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리즈-대선주자 릴레이 정책 검증 인터뷰

(1) “갈등 조정 경험자가 국가 운영 적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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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협치는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시장이 혼자, 전문가 몇 사람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 이해관계자, 시민, 전문가 등이 다같이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년을 돌아보면 굉장히 많은 혁신과 성취도 있었지만 시행착오나 미진한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서울시와 같은 거대한 정부를 운영하면서 협치의 과정을 일궈본 경험이 국가 운영에서도 준비된 유능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 경험이 풍부한 자신이 차기 대통령으로 적임자라는 것이다. 박 시장 인터뷰는 5일 서울시청 본관 6층 시장실에서 진행됐다.

[기획 시리즈-대선주자 릴레이 정책 검증 인터뷰](1) “갈등 조정 경험자가 국가 운영 적임자다”

<주간경향> 인터뷰는 2013년 11월 취임 2주년 때 이후 오랜만입니다. 당시 <정치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냈는데, 정치라기보다 시장 업무수행 과정에서 느끼는 행정의 즐거움을 쓴 것 같다고 평가했지요. 만 3년이 흘렀는데, 행정과 정치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정치도 행정이 대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치가 뭡니까. 결국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행정과 정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데 선거과정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그건 세력이 필요하고, 정치적인 정파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것을 못 가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국민들은 사실 정치에 대한 환멸이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환멸 같은 것이 있는데, 저같이 사실상 기존의 정치를 해보지 않았지만 행정은 이미 준비된 사람을 선호할 것 같은데, 아직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네요.”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답답하신 모양입니다. 박 시장님 스스로의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1월 2일) ‘이제 결심이 섰다’고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셨는데, 알아듣는 사람은 ‘대선 출마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지만 아닌 사람은 여전히 애매하게 말하고 있다고 반응할 겁니다.

“그 자리에서 자세히 다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출마한다는 거죠? 박 시장님은 이제 결심이 섰고, 서울시장 일을 하면서 대선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계획을 밝힌 거라고 보면 됩니까.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도 서울시민들이 그렇게 선택해 주신 것이니 가볍게 생각할 수 없죠. 그리고 또 지금은 서울시장 자리를 갖고 경선에 임할 수 있는 것도, 과거보다는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워낙 국가적 상황이 위기인 데다가, 누구라도 위기를 해결하려는 사람이라면 용인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또 하나, 지방정부를 운영해본 사람들이 후보 중에 다수가 되었잖아요. 과거 직을 가지고 출마한 분도 있고, 던지고 나선 분도 있는데, 가지고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견해인 것 같습니다.”

정치의 대부분은 행정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책을 놓고 보면 결정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옥바라지 골목 같은 경우 철거현장에 시장님이 오셔서 중단을 선언했지만 개입시점이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서울시민인권헌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어려운 결정의 순간이 서울시장은 물론이고 대통령은 더욱 많을 것 같습니다. 과거 논란이 되었던 정책 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모든 정책이 순탄하게 한번에 다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옥바라지 골목의 경우 보존하자는 사람과 이사를 거부한 주민, 조합 측, 그리고 구청이 다 그것을 기회로 모여서 어쨌든 타협을 했고, 조정을 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과거에 만들어졌던 강제철거 금지원칙을 훨씬 더 디테일하고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어요. 시민인권헌장의 경우 처음 시작할 때는 그 문제에 대한 서로의 의견 대립이 그렇게 심각한지 몰랐습니다. 일단 헌법에 보장된 차별금지는 당연히 지켜야 되니까, 거기에 따른 정책은 가되 대신 인권단체들이 원하는 만큼은 시간이 걸려야 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행정이라는 것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갈등을 조정하고 완전한 합의로 가는 예술과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5년을 생각하면 굉장히 많은 혁신과 성취가 있었던 반면에 시행착오나 미진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것도 참으로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대통령, 국가지도자는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처음 해보는 사람은 그런 과정을 다시 겪을 수 있잖아요. 협치의 과정을 일궈낼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서울시와 같은 1000만이 넘는 거대한 정부를 운영해본 사람만이 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과정을 통해 준비된 유능한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세월호 사건이 난 지 1000일이 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광화문에서 농성하는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눈에 거슬려 할지는 모르지만, 국민의 시각에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대통령이 안 했기 때문에 비난하는 것 아닙니까. 법과 원칙을 따지기 전에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거든요. 대화나 소통, 협치라는 것이 그런 것일 텐데요.

“제가 소통의 달인입니다. (웃음) 한 도시나 한 국가를 책임진다는 것은 갈등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갈등이 없다면 오히려 문제지요. 모든 인간사회에는 갈등이 있는데, 그것을 잘 조정하고 결국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시는 처음부터 갈등조정관이라는 제도를 두고 민원인의 입장에 서서 갈등을 해결해냈습니다. 지금도 서울시청 앞에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름에 너무 더우면 파라솔도 치고 물도 가져다 드리라고 했습니다. 이런 걸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를 내야 하는데….”

국내 언론에 하셔야지 왜 <뉴욕타임스>에…. (웃음) 서울시에 많이 오라는 겁니까.

“예, 관광 이미지 광고죠. 그리고 방금 이야기하신 세월호 재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난의 경우 아무리 예방하더라도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재난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재난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끔 철저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한데, 서울시의 경우 예를 들어 구의역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그 활동에 대해 불신하는 노조나 시민사회가 중심이 된 시민진상조사단, 위원회가 또 따로 만들어졌는데, 거기에도 사람들을 파견해드렸습니다. 왜냐면 자료를 요구하면 바로 협조하기 위해서요. 두 번 보고회의가 열렸는데, 회의 시간 내내 저는 그분들과 함께했습니다. 말하자면,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문제를 삼고 있는 재야단체들이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진상조사보고서를 만들었다면, 중앙정부·대통령이 귀를 기울이고 답변하는 그런 과정이 있었다면 세월호의 아픔은 우리가 충분히 치유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안 했으니 세월호의 원한이 오늘날 촛불시위로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재난이 되었든 갈등이 되었든 강력한 소통의지를 가진 지도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소통은 단순히 문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의 징검다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구의역 사건을 통해 얻은 결론은 외주로 나가는 위험업무를 직영화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이른바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효율성과 속도를 중시했던 과거의 행정이 이제는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바꾸는 일이 중요한 행정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어요. 어마어마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잖아요. 바로 이게 리더십의 역할이죠.”

협치에 대해 비판하시는 분들은 박원순표 정책이 박원순이 떠난 서울시에서 지속가능하냐는 거예요.

“제가 한 100년을 해야겠네요. (웃음) 서울시에서 협치는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시장이 혼자, 전문가 몇 사람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 이해관계자, 시민, 전문가 등이 다같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설혹 제 다음으로 다른 시장이 온다고 해도 쉽게 바꾸긴 어려울 겁니다.”

그동안 해왔던 정책 중 이거는 정말 내세우고 싶다는 것을 딱 하나만 꼽으신다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과거 서울시 정책이 그야말로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패스트푸드’ 정책이었다면 지금 서울시 정책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조금 시간은 걸리지만 생태계나 환경을 만들어놓으면, 저절로 심어지는 모든 농산물이 좋게 나올 수 있는 일종의 유기농 행정으로 바뀌었다고 봅니다. 그게 큰 성과이고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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