 실험에만 그칠 것인지, 아니면 보수진영의 새로운 변화의 흐름으로 퍼져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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