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오피스-임대비 싸고 업무장비 설치 부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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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물론 프린터, 복사기 등 기본적인 설비가 갖춰져 있다. 보증금을 내면 널찍한 책상 하나와 3단 서랍장을 준다. 부동산 계약서도 필요 없고, 일주일 단위로 계약할 수 있다.

많은 특파원들이 사무실을 별도로 가지고 있지 않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새벽부터 일어나 수십 개의 중국 매체에서 쏟아내는 기사를 모니터링하려면 이동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효율적이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베이징의 부동산 임대료도 상당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반면 업무와 개인 공간이 분리가 안 돼 출퇴근 개념이 모호한 점은 재택근무의 단점으로 꼽힌다.

베이징 둥청구에 있는 한 공유 오피스의 모습. 서랍장이 달린 업무 책상을 주당 450위안(약 8만원)에 빌릴 수 있다. 프린터, 복사기 등은 공동으로 사용하며 무료 커피도 준다. / 박은경

베이징 둥청구에 있는 한 공유 오피스의 모습. 서랍장이 달린 업무 책상을 주당 450위안(약 8만원)에 빌릴 수 있다. 프린터, 복사기 등은 공동으로 사용하며 무료 커피도 준다. / 박은경

베이징의 동북부 아파트 밀집지역에 살고 있으니, 베이징 중심가에 거점을 마련하면 활동반경이 훨씬 넓어지고 업무도 효율적일 것 같았다. 그러나 비싼 임대료가 문제였다. 용케 저렴한 조건의 사무실을 구한다고 해도 프린터기와 복사기 같은 사무기기를 준비해야 하고, 인터넷과 전화도 설치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업무설비 설치부담까지 덜어줄 수 있는 대안은 공유 사무실이다. 베이징 둥청(東城)구의 중국 외교부 건너편에 위치한 업무빌딩단지인 갤럭시 소호에 공유 사무실이 있다. 갤럭시 소호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다. 돔 형태의 두 건물이 연결돼 있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외계우주선 같은 느낌도 난다.

공유 오피스도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은 마찬가지만 필요한 여러 가지 장비를 같이 공유한다. 인터넷은 물론 프린터, 복사기 등 기본적인 설비가 갖춰져 있다. 노트북 컴퓨터만 들고 가면 된다. 공용 공간에 있는 책상은 주당 480위안(약 8만원), 별도 독립공간에 있는 책상은 620위안(약 11만원)에 임대할 수 있다.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면 널찍한 책상 하나와 3단 서랍장을 준다. 커피와 차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군데군데 벽에 걸린 그림들이 카페 같은 분위기를 낸다. 복잡한 부동산 계약서도 필요 없고, 일주일 단위로 계약할 수 있으니 어딘가에 꽉 예속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대중창업’을 주창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공유 사무실이 선보이고 있다. / 갤럭시소호

‘대중창업’을 주창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공유 사무실이 선보이고 있다. / 갤럭시소호

처음 앉았던 자리에는 주변에 거의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서너 개의 책상을 내 것처럼 쓸 수 있었다. 초반엔 외딴 섬마냥 혼자 일하는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군데군데 앉아 있는 이웃들과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앞쪽에 있는 20대 여성 2명은 상하이에 본사를 둔 AR(증강현실) 개발회사 직원들이었다. 뒤쪽에 앉은 30대 여성은 화장품 등 미용용품을 수입하는 무역회사였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한국화장품도 취급한다”며 반색했다. 두 회사 모두 서너 달 만에 공유 오피스를 떠났다. 타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거나 프로젝트 준비를 위해 단기 임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새로 옮긴 자리는 책상 4개가 마주 보고 있는데, 나를 제외한 3명의 남자들은 상하이에 있는 그래픽 회사 직원들이다. “13건 관련 특허를 보유한 상장회사”라고 소개했다. 여러 회사가 함께 사무실을 쓰다보니 시끄럽고 복잡할 때도 있지만, 의외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맞은편 자리에 앉는 세일즈 매니저는 담배 피우러 갔다가 만난 공유 오피스 이웃을 상대로 거래협상도 따냈다. 공유 오피스는 단순히 사무공간만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까지 나누며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소음도 필수다. 협상 때문에 오가는 대화가 좀 시끄럽기도 했지만, 뭐 그 정도는 참자, 여긴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니까.

<박은경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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