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신당 ‘보수의 중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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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창당 목표 세불리기 총력… 향후 반기문 영입, 새누리당 흡수 통합 노려

새누리당에서 집단탈당을 선언한 비박계 의원들이 ‘개혁보수신당’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30명 이상의 현역 의원이 신당에 동참할 예정이다. 유일한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이제 두 당으로 갈라지게 됐다. 보수성향의 두 당이 벌써부터 보수 표심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1. 분당일까 탈당일까

새누리당은 이미 2007년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내홍의 싹이 생겼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와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는 사사건건 충돌했다. 이 같은 내홍은 2008년 총선(친이계 주도 공천)과 2012년 총선(친박계 주도 공천), 2016년 총선(친박계 주도 공천) 과정에서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상대 계파 인사의 공천에 불이익을 줌으로써 자신의 계파 세력을 늘려나갔다.

12월 27일 대거 탈당하는 의원들은 친이 인사와 탈박 인사들이다. 박 대통령의 당선 후 새누리당 내 친박의 전횡에 반대해 온 이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결국 ‘탈당 후 창당’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의원들이 12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탈당 기자회견 후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의원들이 12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탈당 기자회견 후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30명대에 이르는 현역 의원들이 대거 탈당을 결행함에 따라 새누리당은 사실상 분당 수순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당의 고비는 탈당 규모였다.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석을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여기에는 탈당파의 양대 축(김무성·유승민 의원)의 하나인 유승민 의원의 결단이 결정적이었다. 중립 성향의 한 의원 측은 “유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정견발표를 했더라면 초·재선 의원들이 유 의원의 비대위원장 안에 동조했을 것이고, 이런 (분당)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비박의 한 의원 측은 “상황논리에 불과하다”면서 “의총에서 정견발표하라는 정우택 원내대표의 요구가 오히려 유 의원의 격분을 불러일으켜 탈당 선언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 의원은 정견발표 요구에 대해 12월 20일 “굉장한 모욕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결국 유 의원의 탈당 선언으로 탈당 인원은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석을 훌쩍 뛰어넘어 30석대의 규모로 늘어나게 됐다. ‘탈당’에서 ‘대거 탈당’으로, 다시 ‘사실상의 분당’으로 표현이 바뀌게 됐다고 볼 수 있다. 탈당 의원들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탈당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이제 탈당이라는 표현보다는 분당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2. 제2탈당과 제3탈당

12월 21일 탈당파 의원들은 ‘27일 탈당’을 선언했다. ‘개혁보수신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은 “영남권 의원들의 경우 당원들이 많아 의견수렴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27일로 날짜를 정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친박 정서가 강한 영남권이다. 특히 경북의 강석호 의원은 김무성 의원 직계로 분류돼 탈당 의원 명단에 들어갔지만 주민(영양·영덕·봉화·울진)의 의견 때문에 찬반의 이야기가 분분하다. 대구에서는 탈당을 결심한 유승민·주호영 의원 외에 또 다른 의원들이 탈당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새누리당도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새누리당과 보수신당이 기싸움을 벌이는 경쟁구도를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TK(대구·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향후 새누리당의 행보에 대해 “대통령 후보가 없는 정당이 존재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금은 지역 여론 때문에 탈당할 수는 없지만 결국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고 난 뒤 새누리당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현역 의원들이 새누리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탈당 세력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포함된다. 여기에다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 역시 탈당하게 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미 탈당을 했다.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는 인사 중 남아 있을 후보가 거의 없게 된다.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12월 21일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탈당 반대입장을 밝혔다. TK지역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적격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김 지사는 친박 의원들이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만든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의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경북지역의 여론일 뿐 대통령을 뽑는 전국 선거에서 김 지사의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개혁보수신당 ‘보수의 중심’ 될까

반 총장이 귀국하는 시점을 전후해 새누리당은 또 다른 동요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탈당파 의원들은 내년 1월 20일을 전후해 가칭 ‘개혁보수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1월 28일 설날을 앞두고 창당해 설날 민심을 경청하겠다는 것이다. 정가에서는 설날 민심에 따라 결국 제2탈당의 규모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2탈당 이후에도 특검 수사 발표,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판결 등으로 제3차 탈당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3. 반기문은 어떤 당을 선택할까

정진석 의원은 12월 21일 기자들과 만나 비박계 의원의 집단탈당 선언과 관련해 “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기 전에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반 총장과 가까운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정 의원은 이 자리에서 보수정당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당의 명분은 있으나 반 총장의 귀국 후 움직이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반 총장의 귀국 이후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또 다른 탈당 그룹이 생길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반 총장의 귀국 이후 시나리오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정당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나리오와 아니면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기존 정당과 연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 계속 독자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면서 제3지대 정치인들과 단일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있다.

