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뼈 건강엔 영향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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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혈당이 높은 병이지만 혈당이 높은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잘 아시다시피 당뇨병은 혈관병입니다. 눈이나 콩팥 등의 작은 혈관뿐만 아니라 심장이나 경동맥 등의 큰 혈관에도 문제를 일으켜 심장병, 뇌졸중 등의 위험도 비당뇨인에 비해 높습니다. 그래서 당뇨병 환자는 혈당과 혈압, 지질수치를 잘 관리함으로써 이런 혈관 합병증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다른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당뇨병이 그렇게 여러 장기에 영향을 준다면 우리 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뼈는 괜찮을까요?

골밀도 정상인 당뇨병 환자는 골절 위험이 낮을까?

골절의 위험성을 예측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골밀도 검사입니다. 이 방법은 ‘이중에너지X-선흡수계측법’이라는 방법으로 골의 밀도(골내 미네랄의 밀도)를 측정하는 것인데, 비교적 안전하고 정확하기 때문에 많이 쓰입니다. 뼈 안에 칼슘과 기타 미네랄이 얼마나 충실히 담겨 있는가를 보는 검사법입니다. 정상보다 약간 낮은 경우를 골감소증이라고 합니다. 더 심해져서 검사 수치가 -2.5 이하면 골다공증이라고 합니다. 뼛속이 바람 든 무처럼 구멍이 송송 나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2012년에 시행된 국민건강영향조사를 보면 50세 이상 남녀 중 골감소증은 여자 10명당 8명, 남자 10명당 5명으로 적지 않습니다. 골다공증은 50세 이상에서 여자 10명당 4명, 남자 10명당 1명으로 여자가 훨씬 많습니다. 골다공증은 골절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당뇨병 환자는 골밀도가 좋아도 일반인에 비해 골절의 위험이 높다. 당뇨병에 의한 에너지 대사 이상이 뼈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제약사 후원으로 열린 ‘엄마와 딸이 함께 하는 골다공증 검진 캠페인’에서 검진을 받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뇨병 환자는 골밀도가 좋아도 일반인에 비해 골절의 위험이 높다. 당뇨병에 의한 에너지 대사 이상이 뼈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제약사 후원으로 열린 ‘엄마와 딸이 함께 하는 골다공증 검진 캠페인’에서 검진을 받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뇨병 환자는 어떨까요? 골밀도는 보통 체질량지수와 비례합니다. 따라서 비만한 사람들은 정상인에 비해 골밀도가 높은 편입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대부분 과체중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골밀도 검사가 낮지 않게 나옵니다. 그렇다면 골절 위험이 정상인 보다 낮을까요?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 요즘의 연구 결과입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경우가 많습니다.

당뇨병 환자는 같은 골밀도 검사 수치를 보이는 비당뇨인에 비해 더 잘 부러집니다. 1형 당뇨병의 경우에는 아주 심해서 같은 수치의 비당뇨인에 비해 골절의 위험이 약 6.4배 정도 높습니다. 골절 부위도 조금 특별합니다. 고관절 골절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특이하게도 발목 등의 말초 골절이 많은 편입니다.

조금 정리하자면, 당뇨병 환자의 경우 골밀도가 낮으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골절의 위험이 높습니다. 그러나 골밀도가 좋아도 당뇨병 환자는 골절의 위험이 높습니다. 어찌 되었든 당뇨병 환자는 다른 조건이 다 같은 비당뇨인에 비해 골절의 위험이 높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골밀도 검사가 비교적 정확하고 빠르고 안전하고 좋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덜 정확합니다. 당뇨병 환자의 골절 위험을 잘 예측할 수 있는 다른 검사법이나 지표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당뇨병 환자는 왜 골절이 더 잘 될까?

