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03-이것이 알고 싶다 개헌

해야 하지만 신중해야 할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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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200명 이상 찬성… “개헌으로 박 대통령 임기단축 가능” 주장도

대통령 탄핵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개헌은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20대 국회에서 20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유력주자들은 개헌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개헌은 정계개편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어 민감한 문제다. 개헌을 고리로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현실로 보면 탄핵보다 개헌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1. 탄핵 국면에서 개헌은 어떻게 되나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는 탄핵과 함께 개헌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탄핵이 우선이고 개헌은 나중의 문제라는 입장을 보인다. 개헌이 진행되려면 우선 국회 내에 개헌특위가 구성되는 과정을 밟는다. 19대 국회에서는 우윤근 전 의원이 2014년 헌법개정특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 비박에서는 탄핵을 전제로 개헌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만약 야당이 받아준다면 1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특위 구성 결의안이 처리될 수도 있다. 국회 개헌특위에서 개헌안을 만든다면 빠르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로 제안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대통령 4년 중임제냐, 아니면 분권형 대통령제냐 하는 권력구조의 문제다. 개헌특위가 아니더라도 18대 국회의 헌법연구 자문위 또는 19대 국회 개헌추진모임에서 검토된 개헌안을 중심으로 20대 국회 개헌추진 모임에서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예산안 시정연설 중 개헌 추진 발언을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예산안 시정연설 중 개헌 추진 발언을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2. 개헌에 들어가면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국회에서 헌법개정안이 제안되면 헌법 제129조에 따라 대통령은 20일 이상의 기간 동안 이를 공고해야 한다. 그리고 헌법 제130조에 따라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한다.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회 의결을 거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친다.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 헌법이 확정된다. 대통령은 헌법 개정 즉시 이를 공포하여야 한다. 국회에서 개헌안이 발의하게 되면 최소 90일의 기간이 필요한 셈이다. 참고로 현행헌법은 1987년 10월 27일 국민투표로 개정됐고, 이해 12월 16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현행헌법은 1988년 2월 25일 시행됐고, 이날 신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다.

3. 여당의 개헌론과 야당의 개헌론은 어떻게 다른가

여당 일부에서는 탄핵 일정에 참여하는 대가로 개헌 추진을 야당으로부터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탄핵과 개헌을 투 트랙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1월 18일 개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단축이 가능하다면서 개헌론을 다시 들고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11월 25일 의원총회에서 야당의 12월 2일 또는 9일 탄핵소추안 통과를 반대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탄핵 일정 합의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개헌을 물밑에서 제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당의 희망사항과는 달리 야당은 탄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탄핵은 필수이고, 개헌은 선택이라는 입장인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개헌특위 구성까지는 받아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야당의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나 안철수 전 대표 역시 개헌보다는 탄핵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4. 대통령 임기단축을 전제로 개헌이 될 수 있나

헌법 128조 2항은 임기연장, 중임변경은 개헌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없도록 했지만, 임기단축에 대한 규정은 없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단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1987년 현행헌법 제정 과정에서 대통령 임기는 아니지만 당시 현직 국회의원 임기를 줄인 사례도 있다.

[표지이야기 03-이것이 알고 싶다 개헌]해야 하지만 신중해야 할 개헌

5. 개헌하게 되면 권력구조는 어떻게 되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권력구조와 기본권 등을 중심으로 개헌안을 논의하게 된다. 기본권 등에는 큰 논란이 없지만 가장 큰 논란은 역시 권력구조의 문제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그리고 내각제가 현 대통령 단임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차기 대선을 바로 눈앞에 앞두고 있는 만큼 가장 민감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유력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개헌안에 크게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기존에 나온 개헌안을 참조로 할 수 있다. 18대 국회 때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 자문위원회(김종인 위원장)에서 만든 보고서에서는 권력구조에 대해 제1안으로 이원집정부제를, 제2안으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19대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의 개헌안 작성소위가 마련한 ‘개헌시안 초안’에서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권력을 분산하면서 대통령은 4년 중임으로 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탄핵과 특검이 끝난 후에 개헌을 추진해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19대 국회 개헌추진모임 민주당 간사)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19대 국회 개헌추진모임 민주당 간사)

지금 탄핵 국면인데, 개헌 주장에 대해 어떻게 보나.

“대통령이 느닷없이 개헌을 제안했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결과적으로 개헌이 적절한 제의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야권은 탄핵과 특검에 집중하고 있다. 개헌으로 가면 논점이 흐려진다고 보고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데, 개헌으로 가면 안 된다는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개헌은 필요하지만 언제 하느냐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개헌을 위한 특위 구성은 정기국회가 끝난 후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탄핵과 특검이 끝난 후에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현 대통령의 임기단축 내용이 개헌안에 담길 수 있는가.

“탄핵 국면에서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정부가 중심을 못 잡는 상황이 지속되게 된다. 개헌과 임기단축을 고려할 만하다고 본다.”

대선과 관련해 개헌의 시기가 언제쯤이면 좋다고 보나.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현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고 대선 전에 개헌하면 된다. 개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개헌을 추진하면 헌법을 어떻게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나.

“물론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못지 않게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 조항이 시대에 뒤떨어졌기 때문에 이 부분도 개정해야 한다. 선거제도 역시 고쳐야 한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개헌은 어느 일방에 유리한 것이 아니다. 야당은 선거제도 개정에 관심이 많다. 지방분권 조항도 넣어야 한다. 지금은 중앙집권적 나라다. 이 네 가지 분야를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개헌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개헌에 반대하는 분들은 시기를 문제삼는 것이지 개헌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반대론자들도 결사반대는 아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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