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장, 국내·외 업체 경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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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유튜브 레드·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이달 시작

30대 직장인 석모씨는 출퇴근시간이 길다. 집은 서울 동대문구에, 직장은 경기도 수원시에 있어 왕복 3시간이 걸린다. 과거에는 출퇴근시간을 신문이나 책을 읽으며 보냈지만 2년 전부터는 손 안의 TV를 보며 보낸다. 이용하는 서비스도 점차 늘어 어느새 넷플릭스와 티빙, 푹 등 3개 서비스를 유료로 보고 있다. 이용료만 월 3만원가량이다. 석씨는 “데이터 무제한 통신요금까지 합하면 한 달에 적지 않은 돈이지만, 자주 이용하다보니 그렇게 비싸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안모씨는 집에서 OTT(Over The Top)를 이용한다. OTT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말한다. 집에 TV가 있지만 TV를 시청하지 않은 지는 오래됐다. 태블릿PC를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매일 30~40분씩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본다. 가끔은 흘러간 고전 드라마 주문형비디오(VOD)를 몰아서 보기도 한다. 안씨는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보면 같이 사는 사람의 일을 방해하거나, 채널로 다툴 일이 없다”며 “나만의 TV가 있는 것 같아서 전보다 TV 시청이 편하다”고 말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1월 발표한 ‘온라인·모바일 동영상 이용방식의 변화’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하루 동안 방송 프로그램을 TV 외의 매체로 이용한 시간은 1시간7분으로 나타났다. 이용시간은 2013년 조사 때보다 10분가량 증가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16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를 보면, 서비스 이용 비율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최근 일주일 이내에 OTT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27.1%로, 지난해 14.0% 대비 두 배가량 증가했다.

12월 6일 열린 ‘유튜브 레드’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아담 스미스 유튜브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부사장이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유튜브 제공

12월 6일 열린 ‘유튜브 레드’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아담 스미스 유튜브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부사장이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유튜브 제공

한 달에 일정 금액 내면 무제한 감상

시장이 확장되면서 업계의 판도도 요동치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미디어 공룡들의 한국 시장 ‘노크’다. 12월부터 유튜브 레드, 아마존 프라임비디오가 일제히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유튜브는 유료 동영상 서비스인 ‘레드’를 미국,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한국에 선보였다. 아마존도 자체 제작한 콘텐츠와 할리우드 영화 등을 유료로 즐길 수 있는 ‘프라임비디오’ 서비스를 전 세계 시장으로 확대하면서 한국을 서비스 대상에 포함시켰다.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8000여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는 이미 올 초부터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월정액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월 이용료는 유튜브 레드가 7900원, 넷플릭스가 9.99달러(한화 1만2000원)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첫 6개월 동안에는 50% 할인된 2.99달러(3500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에는 5.99달러(7000원)를 받는다.

한국 시장에는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국내 업계는 이들 업체의 영향력이 당분간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이면 진출 1년을 맞는 넷플릭스도 현재까지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 넷플릭스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는 주목도가 높았지만 생각만큼 반향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며 “현재의 넷플릭스에는 한국 사람들이 돈을 내고 결제해 볼 만큼 매력적인 콘텐츠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자체 제작한 콘텐츠의 독점 공급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 들어오면서 라이선스 문제 등으로 일부 콘텐츠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국내 파트너와 손잡고 한국어 콘텐츠를 공급하려던 시도도 협상이 불발되며 무산되기도 했다. 유튜브 레드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유튜브 레드는 이렇다 할 자체 제작 콘텐츠가 미비한 상황이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한글 자막이 제공되는 콘텐츠가 소수로 한정돼 있다.

국내 사용자들의 요금 지불 의지가 높지 않은 것 역시 걸림돌이다. 콘텐츠가 공공재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유료방송 이용가격도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 국내 OTT 업체들만 봐도 1만원을 넘는 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SK브로드밴드의 OTT 서비스인 ‘옥수수’는 월 3000원이고, LG유플러스의 ‘LTE 비디오포털’과 KT의 ‘올레tv 모바일’은 월 5000원 선이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푹’과 CJ E&M의 케이블TV 방송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티빙’도 5000~6000원대의 정액제를 주력으로 편성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라는 근원적 경쟁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업체들이기 때문에 언제든 반전이 가능하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리스 창업자 겸 대표는 “다른 OTT와 달리 넷플릭스는 콘텐츠 면에서 차별점이 있다. 우리만의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기에 이용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올해 안에 한국 제작자들과 작업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다수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OTT 시장, 국내·외 업체 경쟁 격화

최근 넷플릭스는 제작 중인 한국형 콘텐츠의 예고편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12월 20일에는 한국 도전자를 포함해 6개국 운동선수들이 모여 장애물 코스를 극복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비스트마스터: 최강자 서바이벌>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22일에는 배우 배두나씨가 출연하는 넷플릭스 자체 제작 시리즈 <센스8>의 특별 영상을 공개했고, 23일에는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옥자> 스틸컷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MBC 드라마 <불야성>과 최근 개봉한 영화 <판도라>의 해외 독점 방영권 계약을 체결하고, 영화사 NEW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등 콘텐츠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유튜브나 아마존도 현지화 전략을 선택했다. 아마존은 ‘아이돌 마스터’ 등 한국형 콘텐츠를 준비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TV로 ‘프라임비디오’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유튜브 레드는 내년 초 K-팝 스타 빅뱅을 앞세운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인다.

국내 업체도 서비스 늘리고 가격 낮춰

국내 업계도 이들이 워밍업을 마치는 시점이 언제일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CJ E&M은 최근 티빙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하는 강수를 뒀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보는 등 방송 서비스 이용행태의 변화에 맞춰 서비스를 개편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존 상품의 구성도 변경해 전반적으로 서비스는 늘리고 가격은 낮췄다. 해외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일본 및 베트남, 태국 등을 시작으로 내년 1분기에는 미국·유럽·중남미로 진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지상파 3사도 해외 OTT 시장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코리아콘텐츠플랫폼(KCP)이라는 합작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해외판 푹인 ‘코코와’를 앞세워 내년 중순부터 세계의 한류 팬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OTT 서비스의 자체 제작 콘텐츠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옥수수가 모바일 드라마 ‘1%의 어떤 것’ 등을 선보이며 자체 제작 콘텐츠의 제작 가능성을 알렸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OTT 콘텐츠는 지상파 방송사나 유료방송의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플랫폼과 콘텐츠 모두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콘텐츠가 하루아침에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효상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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