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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노인, 자영업 가족들 “나는 매일 착취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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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들만이 착취를 당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특수한 상황에 있다는 이유로 특정 집단의 노동력을 할인해 쓰는 것은 결국 한국 사회 전체의 노동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연결된다.

수수께끼 같은 문제다. 노동은 노동인데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노동은? 대표적으로 군에서 의무복무 중인 병들이 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현역병, 의무경찰, 사회복무요원 등의 급여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들이 최저임금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법적으로 강제한 것이다. 그렇다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병영 밖 일반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최저임금을 받고 있을까.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 역시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집단은 고령층 노동자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법이 정한 최저임금과 현실의 임금 사이의 격차는 커진다. 그리고 아예 ‘무급’이라고 명시된 집단도 있다. 대개 자영업자인 가족과 함께 일하며 임금을 받지 않는 ‘무급 가족종사자’들 역시 노동시장의 경계에 서 있다.

제값을 주지 않고 노동력을 쓰면 ‘착취’가 된다. 착취당하는 이들의 반대편에는 착취하는 자들이 있다. 사회에서 ‘열정’에 대한 대가라는 미명으로 법이 정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열정페이’를 받던 청년들은 이제 국가로부터 그 ‘열정페이’에도 못 미치는 액수의 월급을 다달이 받으며 착취를 내면화한다. 이를 ‘애국페이’라 지칭하는 이도 있다. 병사 봉급 액수를 최저임금액의 40% 이상 수준으로 정하도록 하는 군인보수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국회 국방위)은 “대한민국 국가안보는 과자 한 봉지 값도 안 되는 시급으로 청년의 노동을 착취하는 ‘애국페이’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들만이 착취를 당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특수한 상황에 있다는 이유로 특정 집단의 노동력을 할인해 쓰는 것은 결국 한국 사회 전체의 노동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연결된다. 명목상으로는 최저임금이라는 법적 장치가 있지만 일자리를 얻기 위해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감내하는 고령층 노동자에게는 ‘노인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 한계상황에 놓인 영세 자영업을 유지하기 위해 더 이상 깎을 것이 없어 자신과 가족의 노동의 대가를 스스로 깎아야 하는 ‘셀프 착취’ 역시 만연하고 있는 것이 2017년 벽두 한국의 현실이다. 이들 집단에 대한 착취가 쉽게 근절되기 어려운 이유는 그들이 집단의 이익을 지키고 권리를 찾기 위해 집단행동을 하기 어렵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한국의 국방 현실에서 병사들이 노조는커녕 병사협의회 같은 기구를 구성하는 것은 어렵다. 최저임금도 받기 어려운 고령층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일자리에서 노조를 결성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는 물론 사회 전체가 문제 해결에 함께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육군 제23보병사단 장병들이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에서 대설로 불편을 겪는 시민을 위해 제설 작업을 하고 있다. / 육군 제23보병사단 제공

육군 제23보병사단 장병들이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에서 대설로 불편을 겪는 시민을 위해 제설 작업을 하고 있다. / 육군 제23보병사단 제공

1 군대 가면 ‘애국 착취’

