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03-이것이 알고 싶다 탄핵

탄핵심판, 이르면 1월 중에도 결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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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 후 헌법재판소 9인 재판관 중 6인 찬성 있으면 대통령 파면

야당은 오는 12월 2일, 늦어도 12월 9일에 탄핵소추 의결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시작하게 된다. 11월 25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4%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대통령을 신임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치적으로 파면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심판을 통해 법적으로도 파면될까. 곧 있을 탄핵소추 의결안 표결처리를 앞두고 탄핵에 대한 쟁점들을 짚어봤다.

1. 탄핵은 어떤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가

탄핵은 탄핵소추 발의와 탄핵심판 두 가지 절차로 진행된다. 탄핵소추 의결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발의하고 발의 후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이 보고한다.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는데, 재적인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현재 300인의 국회의원 중 탄핵소추 의결을 위해서는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11월 22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을 제외하고 최소 28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찬성해야 한다. 탄핵소추 의결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회 법사위원장이 의결서의 정본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다. 이후 탄핵은 헌법재판소의 헌법심판 절차로 넘어간다. 대통령의 권한도 이때부터 정지된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서 심리하며 파면 결정은 9인 재판관 중 6인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 김정근 기자

헌법재판소 / 김정근 기자

2. 헌법재판소는 형사소송 1심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하나

헌법재판소는 제38조에 따라 ‘탄핵심판 사건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 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11월 25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80일은 훈시규정일 뿐 상황에 따라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학자들은 정 원내대표의 주장이 현실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헌법학자)는 “헌법재판소가 심판 절차를 정지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정 전반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헌재가 가능하면 빠른 결정을 내려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원로 헌재 관계자는 “51조는 의무조항이 아니라 재량규정이다. 지금은 안보상으로나 경제상으로나 대단히 시급하고 중대한 상황이다. 헌재는 1심 판결 등에 구애없이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지 꼭 법원 판결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 판결과는 상관없이 먼저 탄핵심판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도 검찰의 수사기록이라든지 공판조서라든지 증언이나 녹취록 등으로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다. 법원에서 판결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여기에 근거해서 한다? 헌법재판소도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데 왜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나? 헌재는 규범적 판단도 하지만 사실 판단도 하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3. 탄핵심판 결정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

전문가들은 예단할 수 없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소추인 측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하겠지만 사실 헌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뚫고 나갈 수 있다. 1월 중에도 탄핵심판 결정이 나는 것이 가능한 게 사실이다. 문제는 거기에 대해 헌재가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다. 국민들이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이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로 헌재 관계자는 “기간을 예단할 수 없지만, 헌재가 국민들의 요구를 감안한다면 좀 더 빨리 끝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늦어질 수도 있다. 빨리 끝나면 40~50일 내에도 끝날 수 있다.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이 측이 자료를 계속 내고 증인들을 더 신청하고 그렇게 시간을 끌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헌법 재판부가 적절하게 그런 것을 끊어내면서 시간을 단축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인호 교수는 사안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복잡할 수 있어 그때보다 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판단하기에 확보된 자료가 사실인정 과정에서 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스스로 사실인정을 하거나 1심 재판에서 진행되는 것들을 지켜볼 수도 있다. 2004년보다 조금 더 복잡한 부분이 있어 63일 걸렸던 그때를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 같다.”

4. 탄핵의 사유가 되는가

탄핵심판 결정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문의 내용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헌재는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정당화된다’고 기준을 밝혔다. 구체적인 사례도 결정문에 적시했는데, 다음의 다섯 가지다. 권한과 지위를 남용한 뇌물수수·공금의 횡령 등 부정부패행위,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 권한을 남용해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 국가 조직을 이용해 국민을 탄압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 부정선거 운동을 하거나 선거나 조작을 꾀하는 경우 등이다.

[표지이야기 03-이것이 알고 싶다 탄핵]탄핵심판, 이르면 1월 중에도 결정 가능

임지봉 교수는 이 기준에 근거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신임을 중간에 박탈할 정도로 대통령의 법률위반행위가 국민들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가 이번 사안에 해당한다. 또 하나는 대통령이 헌법상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서 뇌물수수 등의 부정부패행위를 한 경우다. 제3자 뇌물죄다. 이에 대한 혐의가 있지 않나. 그것이 증거를 통해 밝혀지고 죄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 또한 해당된다. 선례가 구속력이 강한 만큼 탄핵사유로 충분하다.” 반면 이인호 교수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만으로는 탄핵이 어렵다고 했다. “공모를 했다고 하지만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나한테 돈을 넣어라’고 했다거나, ‘돈을 착복했다’는 구체적인 팩트가 없으면 공소장 내용만 가지고 탄핵사유라 보기 어렵다.”