반 총장이 기존 정당에 들어간다면 새롭게 창당할 ‘개혁보수신당’이 가장 유력한 정당이 될 수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반 총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비판받는 새누리당에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정당을 선택한다면 결국 개혁보수신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신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은 “반 총장과는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면서 “개혁보수신당은 친박·친노 패권주의를 배격하는 신당으로, 누구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비박의 한 의원 측은 “반 총장이 귀국하면 새누리당이나 개혁보수신당이나 결국 ‘반기문 바라기’가 될 것”이라면서 “반기문 총장이 어떤 정당을 선택할지에 따라 어느 정당이 보수정당의 중심이 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하지만 반 총장의 그동안 행보를 본다면 그가 바로 정당에 입당할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른 시나리오는 새누리당의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탈당해 반 총장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제3지대에서 반 총장의 정치세력이 다른 정당이나 정치세력과 연대 또는 단일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활동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그동안 반 총장의 행보를 보았을 때 귀국 이후 곧바로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고, 그 결정 또한 특정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자기 세력화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12월 2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 취임 후 첫 의원총회다. / 강윤중 기자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12월 2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 취임 후 첫 의원총회다. / 강윤중 기자

4. 제3지대와 제4지대는 통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정가에서는 여야의 1·2지대를 염두에 두고 야당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모인 지역을 제3지대로 불러왔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곳도 제3지대로 지칭된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운찬 전 총리 등 대권주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영역을 제3지대로 부르고 있다. 여기에다 여당에서 이탈해온 세력이 활동하는 공간을 제4지대로 분리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제4지대라고 지칭하는 것은 제3지대와 제4지대는 엄연히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전통적인 보수당에서 탈당한 세력은 전통적인 중도진보당에서 나온 인사들과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냥 제3지대로 묶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신당은 국민의당 또는 제3지대와 연합하기보다는 우선 반 총장을 끌어오려고 할 것”이라면서 “이런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무리하게 제3지대와 연합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집단탈당한 의원들이 가칭 개혁보수신당을 꾸리고 난 뒤 행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제3지대의 정당 또는 정치세력과 함께하거나, 아니면 보수정당의 중심이 돼 다시 새누리당을 흡수 통합할 수 있다. 또 두 가지를 동시에 성취하려고도 할 수 있다. 창당준비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은 “가치가 같다면 어떤 세력과도 연합할 것”이라면서 소위 ‘빅텐트’를 언급했다. 개혁보수신당이 빅텐트가 될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정 의원은 “정운찬·김종인·손학규 같은 분들이 빅텐트에서 같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빅텐트를 만드는 고리는 개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친문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권주자들은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혁보수신당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발언을 보면 약간씩 결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김 의원이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와의 연합 쪽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유 의원은 보수 쪽에 방점을 두고 있다. 유 의원 측에서는 보수를 개혁하고, 반 총장을 영입하는 선까지는 김 의원과 똑같지만 제3지대와의 연합에는 그닥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TK지역의 보수적인 정서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개혁보수신당은 일단은 제4지대 전략으로 갈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최후 수단으로 개헌 또는 공동정부 구성을 조건으로 제3지대와 연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내다보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제3지대 연대론이나 빅텐트론에 대해 “지금 북한·미국과 관련해 가장 큰 이슈가 사드 배치인데, 사드 배치를 맨먼저 주장한 유승민 의원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안철수·박지원 의원 등이 한 집을 꾸릴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예상했다.

2007년 열린우리당 해체와 같은 모습?

2007년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10%대로 내려앉았고, 당의 지지율도 10%대까지 떨어졌다. 여권에서는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이 10%를 넘는 대선주자가 없었다.

게다가 당 내부에서 오랫동안 개혁과 중도 노선을 놓고 싸워온 탓에 분란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1월 22일 임종인 의원이 선도 탈당했다. 야권의 한 인사는 이때 임종인 의원의 탈당을 11월 22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과 비교했다. 이날 이후 다섯 명의 의원이 며칠 사이 간격을 두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2월 6일에는 김한길 의원을 비롯한 23명의 의원이 집단탈당했다. 이때 열린우리당은 제2당으로 바뀌었다. 현재 새누리당의 모습과 같은 꼴이다. 새누리당 역시 128석의 1당에서 100석 미만의 2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야권의 한 인사는 탈당 중심세력이 된 김무성 의원을 2007년의 탈당 중심세력이었던 김한길 전 의원에 비유했다. 2007년 열린우리당 탈당세력이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모임(24석)이라는 신당을 만든 것도 새누리당 탈당세력의 행보와 유사하다. 묘하게도 ‘개혁’과 ‘신당’이라는 두 용어가 똑같이 들어갔다. 이 신당이 교섭단체를 꾸린 것도 같은 양상이다.

당시에도 현직 대통령의 탈당이 이슈였다. 2007년 2월 초 집단탈당 후 노무현 대통령은 2월 22일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이에 반해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까지 새누리당에서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2007년 열린우리당에서는 2월 1차 집단탈당 이후 6월 2차 집단탈당, 같은 달 3차 집단탈당으로 이어졌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껍데기만 남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탈당세력이 만든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해 8월 합당 선언을 함으로써 해체됐다. 2016년 새누리당의 향후 운명이 열린우리당을 따라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을 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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