‘새해에 바뀌는 것들’은 해마다 나오는 뉴스다. 2017년부터 병사 월급도 올라서 뉴스 중 한 부분을 차지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7년 병사 봉급은 병장 기준 21만6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9.6% 오른다. 계급이 낮을수록 봉급도 점차 낮아지지만 이병 봉급도 16만3000원까지 올랐다. ‘쌍팔년도’ 군대를 겪은 이들이 보기에는 화폐 가치를 감안해도 상당히 오른 액수라고 여길 만하다. 국방부도 보도자료에서 2012년 병장 봉급이 10만8000원이었던 데서 정확히 5년 만에 두 배로 액수가 올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물론 과거보다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군복무를 한 병사들로부터는 봉급 액수가 아직도 병영생활을 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대답이 나온다. “담배 때문에 월급으론 안 되죠. 안 피우는 애들이야 조금 여유가 있지만…. 군대에서 담배도 못 피우면 군생활 어떻게 합니까.” 지난해 8월에 전역한 예비역 병장인 대학생 이승윤씨(22)는 입대 직후 담뱃값이 오르는 ‘공포’를 겪어야 했다. 2015년 1월부터 한 갑에 보통 2500원가량 하던 담배가 4500원 선으로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르자 한 달 담뱃값만으로도 월급 액수를 넘기는 병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씨는 “담뱃값이 오르고 얼마 안 있어서 자대배치를 받았는데, 말년 병장부터 일·이병까지 담배를 사재기해 놓느라 온통 돈이 궁해져 있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병사 월급만으로 한 달 동안 담배를 사서 피울 수 있느냐가 아니다. 군대에서 노동한 대가로 받는 급여의 수준이 바깥 사회의 수준과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2017년도 병장 봉급을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차이는 극명하다. 월 209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병장 시급을 계산하면 1033원을 조금 넘는다. 최저임금 시급인 6470원의 15.9%에 불과하다. 이병의 시급은 779원으로 최저임금의 12%다. 이마저도 통상적인 근무시간만으로 계산해 나온 것이기 때문에 각종 경계근무와 생활관 내 정비·청소 시간 등 끝없이 이어지는 노동시간을 더해 계산한다면 그 수치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분단국가’와 ‘징병제’라는 핑계도 여기서는 안 통한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징병제를 시행 중인 세계 주요 국가들의 최저임금액 대비 병사 월급 비율과 비교해도 한국 병사들이 받는 월급은 최저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18만원인 베트남에서는 병사 월급이 최고 5만원으로, 최저임금 대비 27%를 지급한다. 이집트와 태국은 병사들의 직업보장성 차원에서 봉급으로 최저임금 100%를 적용하여 각각 16만원, 30만원을 주고 있다. 브라질은 80% 수준으로 지급한다. 한국과 안보상황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만과 이스라엘도 각각 최저임금 대비 33%, 34% 수준이다.

[표지이야기]군인, 노인, 자영업 가족들 “나는 매일 착취 당한다”

병사들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수형자보다도 적은 일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법무부 예규에 따라 교도소 외부 기업체로 통근작업을 하는 ‘개방지역작업자’들이 받는 일당은 최고 1만5000원으로, 지난해 병장 환산 일급인 6566원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다. 착취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급여가 낮은 탓에 전체 병력의 3분의 2인 66%를 차지하는 병사들의 인건비는 지난해 예산안 기준 전체 군인보수의 9.7%에 불과하다. 장교 인건비가 전체의 41.5%, 부사관 인건비가 48.7%인 현실과 대비된다.

낮은 봉급을 받는 것은 그저 자신의 노동을 국가에 바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거의 공짜에 가까운 노동력이기 때문에 더욱 쉽게 낭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것이다. 군복무 시절 소대장과 중대장을 거친 장교 출신 직장인 김상민씨(27)는 “군대 갔다온 사람은 다들 알겠지만 (병영) 밖에서 돈을 조금만 들이면 살 수 있는 물건들도 일일이 소대원들 시켜서 만들게 하는 건 딱히 예산이 모자라서가 아니다”라며 “그렇게 쓸데 없는 작업에 동원된 병사들이 진심으로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일을 했다는 마음이 들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2017년 국방예산은 40조3000억원 수준으로 정부재정 총지출 400조5000억원의 1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병사 인건비는 올해 최초로 1조원을 넘겼다. 당장 현재의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리는 것까지는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도, 연간 2조5000억원 정도의 추가재원이 있으면 최저임금의 40% 수준에 맞춰 병사 봉급을 올릴 수 있다. 바꿔 말하면 국가는 그동안 최저임금으로 병사 인건비를 계산할 경우 그에 못 미치게 지급한 연간 8조원 이상의 돈을 병사들에게서 착취한 셈이 된다.

