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종 황제어새 보물지정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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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위원회, 문제제기 일부 의견 고려‘보류’ 결정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이 지난 3월 공개한 고종 황제어새.  <문화재청>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이 지난 3월 공개한 고종 황제어새. <문화재청>

고종황제 황제어새의 보물지정이 미뤄졌다. 지난 6월 11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에서 어새의 보물지정 안건이 상정되었지만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되었다. 본지는 황제어새의 1차평가에 참여했던 서예가 정충락씨의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황제어새와 관련된 의혹을 세 차례에 걸쳐 다룬 바 있다.

지난 3월, 국립고궁박물관과 문화재청은 황제어새를 공개하면서 “이번에 찾은 ‘국새’를 국가지정문화재(국보) 지정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충락씨와 1차평가에 참여했던 민간전문가들 일부에서는 “‘국새’라고 하는 것 자체도 논란 대상이고, 실제 진품 여부도 좀 더 검토가 필요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국보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는 비판을 했다. 보물 지정은 국보 지정을 위한 선행 단계다. 하지만 보물 지정 예고 단계부터 고궁박물관·문화재청의 계획에 클레임이 걸린 것이다. 회의에 앞서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3일 ‘의견서’를 냈다. 의견서에서 황 소장은 “1차 감정위원들 중 일부와 언론에서 보물로 지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따라서 무조건 보물로 지정할 것이 아니라 국회 조사나 감사원 등을 통한 전 과정 공개 등 공정하고 투명한 검증을 거친 후 보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16일, 정충락씨도 의견서를 냈다. 정씨는 ‘황제어새’ 논란 보도 이후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정씨는 의견서에서 “어새와 국새가 동일하다는 견해에 이견이 있으며, 귀한 보물이 해외에서 들어오게 된 경위 및 두 차례에 걸친 전문가 의견서를 공개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씨는 또 ▲실인(實印)의 상태분석자료 ▲서울대에서 수장하고 있는 유리원판 사진과 과학적 대조 ▲도장에 묻어 있는 인주와 인함에 묻어 있는 인주의 과학적 분석 ▲주물로 제작된 것을 손으로 새겼다고 주장하는 근거 제시 ▲인영(印影)의 과학적인 분석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충락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전문가 감정서를 왜 공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며 “처음부터 국보로 지정할 생각을 갖고 형식적으로 의견을 들으려 한 것이 아니었겠나”라고 말했다.

문화재위원들이 ‘보류’ 결정을 한 것은 “이의가 제기되었고, 문제제기가 나온 만큼 문제제기한 쪽을 충분하게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취지로 60일간 보물 지정을 유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본지가 확인한 25일까지 정충락씨나 이견서를 낸 황 소장은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어새 입수 경위 조금씩 베일 벗어
정종수 고궁박물관장은 “문화재위원들의 일부가 교체되었고, 교체된 위원들이 유물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상태를 보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라며 “7월 5일까지 특별전시기간이 끝나고, 문화재위원들의 요청이 있으면 실물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무런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정씨의 주장과 관련해 “문화재청 산하의 어떤 기관도 결과가 다르다고 해서 감정위원으로 참여한 사람에게 따로 설득하거나 연락해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갖지 않는다”라며 “다만 정충락씨의 경우 본인이 동의한다면 1차평가 당시 의견서를 공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제어새의 입수 경위도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정계옥 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장은 6월 10일 SBS ‘뉴스추적’에 출연해서 “재미교포 모씨(여성)가 20여 년 전 남편(작고)이 미국의 시장에서 구입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황제어새’는 이들의 집에 보관하고 있었으며, 생전에 남편은 “(이 물건은) 한국에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한편 ㅎ씨로 알려진 제공자의 아들은 ‘논란’ 이후 고궁박물관에 “기증으로 처리할 수 없냐”고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수 경위와 관련해 ㅎ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구체적으로 얼마에 샀는지 누구에게 구입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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