5. 1월에 박한철 헌재 소장이, 3월에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것이 미치는 영향은

9명 중 2명이 빠진 상태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될 경우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 결정이 이뤄진다. 원로 헌재 관계자는 “2명이 그만두는 것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본다. 2명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후에도 7인의 재판관이 평의해서 결과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임지봉 교수는 “헌재가 대통령 탄핵과 같이 중요한 결정사항에 있어서 9명으로 구성원이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자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했을 경우 시간을 끌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여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헌재도 부담을 느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회와 국무총리의 합의로 재판관을 새로 임명하는 방안도 일각에서는 제시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원로 헌재 관계자는 “국회는 국회대로, 총리는 총리대로 자신의 편 사람을 지명하려고 할 것이고, 그럼 절차가 쉽게 종료가 안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6. 재판관들의 보수성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나

헌법재판관 9명의 성향은 8명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찬성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대체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지만 이 사안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로 헌재 관계자는 “보수·진보로 예단을 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관계없다. 이런 국기문란 사태에서 보수와 진보를 따질 필요가 없다. 헌재가 자기들에게 맡겨져 있는 소임을 국민과 역사만을 바라보면서 제대로 판단하고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임지봉 교수는 “헌법재판관도 아무래도 여론을 살필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의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나서 총선이 있었다. 열린우리당이 압승하게 되니 헌재가 180일을 채우지 않고 두 달 만에 탄핵사유가 안 된다고 기각했다. 여론이 아무래도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7. 탄핵이 의결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게 되는데, 이를 용인해야 하나

한상희 교수는 “권한대행 총리는 현상유지 정도를 할 수 있을 텐데 권한대행이 자기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여야 대표와 같이 의논해서 그 의논을 바탕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라며 황 총리 권한이 제한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봤다. 노희범 변호사는 “국민의 신임을 잃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총리가 권한대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황교안 총리가 국민의 정서에 반해서 권한 행사를 하는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말했다. 야권은 ‘선 총리 선출, 후 탄핵’ 없이 탄핵을 추진키로 했다.

“탄핵사유 아니라고 말할 심판관 있을까 싶다”

노희범 변호사(전 헌법 재판소 헌법연구관)

노희범 변호사(전 헌법 재판소 헌법연구관)

국회에서 탄핵 절차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충분한가.

“언론에 보도된 것을 근거해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개별 형법을 위반한 것을 넘어 헌법질서를 위반한 상황이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 것은 대통령에게 헌법을 수호하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헌법질서를 유린하고, 측근들은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 민간기업에 돈을 내도록 강요한 것 하나만 보더라도 권력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이다. 그것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 아니다.”

탄핵소추 의결안에 검찰 공소장 내용만 담느냐,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던 혐의들까지 담느냐의 논의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탄핵심판 절차는 재판을 통해 대통령이 중대하게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반했느냐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대통령의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탄핵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탄핵소추 의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된다. 국정의 상당 부분이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넘어간다. 일종의 국정마비 상태다. 예컨대 대통령에게 10개의 탄핵 사유가 있다고 하자. 그 중 한두 개 명확한 사실만으로도 대통령을 파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그것만 빨리 확인해서 탄핵 결정을 받아내는 것이 헌법을 수호하고 대통령 파면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탄핵 절차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느낀 헌재가 형사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결을 유보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

“헌법재판소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대통령 탄핵이 갖고 있는 국민적 함의를 재판 과정에 충분히 반영하리라고 본다. 일단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는 탄핵사건에 모든 역량을 최대한 집중해야 할 것이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본다. 국정이 일정 부분 마비된 상태에서 기간을 오래 가져갈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재판 때도 헌법재판소가 매주 변론을 해 63일 만에 결론을 낸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에는 더 위중하다. 헌법재판소가 형사재판의 1심 판결을 기다린다거나 심지어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린다면 굳이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할 이유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판결문이 이번 탄핵재판에 기준이 될 거라고 한다.

“지금 판례가 그것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도 기준이 없었는데, 그때 다 만들어서 외국에서도 그 논리를 많이 참고한다. 그때 판결문에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의 파면 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라고 돼 있다. 사실 탄핵 결정을 심판하는 기준이 상당 부분 있는 만큼 헌재는 오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헌법재판관들의 보수성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것은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다. 중대한 헌법·법률을 위반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다. 솔직히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재판관이 있을까 싶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재판 때는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 및 그 의견의 수 등을 결정문에 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재판관들이 자신의 결정을 실명으로 내놔야 한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탄핵심판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

“속단할 수는 없지만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도 일주일에 한 번 변론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씩이라도 해야 한다. 헌정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탄핵심판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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