김종대 의원은 “최저임금제를 병사들에게 바로 적용하는 것은 재정에 부담이 따를 수도 있으니 최저임금의 40% 선에서 병사 월급을 정하는 군인보수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라며 “법 개정안을 통해 향후 모병제를 시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병사 봉급 예산문제에 대한 완충장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수원역 앞 광장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채용한마당 행사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수원시 수원역 앞 광장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채용한마당 행사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 연합뉴스

2 늙으면 ‘노인 착취’

“나이 든 사람들이 느니까 어딜 가나 경쟁이지. 덕분에 돈 안 되는 일만 널렸고 말야.”

이기순씨(76)는 ‘용돈벌이 삼아’ 다니던 지하철 택배 일을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일에 들어가는 시간에 비해 보수는 적고, 그마저도 일거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통에 그날 점심 식대나 겨우 나올까 싶은 날들이 점점 늘었기 때문이다. “돈 없는 노인네들이 일하겠다고 모여드니까 (지하철 택배) 사장만 신났지 뭐. 서로서로 단가 낮춰주겠다고 아우성치는 거 아냐.” 이씨가 그나마 일거리가 있는 날로 계산을 해봐도 수입은 영 신통치 않다. 하루 3건을 배송한다고 쳤을 때 업체 수수료로 30%를 떼고 이씨가 손에 쥐는 것은 1만6000~1만8000원 남짓이다. 거리가 길면 배송비가 약간 오르지만 크게 차이나는 액수는 아니다. 출퇴근시간은 유동적이고 주문이 없을 때는 그저 시간을 때워야 한다. 그래서 시급으로 따지면 2000원이 될까말까다. 최저임금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항의한 사람이 있었는지 언젠가부터 사장은 “여러분은 개인사업자”라는 말을 수시로 하곤 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일하는 고령층 노동자의 비율은 고령층의 범위로 잡은 연령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10명 중 3명이나 된다. 고령층 노동자의 범위를 55~79세로 잡은 연구에서는 28.9%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60세 이상을 고령층으로 잡았을 땐 37.1%로 나타났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비율이 11.6%인 점을 보면 노인들은 최저임금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표지이야기]군인, 노인, 자영업 가족들 “나는 매일 착취 당한다”

착취의 한가운데 놓인 만큼 이들 고령층 노동자의 임금수준이나 고용형태는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12월에 펴낸 ‘2016년 고령층 노동시장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53.8%로 절반이 넘었다.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30%대 초반인 점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또 임금 수준이 중위임금의 3분의 2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도 42.2%로 전체 평균의 두 배에 달했다.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지만 일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은 아니었다. 서울연구원이 고령층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2.9시간에 달해 다른 연령대 노동자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받는 착취 상황이 노인들을 빈곤으로 몰고 가는 양상이었다. 그 결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노인 빈곤율로 나타났다. 고령층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67.1%, 2인 이하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7.6%를 기록했다. 전 연령대 빈곤율인 14%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노인 착취는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상황 탓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생계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령층 노동자의 취업률은 52.4%로 2005년(46.7%)에 비해 5.7%포인트 올랐다. 경제활동인구(15~64세) 중 50대 이상 취업자는 1000만명을 돌파해 전체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에 육박했다.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는 65세 이상 노인 취업자 200만명을 더하면 50대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1200만명을 넘어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그 결과 75세 이상의 고용률도 19.2%에 달할 정도로 착취의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은 늦춰진다. 한국의 고령층 노동자가 이전 직장에서 퇴직한 뒤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1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노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하기 때문에 퇴직 후에도 계속해서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표지이야기]군인, 노인, 자영업 가족들 “나는 매일 착취 당한다”

여기에 정부의 대책 부재도 문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의 공익활동을 ‘근로’가 아닌 ‘자원봉사’로 사업 지침에 명시했다. 임금을 받는 일이 아니라 봉사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게다가 공익활동 참여시간도 종전의 30시간에서 30시간 이상으로 변경하면서 시간당 보수는 최저임금보다 더 아래로 떨어질 수 있게 여지를 만들었다. 노인일자리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노인의 87.4%가 ‘경제적 도움’을 얻기 위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한 점을 고려하면 취지와 정반대로 정부가 앞장서서 고령층 저임금 일자리 확산에 나선 셈이다.