당뇨병이 오래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깁니다. 백내장이나 망막증으로 눈이 잘 보이지 않고, 근육은 약해져서 순발력과 파워가 약해지고, 신경마저 이상이 생겨 중심을 잘 유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 결과 미끄러운 바닥 등의 돌발상황을 만나면 잘 넘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골절이 많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가 골절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만으로는 다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해답을 당뇨병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합니다. 당뇨병에 의한 에너지 대사 이상은 뼈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당뇨병 환자의 뼈는 훨씬 더 물렁하고 골에 구멍이 더 많고 지방세포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뼈에 지방세포가 있나요? 사골국 생각하시면 빠릅니다. 국물 위에 뜨는 것이 기름입니다.

당뇨병 환자의 뼈가 이렇게 되는 이유로 몇 가지 기전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첫째, 골수에는 뼈세포로도 자랄 수 있고 아니면 지방세포로도 자랄 수 있는 원시세포(mesenchymal cell)가 있습니다. 이 원시세포가 분화할 당시의 영양상태에 따라 뼈세포로 분화해서 뼈를 튼튼하게 할 수도 있고 반면에 지방세포로 진행해서 골수를 지방으로 채울 수도 있습니다. 당뇨병으로 인해 혈당이 높아지면 뼈에 있는 세포로 혈당이 물밀듯이 밀려와 세포가 배가 불러도 계속 혈당을 써서 에너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부산물로 세포는 많은 산화물(reactive oxygen species;ROS)을 분출하는데, 이 산화물은 뼈의 원시세포를 뼈세포로 분화시키지 않고 지방세포로 분화시킵니다. 그 결과 뼈에 지방이 가득 차고 뼈는 약해지게 됩니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많은 염증물질은 주변에 있는 뼈세포의 작용을 억제해 뼈의 생성과 성장에 저해가 옵니다. 그 결과 뼈가 약해지게 됩니다.

둘째, 혈당이 너무 높으면 오히려 뼈세포가 포도당에서 충분히 에너지를 뽑아내지 못해서 제 기능을 못하여 뼈가 약해집니다.

셋째, 이건 약간 다른 경우인데, 심한 당뇨병의 경우나(혈중 지방산이 높아짐) 아니면 고지방식사를 하는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혈액에 지방산이 많으면 뼈세포에 지방산이 들어와 인슐린 수용체를 차단합니다. 뼈가 튼튼해지는 데 있어 인슐린의 작용은 필수적인데, 이렇게 인슐린의 작용이 차단되면 뼈세포가 제대로 작용을 못해 결과적으로 뼈가 많이 약해집니다.

고지방식사의 부작용은 뼈에도 나타납니다. 고지방식사를 하거나 칼로리를 제한하면 뼈에 지방이 많아져서 약해집니다. 약에 반응하지 않는 소화뇌전증의 치료식으로 케톤식을 한 아이들에 대한 연구를 보면 뼈의 길이성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있습니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당뇨병 환자가 극단적인 고지방식사를 하는 것은 뼈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혈당을 잘 조절하면 골절이 예방될까?

당뇨병으로 인한 고혈당과 높은 지방산 때문에 정상적인 뼈의 성장에 문제가 생겨 골절위험이 높아졌다면, 혈당을 잘 조절하면 골절의 위험이 낮아질까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직 확실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혈당을 낮추면 뼈를 형성시키는 물질인 오스테오칼신(osteocalcin)이 더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혈당을 잘 조절하는 것이 뼈건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이는 기본적인 혈당약인 메트폴민(metformin)이 뼈세포의 분화와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의 골절 예방법

일반인과 비슷합니다. 근육이나 피하지방이 많을수록 넘어질 때 완충작용을 합니다. 근육이 제대로 있어야 순발력과 균형감이 나옵니다. 따라서 평소에 단백질 식사와 근력, 균형 운동을 꾸준히 해서 사지에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

뼈의 강도와 탄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칼슘이 풍부한 음식 또는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으며 비타민D를 꼭 섭취해야 합니다. 북위 35도가 넘는 지역은 11월에서 3월까지는 햇볕으로 비타민D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65세 이상의 연령이나 당뇨병 환자는 비타민D가 낮으므로 보충제를 권합니다.

넘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마찰력이 좋은 신발을 신고 양손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약자는 눈오는 날에는 가급적 나가지 말고 보행 시 양손에 노르딕 스틱을 쥐고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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