결국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린 퇴직인구의 증가, 기존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의 부족에 더해 정부의 무책임이 겹쳐 노후를 착취의 굴레 속에서 보내고 마는 게 현실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김복순 전문위원은 “고령층 일자리 대부분이 청소·경비·간병인 등으로 이들이 노동 시장에서 쌓았던 숙련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령층이 한 번 빈곤상태로 진입하면 이를 탈출하기 힘들기 때문에 노후소득 확충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표지이야기]군인, 노인, 자영업 가족들 “나는 매일 착취 당한다”

3 자영업은 ‘셀프 착취’

고령층 노동자에 대한 ‘노인 착취’와 자영업자의 ‘셀프 착취’는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노인 착취’가 은퇴 후 노후생활을 위해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고령층의 증가가 원인이듯, ‘셀프 착취’ 역시 은퇴 후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60대 이상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양상이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호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전 연령대에 걸쳐 자영업자 비율이 줄어들었지만 60대 이상에서만 자영업자 비율이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은퇴 후의 경로는 창업을 할 여력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구직과 창업으로 갈라지지만, 자영업이 서기 힘든 경제적 상황 탓에 결국 노동시간만 늘고 수입은 줄어드는 ‘착취’의 결과는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12월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 보고서를 보면 전국 48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 가운데 51%는 한 달 매출이 383만원 이하라고 응답했다. 이 중 월 매출이 100만원 이하라고 답한 자영업자도 21%나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고 매출과 실제 매출과의 차이를 감안해도 평균적인 국내 자영업자의 순이익률은 20%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점을 고려해 계산하면 자영업자의 절반은 하루 종일 일해도 한 달에 70만~80만원 정도밖에 남기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최근 들어 높아진 고정비인 부동산 임대료 등의 요인과 프랜차이즈 서비스업종의 경우 원료비와 가맹비 등을 고정적으로 본사에 지급하는 부분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정비용이 내려가지 않으면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인건비가 거의 유일하다. 원래 있던 직원을 줄여 혼자 일하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원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 고용주 단독사업자는 392만명으로 전체의 82.0%에 달했다. 월급을 받지 않는 무급 가족종사자의 수는 115만명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총고용규모는 335만명으로, 1년 전보다 0.5% 감소했다. 통계청은 대다수 자영업자의 매출규모가 열악하기 때문에 추가로 근로자를 고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영업 전반이 위축되는 추세에 따라 사업기간 1년 미만 자영업체의 숫자 역시 전년 대비 4.9%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같은 기간 30대 이하(-0.8%), 40대(-1.5%), 50대(-0.2%) 등 전 연령대에서 창업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으로 60대 이상 연령대에서만 유일하게 자영업 신규 진출이 전년 대비 2% 증가했다. 고령층의 자영업 창업비율이 높다는 점은 ‘셀프 착취’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상과 연결된다. 청년층의 창업 추세와는 달리 은퇴자금을 쏟아넣은 사업이기 때문에 쉽게 영업을 중단할 수 없을 뿐더러, 부채 상환계획과 폐업 뒤 생계 마련까지의 기간까지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 업장을 유지해야 하는 유인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년층이나 중년층에 비해 동원할 수 있는 무급 가족종사자가 많다는 것도 한몫 거든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계상황에 있는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순조롭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한 방편이지만, 각 자영업 사업장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해줄 필요도 있다고 지적한다. 퇴직세대의 자영업 진출과 대출 증가는 가계부채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경제의 뇌관을 건드려 내수경기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홍석일 연구위원은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의 성장기반을 확충하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동네 상권에서 쓸 수 있는 전용 바우처를 만드는 등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지원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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